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필수 코스는 '네 컷 사진'
-부산대 인근 즉석 사진관 즐비 -찍고 인화하는 아날로그 감성 -자기 표현 욕구도 충족해 인기
이도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1)씨는 평소 ‘네 컷 사진’을 즐겨 찍는다.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사진을 남기는 그는 “친구들을 만나면 일주일에 한두 번은 사진을 찍는 것 같다”며 “인화된 사진을 보며 친구들과 함께한 추억을 오래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즉석 사진관’은 Z세대의 놀이터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 사진사 없이 다양한 배경으로 여러 컷 사진을 찍고 인화해 소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7년 즉석 사진관 체인점 ‘인생네컷’이 등장해 인기를 끈 것을 시작으로 여러 브랜드가 생겨나고 분점을 낼 정도로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인근에도 총 9개의 셀프 포토스튜디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3번 출구에서 우리 대학 방향으로 올라가는 200m 남짓의 짧은 거리에는 7개의 셀프 포토스튜디오가 즐비하다. 모두 최근 2년간 새로 개업한 곳으로, 올해에만 5곳이 문을 열었다. 거리가 짧다 보니 즉석사진관끼리 마주 보거나 나란히 있다.
즉석 사진관의 ‘인기 돌풍’ 비결에는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사용법을 꼽을 수 있다. 2,000원이면 누구나 추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가져갈 수 있다. 눈길을 끄는 예쁜 소품들도 다양하게 비치돼 있다. △모자 △머리띠 △인형 △선글라스 △가발 등 그 종류가 수십 가지에 달하며 벽의 색상 또한 다양해 사진 배경의 선택지가 넓다. 일부 포토 스튜디오에는 헤어 열기구와 빗, 면봉 등이 있어 사진 찍기 전 모습을 정돈할 수 있다. 원하는 소품과 공간을 활용해 자신만의 콘셉트로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무늬의 사진 프레임도 인기 요인이다. 즉석 사진관마다 내세우는 콘셉트와 디자인에 달라 다양한 분위기를 풍기는 탓에 특정 사진관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산리오 △짱구 △바비 등 인기 캐릭터와 인물들로 꾸며진 프레임과 △한글날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 한정 프레임을 포함해 매번 업데이트되는 테마가 새로움을 더한다.
‘네 컷 사진’은 학교 축제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올해 우리 대학 대동제와 시월제에서도 축제 한정 프레임으로 네 컷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많은 학우들이 포토 부스를 방문했다. 이 씨는 “평소 네 컷 사진을 즐겨 찍는데 5월 대동제 때 산지니 프레임으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며 “대동제에서만 찍을 수 있는 프레임이었기 때문에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찍었다”라고 말했다.
Z세대는 이러한 네 컷 사진 촬영이 ‘의례’와도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즉석 사진관 방문이 약속에서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오랜만에 친구와 만났다는 이유로, 여행을 기념하자는 의미로, 갓 성인이 되거나 특정 나이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다 함께 ‘네 컷 사진’을 찍는다. 이승원(언어정보학, 20) 씨는 “셀프 포토스튜디오 방문은 밥-영화-카페처럼 하나의 코스가 됐다”며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고 싶은 날이나 특별한 날, 셀프 포토스튜디오를 방문해 사진을 자주 찍는다”고 말했다.
이신혜(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즉석 사진관 유행 현상을 △자기표현 욕구 △아날로그 감성 △놀이문화 형성으로 설명한다. Z세대들의 ‘인증’ 문화와 사진을 실물 형태로 받아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이러한 유행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진을 찍고, 그것을 인증하듯 SNS에 올리는 작업이 디지털 시대 속 MZ세대의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한다”며 “휴대 전화로 손쉽게 사진을 찍는 세상에서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실물 사진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이어 “네 컷 사진을 찍는 것은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된 셈”이라며 “독립된 공간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네 컷 사진’은 스티커 사진, 폴라로이드, 디지털 카메라의 출사 문화를 잇는 새로운 흐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