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 "휠체어 앉아 등교하니 곳곳이 장애물"
'채널PNU' 기자 부산대역~교내 체험 -횡단보도 건널 때마다 눈치 싸움 -울퉁불퉁 보도·나무 심은 인도 불편 -평소보다 소요 시간 2배 이상 걸려 -빠른 길 대신 안전한 길로 둘러가기도
2022학년도 1학기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이하 부산캠)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은 전체 119명 중 95명. '채널PNU' 기자는 이틀간 95명 중 1명이 되어 장애대학생의 이동권이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지 직접 알아봤다. 휠체어에 앉는 순간, 걸어서 다닐 땐 보이지 않던 장애물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기자가 사용한 전동 휠체어는 우리 대학 장애 학생이 캠퍼스에서 실제로 이용하는 전동 휠체어와는 기술적 차이가 있음.)
지난 5월 21일 휠체어를 타고 부산도시철도 부산대역 3번 출구에 서 전동 휠체어의 전원을 켰다. 성학관에 있는 장애지원센터까지 가기 위해 장전온천천로 62번 길-부산대학로 25번 길-부산대학로 35번 길-부산대학로 48번 길-부산대학로 58번 길을 이용했다. 평소대로라면 15~20분이면 닿을 거리다.
단차는 비교적 정돈이 잘 돼 인도를 오르고 내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보도블록 시공 하자 탓에 이동하는 내내 휠체어가 심하게 흔들렸다. 보도블록의 가장자리와 나무, 하수구, 전봇대 등 지장물 주변의 마감처리 불량으로 보도블록 사이의 틈이 벌어졌고, 지장물 주변의 다짐바닥이 고르지 않았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도 문제였다. 역에서 우리 대학까지 가며 마주한 횡단보도는 총 32개(교차로 횡단보도 포함)였다. 하지만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는 단지 12개로 나머지 20개의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매번 차량과 눈치싸움하기 바빴다.
정문을 지나 203관(넉넉한 터)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앞에 서자 ‘이륜자동차 통행금지’라는 표지판이 앞길을 가로 막았다. 어쩔 수 없이 휠체어에서 일어나 스스로 표지판을 치웠지만 실제 장애학생이라면 누군가에게 부탁해야만 학교에 출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부산캠은 경사가 심해 계단이 많다. 엘리베이터를 최대한 활용해야했다. 203관(넉넉한 터)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내렸다. 문제는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출입문을 여는 순간 발생했다. 출입문이 닫혀 있어 손으로 열어야만 했던 것이다. 또 선 채로 출입문을 밀어 여는 건 괜찮았지만 휠체어를 탄 상태로 혼자 문을 열긴 버거웠다.
넉터를 나서 205관(대학본부) 방향으로 이동했다. 대학본부 앞에는 인도와 과속방지턱의 높이를 같게 하고 인도를 평평하게 하는 등 장애학생을 고려한 조치가 있는 것과 달리 205관(대학본부)에서 310관(문창회관)으로 향하는 인도 한가운데는 나무가 있어 요리조리 피해야만 했다. 비장애학생에겐 게임 같은 일이 장애학생에겐 보행 방해물이었다.
301관(문창회관)을 지나 새벽벌도서관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엔 인도가 한 쪽밖에 없고 단차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인도에 오를 때 마다 휠체어 뒷바퀴가 걸려 움직일 수 없었다. 전동 휠체어와 휠체어를 탄 사람이 무게까지 고려하면 성인 2~3명이 도와야 뺄 수 있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결국 기자는 도로로 내몰렸다. 심지어 인도 옆에는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가 설치돼 오르막길을 이용하는 차량과 더욱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발로 걸을 때보다 ‘두 배’ 가량 걸린 시간 끝에 겨우 장애지원센터 앞에 섰다.
이어 지난 5월 28일에는 수업을 듣는다고 가정하고 422관(성학관)에서 휠체어를 타고 514관(경영관 A)으로 이동했다. 비장애학생은 곧바로 421관(사회관)을 따라 올라가면 되지만 장애학생은 인도마다 단차와 급격한 경사를 마주해 동일한 길을 이용할 수 없었다. 안전한 길을 이용하기 위해 새벽벌도서관을 둘러 가야만했다. 일회성 경험에 지나지 않았지만 장애학생에겐 견뎌내야할 일상이었다. 장애지원센터 이정미 담당자는 “기자가 이용한 휠체어보다 실제 장애학생들이 이용하는 휠체어가 정교한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혼자 이동하기엔 여전히 위험하다”며, “실제 학생들은 여러 배리어(장애물)를 피해 다닐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스스로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