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 리프트 앞엔 킥보드 한가득··· 규정 위반도 ‘수두룩’
'채널PNU' 부산캠 배리어 점검 -휠체어 못 가는 도보 26개 -규정보다 높은 단차 78개 -창고로 변한 장애인화장실 -이동도우미·저상버스 필요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이하 부산캠) 건물과 도로, 인도 등이 장애인 편의증진 보장을 위한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더라도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배리어 현황 지도 보러가기 : https://2udev1.github.io/barrier_pnu/
지난 5월 1일부터 개정되어 시행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 시설에 해당하는 대학교의 경우 편의시설 설치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 제출하고, 정한 바에 따라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따라야 한다. 법이 규정하는 장애인 편의시설은 크게 △매개시설 △내부시설 △위생시설 △안내시설 △그 밖의 시설 5가지로 구분된다.
'채널PNU'는 이 법을 토대로 부산캠 건물 56곳을 포함한 △교내 도로 △출입구 경로 △인도 등을 확인했다. '의무'로 규정된 기준이 지켜지지 않은 곳은 물론이고,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더라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구조로 있는 곳도 확인됐다.
■휠체어 못 다니는 인도
휠체어가 도보를 다니기 위해서는 △마감재질 △유효보도폭 △경사로 △단차가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울퉁불퉁한 타일 있거나 휠체어 바퀴가 빠질 수 있어 통행할 수 없는 곳이 26개였다.
인도를 이용할 때 양옆에서 사람이 원만하게 지나갈 수 있는 최소 기준인 유효보도폭은 1.6m이지만 대부분의 인도가 이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 또, 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80cm도 만족하지 못할 정도로 폭 자체가 넓지 않거나 인도 한 가운데 나무가 우뚝 서 있어 지나갈 수 없는 곳이 26개로 확인됐다. 인도와 지면 사이의 높이 차가 10cm 가량으로 규정보다 높은 곳이 78곳, 휠체어로는 지탱할 수 없는 경사로가 137곳이었다. 앞서 건축물이 위치하고 있는 해당 대지의 입구로부터 건축물 주출입구(현관)까지 이르는 경로에 해당하는 ‘매개시설’에는 총 137곳의 장애물이 확인됐다.
심지어 건물까지 도착한다고 해도 건물 출입구에 마련된 리프트도 이용할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재료관(407) △화공관(405) △건설관(401) 등 리프트 앞에 마구잡이로 주차한 전동킥보드로 꽉 막혀 비장애인 학생도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건호(통계학, 17) 씨는 "(600번대 건물 같이) 학교 구조상 경사가 곳이라 어쩔 수 없는 곳도 있겠지만 조금만 신경 써서 당장 수정이 가능한 부분들, 인도의 시작과 끝 같은 부분은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화장실·승강기도 큰 불편
부산캠에 설치됐다고 알려진 장애인 편의시설(△화장실 41곳 △승강기 57곳 △주차장 46곳)을 대상으로 ‘편의성’과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편의성을 만족하지 못한 화장실과 승강기가 5개, 활용도를 만족하지 못한 곳은 6개, 둘 다 만족하지 못한 곳은 2개(화학관, 생활환경대 실험실습관)로 확인됐다. 편의성은 '장애대학생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가?'를 기준으로 △버튼의 높이 △엘레베이터의 폭과 넓이 △화장실의 문 구조 등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활용도는 '원만하게 이용이 가능한 수준인지'를 바탕으로 △화장실이 물품 보관실로 이용되고 있지 않은지 △승강기가 사용이 가능한지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장애인 화장실에 청소도구가 보관돼 당장 사용하지 못하는 곳도 확인했다. △308(제1물리관) △309(제2물리관) △405(제2공학관) △708(학생회관) 등 일부 건물의 화장실은 여닫지 문으로 매우 뻑뻑하거나 버튼을 눌러도 열리지 않았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르면 승강기 면적은 12인승으로, 최소 가로 1.6m X 세로 1.35m를 만족해야 하지만, 2020년에 노후 승강기 교체 사업이 진행된 607(공동연구소동) 승강기의 경우 10인승에 불과했다. 휠체어를 탄 학생의 경우 엘레베이터가 크거나 양방향에 문이 설치되어 있어야 들어갔을 때의 방향과 나올 때의 방향이 바꿀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위험하게 뒤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건물은 승강기가 없었다. △제9공학관(108) △자연과학관(411) △제2물리관(309)는 승강기 자체가 없었고, 경암체육관(706)의 경우 청소하는 용도 외의 엘레베이터는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도우미·저상버스도 없어
우리 대학 순환버스 가운데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어 무료인 순환버스를 사실상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와 성균관대 등 차량지원을 하는 대학교도 있지만, 우리 대학은 그런 지원 정책 또한 전무하다. 장애지원센터 이성재 행정실장은 "국립대라는 특성상 절차나 예산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차량을 빌리거나 다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게 해결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와중에 우리 대학은 장애대학생을 위해 국가근로를 통해 장애학생 도우미도 선발하고, 기숙사 우선선발 혜택을 제공을 하지만 규모도 범위도 부족한 상황이다. 도우미 학생 수는 코로나19 등의 문제로 △2019년 22명 △2020년 17명 △2021년 15명 △2022년 9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동도우미가 있었지만 올해는 그 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에 장애학생만의 이동권이 아닌 비장애학생 모두의 이동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유상아(영어교육, 20) 씨는“소수인만큼 학교가 신경을 써야 하는데, 강의실만 해도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안내 표지판 같은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긴 하다. 어느 지점에서 장애물이 있을지 미리 안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또, 문제 제기를 한 이 씨는 "나랑은 당장 관계가 없을 수 있겠지만 장애물을 마주한다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장애지원센터는 건의가 들어오는 부분을 대학본부에 요청해 개선하도록 하고 있지만 장애 학생 수가 비장애 학생 수보다 훨씬 적어 목소리를 내기에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행정실장은 “더 나은 환경으로의 변화를 위해선 장애 학생 외에도 우리 대학 학내구성원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