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수의대 설립 추진, 이번엔 다를까

-우리 대학, 최근 설립요청서 제출 -2020년엔 수의계 반발로 무산 -국가균형발전·원헬스 양성 제시

2022-11-14     홍윤우 기자

우리 대학이 최근 수의과대학 설립을 교육부에 공식 요청하면서 지지부진했던 수의과대학 신설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전국 수의과대학과 수의과 단체의 반대 목소리에 한발 물러섰던 우리 대학은 이제 이에 반박하는 논리와 방안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부산캠퍼스 정문. [부산대 제공]

부산대 수의과대학(이하 수의대) 설치 추진은 전국적으로 이어져 온 논쟁거리다. 지난 2020년 우리 대학 차정인 총장은 수의대 신설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 관련 TF팀을 구성해 추진했다. 그러나 전국 10개의 수의대와 여러 수의 단체의 강한 반발로 인해 무산됐다. 이후 지지부진했던 수의대 신설은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 필요성이 거론되며 수면위로 올랐다. 2주 뒤인 지난 10월 26일 우리 대학은 ‘부산지역 거점대학 수의과대학 설립요청서’를 교육부에 공식 제출했다. 

설립요청서에는 우리 대학에 수의대 설립이 필요한 이유가 크게 세 가지로 제시됐다. 첫 번째는 수의대가 부산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의 거점국립대에 설립되어 있지만 부산에만 없다는 점이다. 수의대 진학을 원하는 부산 지역 고등학생의 10~20%가 다른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해야 하는 ‘인력공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자 관문 역할을 하는 부산에 ‘가축 방역관’ 수가 적정인원 대비 60%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8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수의사 수가 부산이 최하위를 기록했고, 2019년에는 울산 다음으로 낮은 숫자를 기록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등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국가적 감염병에 대비할 ‘방역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제시됐다. 수의 분야는 고등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되는 병인 인수공통전염병의 전문가이자 사람·동물·환경을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원헬스(One Health)’의 핵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헬스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30여 년간 수의대 신설 없이 정원을 동결하고 있어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의계는 수의대 신설에 줄곧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전국 동물병원이 이미 포화상태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수의사 배출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이후장(경상대, 수의학)교수는 “매년 전국에 550명 정도의 수의사가 배출되고 이 가운데 80%가 개업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수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수의업계의 생태계를 무너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축 방역관 및 수의사 부족 현상도 수의대 신설이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북수의사회 한재철 회장은 “가축 동물 수의사가 부족한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축 동물 수의사들의 이직”이라며 “가축 동물 수의사들은 다른 수의사들보다 보장이나 대우가 부족하기에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준다면 자연스럽게 가축 동물 수의사들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와 문제 지적에 우리 대학은 수의대 신설의 주요 목적은 반려동물 수의사 배출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인력 양성이라고 반박한다. 수의대 신설 업무를 총괄하는 기획평가과 기획팀장은 “수의사의 역할을 반려동물 치료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며 “우리 대학은 기존의 반려동물 분야보다는 부족한 산업 동물 특화와 해양 바이오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과정 커리큘럼을 개설한다.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검역과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면 오히려 현재 불균형한 반려동물 분야와 타 분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획팀장은 이미 △의대 △치대 △약대 △한의대를 갖추고 있는 우리 대학에 수의대가 설립되면 인수공통전염병 연구가 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의대가 6년 과정이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지금으로부터 7년 뒤에나 수의사가 배출될 수 있어 10년 뒤 산업동향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대학은 2024학년도부터 수의대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 대학 측에 따르면 수의대 신설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12명의 교원 가운데 이미 대학 내 수의사 자격증이나 관련 박사학위를 가진 과반의 교원 7명을 확보한 상황이며 부지도 마련돼 있다. 기획팀장은 “기존 수의사가 연구인력이나 교원으로 참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생하는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질병관리청과 연계해 국내 최초로 인수공통감염병 교양강좌도 개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교육부의 심의와 수의사회 반대 여론 설득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수의대 정원의 경우 대한수의사회와 협의를 거쳐 결정되기 때문에 그동안 수의대 신설을 반대해 온 수의사회와 적절한 조율을 통해 설득하는 것이 수의대 설립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차정인 총장은 지난 8일 부산KBS 프로그램 '대담한 K'에 출연해 "수의사를 배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수의대가 들어서면 의생명공학 융합연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부산대에 수의대를 설립하는 것이 고등교육 육성상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월 4일 한국반려동물산업협회는 우리 대학과 산학협력 추진 업무협약을 맺고 부산대 수의대 설립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