지난 달 31일 저녁, 부산광역시 연제구의 원룸에서 A(29)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연락이 닿지 않아 아들을 찾아왔던 아버지였다. A 씨는 4년 전 가족이 전남으로 이사하게 돼 혼자 남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해왔다. A 씨의 시신은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고, 경찰 조사 결과 사망한 지 두 달가량 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사건은 청년도 고독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시다. 청년 고독사, 이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가?

청년이 고독사할 위험에 놓여있지만 청년 고독사 예방을 위한 논의는 부족한 상태다.
고독사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고독하게 죽는 것’을 말한다. 고독사로 사망한 경우 대부분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된 채 발견된다. 여태 청년의 이야기가 아닌 줄 알았던 고독사였지만 이제는 청년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파악하기 어려운 고독사, 파악할 수 없는 청년 고독사
 
사실 고독사의 정의는 모호하다. 대개 전문가들은 고독사를 ‘고독으로 인한 자살’을 포함해 다룬다. 하지만 사회복지전문가 중 일부는 고독사를 건강상의 질병으로 인한 돌연사로 제한하기도 한다. 고독사를 두고 학계나 사회에서 정의한 뜻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질병에 의한 돌연사라는 점에서 고독으로 인한 자살과 고독사는 구별된다”고 했다. 돌연사(sudden death)는 일상생활을 하던 건강한 사람이 질병으로 인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죽는 것을 말한다. 앞선 설명에 의하면 신체 건장한 청년은 아무리 마음에 병이 들어도 고독사를 할 수 없다. 마음의 병인 고독과 외로움만으로는 청년의 멀쩡한 신체에 심장마비와 급성심근경색 등을 가져올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용어가 정의돼 있지 않으니 청년 고독사 수치는 제대로 집계될 수도 없다. 현재 추정되는 청년 고독사는 전체 고독사의 7~8%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고독사 사망자 수가 무연고 사망자수로 집계된다는 것이다. 무연고 사망자는 부패나 훼손 등으로 연고자를 알 수 없거나 시신을 인수할 능력부족 및 가족관계 단절 등의 사유로 연고자가 인수를 거부한 시신이다. 작년 더불어민주당 기동민(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고독사 가운데 일부는 유족에게 시신이 인계되기 때문에 고독사로 인한 죽음은 무연고 사망자 집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목숨을 잃은 청년의 시신이 방치돼 몇 주가 지나 발견돼도 유가족에게 인계된다면 고독사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는 실정이다.
 
청년 뺀 부산시 고독사 정책
 
지난달 31일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연제구의 원룸에서 A(29) 씨가 사망했다. 숨진 지 2개월 만의 발견이었다. 그를 포함해 지난 여름 동안 부산시에서 27명이 고독사했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 7월 고독사 대책을 마련했다. 마을 단위 통합복지를 위한 다복동 프로젝트와 ‘부산형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을 연계하고 부산시 7개 구에 100명씩 노인을 투입해 1인 가구를 순찰·관리 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 모든 정책은 40대 이상의 고독사 위험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부산시의 고독사 정책에 청년은 없었다.
 
돈 없는 청년은 '인간관계 부담'
 
사회 통념상 청년에게 단절, 고독 등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청년이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면 관계 형성에 미숙하다거나 개인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회생활이 가장 활발한 세대라는 인식도 한몫을 한다. 하지만 청년을 둘러싼 환경은 그들이 고독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청년의 경제적 어려움은 그들을 자살과 고립으로 유도한다. 청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대(41.3%)와 30대(35.1%) 모두 자살로 가장 많이 사망했다. 그런 청년세대는 자살을 생각하는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짚었다. 부산자살예방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국에서 20대의 26.6%와 30대의 32.8%가 ‘경제적 어려움’을 자살 충동 원인 1위로 꼽았다. 이런 청년의 경제난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년 8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5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간관계가 부담된다고 느끼는 경우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가 49.7%로 1위였다. 돈이 없다면 친구도 만나기 어려운 게 현실인 것이다.
 
"취업 준비하다 보니 친구들과 멀어진다"
 
청년의 취업준비 역시 그들이 고립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학교 학생 B 씨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 친구와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나노과학기술대학에 재학 중인 12학번 학생 C 씨 역시 “취직을 준비하다 보면 여러 활동으로 바쁘다 보니 가족과 자주 못 보게 되고 친구들과도 멀어진다”고 전했다. 취업 준비에 뛰어든 청년들은 실제 고독을 느끼고 있었다.
 
청년의 실업이 장기화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김현호(충북도립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선 소속의 욕구가 생기기 힘들다”라며 “실업이 장기화 되면 인간관계가 좁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이 오랫동안 취업에 실패할 경우, 그는 사회에서 점점 고립될 가능성이 커진다.
 
혼자 사는 청년, 위태로운 그들
 
청년 세대의 높은 1인 가구율 역시 청년을 고독으로 내몰 수 있다. 현재 청년 두 명 중 한 명은 1인 가구에서 산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 기준 20대의 1인 가구는 57.7%이며 2030년에는 72%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가구형태는 청년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와 관련있어 보인다. 2015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년간 자살 생각을 한 1인 가구 청년(4.7%)이 다인 가구 청년(1.3%)보다 3배가량 많았다. 
대다수 청년이 이주 가능성이 높은 1인 가구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 1인 가구 중 한 거주지에 1년 미만 거주하는 경우는 20대가 53.2%로 가장 많았다. 20대의 대부분이 학업이나 직장 문제로 거주지를 자주 옮기기 때문이다. 거주 환경이 자주 바뀌는 청년은 이웃 간의 유대를 형성하기에 다른 세대에 비해 더 어려울 수 있다. 실제 2014년 서울특별시 1인 가구 대책 정책연구에서 1인 가구에 거주 중인 20대의 19.3%가 현 거주 동네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 연령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 고독사 막는 첫걸음, 공동체
 
전문가들은 청년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 형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청년정책 프러포즈’에서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고독사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 ‘청년 사랑방’을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청년 사랑방은 청년끼리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 마을공동체분과 윤석현 위원은 “청년들이 밖으로 나와 갈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라며 “서로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고 정책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우리 학교 효원심리상담센터 한여진 전임상담사는 “심리적으로 갇혀있는 청년이 밖으로 나와 서로의 고충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동체를 통해 청년의 고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이 청년 고독사를 막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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