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중립시설+] 트랜스젠더 논쟁, 어떤게 있었나

-변희수 하사 스스로 목숨 끊기도 -숙명여대 반대 여론에 입학 좌절 -"내일이 바뀔 것이란 희망 필요해"

2022-03-18     임하은 기자

우리나라에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알려진 건 2001년 하리수의 데뷔다. 국내 트랜스젠더 1호 연예인인 하리수는 당당한 모습으로 방송 활동에 임하며 트랜스젠더 관련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당시만 해도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에 관한 법률은 별도로 제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2006622일 대법원이 '성전환 수술을 받아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춘 자'라는 조건하에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과 개명을 허용하였다.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5년 만의 일이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법적으로 성별 정정이 되기 위해서는 성전환 수술을 요구하고 있지만, 2013년에는 일부 법원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판례가 나왔다. 2017년에는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성별이 정정됐다.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 광고. (출처: 군인권센터)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 사건

인권 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중략)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 주고 싶습니다. 제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대한민국 육군 제5기갑여단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변희수 하사는 의료 목적으로 국외 휴가 승인을 얻어 성전환 수술을 받았으나 직무 복귀를 허가받지 못했다.국방부 심신장애자 전역 규정에 따르면, ‘고환 양측을 제거한 자를 심신장애 3급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변 하사는 여군으로서 군 복무를 이어가기를 원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고 묵살됐다. 혐오에 맞서 당당히 권리를 주장했던 그는 결국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 소송 중 세상을 떠났다.

 

숙명여자대학교 전경. (출처: 숙명여자대학교 홈페이지)

숙명여대 입학 좌절

대학을 가고자 하는 당연한 목표, 그 속의 꿈조차 누군가에게는 의심의 대상이고, 조사의 대상에 불과하다. 또한,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 그렇게 나는 일상을 영위할 당연함마저 빼앗겼다.”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정시모집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각종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합격 사실이 알려지자 숙명여대 학생들은 입학처와 총동문회에 거세게 항의를 하는 등 강한 반발 의사를 내비쳤다. 트랜스젠더를 지지하며 입학을 환영하는 학내 인권 동아리도 일부 있었으나 소수였다. 한 재학생은 "여대는 출생부터 교육, 사회 진출까지 남성보다 기회가 적었던 여성을 위해 탄생한 공간"이라며 "여성으로 태어나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받아온 사람이 여대에 입학하는 것인데 지난해까지 남자로 살아온 사람이 꼭 여대에 입학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결국 트랜스젠더 합격자는 입학을 포기했다. 단순 반대를 넘어선 혐오 발언과 인신 공격에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을 두고 성소수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성공회대학교의 인권위원장이자 성소수자 활동가인 이훈 씨는 "한국에서 젠더 의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체감해 왔다. 성소수자를 떠나 노키즈존, 장애인 이동권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심각한지 매일 새롭게 체감한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이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이랑 비교했을 때 성장해 온 건 사실이다. 우리가 내일, 일주일, 당장에 닥칠 미래가 아니라 대국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분명히 시대는 진보하는 방향으로 흐름을 탔다. 당장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의 용기에 의지해 내일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필요하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