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에 등 돌리는 대학생, 투사는 옛말

-캠퍼스 내 시위 인식 설문조사 -부정적 주관식 답변이 과반 이상 -"공동체 인식과 사회문제 이해 필요"

2022-11-30     윤다교 기자

오늘날 대학생은 ‘투사’로서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과거 대학생의 모습과 분위기가 다르다.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소음 공해에 비유하며 캠퍼스 내 집회 및 시위를 달가워하지 않는 대학생이 늘었다.

지난 7월 불거진 ‘연세대 재학생들의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이나 최근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에서 일어난 ‘생협 노조 시위’ 중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냉소적인 시선을 체감하는 건 어렵지 않다. 채널PNU는 지난 11월 10일부터 15일까지 ‘캠퍼스 내 시위 관련 대학생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5개의 응답 항목으로 구성된 설문에 우리 대학 학생 122명이 응답했다. 

학내 시위 플래카드를 보고 지나치는 학생들. [조승완 기자]

설문조사 결과 캠퍼스 내 시위에 대한 인식을 묻는 객관식 항목은 △긍정적 인식 30.3% △보통 34.4% △부정적 인식 35.3%로 나타났다. 부정적 인식이 가장 많기는 했으나, 긍정적 인식과 부정적 인식의 비중 간 유의미하게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식의 원인을 묻는 선택적 주관식 답변에 절반 이상(53%, 65명)이 시위에 부정적인 인식을 표했다. ‘보통’에 응답한 학생의 대부분도 역시 주관식 항목에서 ‘관심 없음’으로 응답하며 사실상 부정적 인식을 보인 것이다.

캠퍼스 내 시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로는 ‘시끄러워서’가 전반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시위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과 불편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18학번 A 씨는 “관심도 없는 데다 소음만 일으키는 시위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2005년 우리 대학에서 벌어진 경비·미화 노동자 고용승계 요구 집회에서 많은 학생이 적극적으로 연대한 것에 비하면 확연히 대비되는 변화다. 당시에도 꽹과리와 확성기 등을 동원하고 큰 소리로 민중가요를 불렀음에도 반발 여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총학생회가 나서 대규모 서명운동을 진행해 많은 학생의 집회 참여가 이뤄지기도 했다.

시위에 대한 대학생의 부정적 인식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연세대 역시 지난 5월에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드러냈다. 일부 학생은 소음이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고소를 진행해 더욱 화제가 됐다. 과거 노동계 시민단체 등이 각종 주장을 펼칠 때 지원군 역할을 해오던 대학생들은 이제 소수가 됐다.

■‘이해 부족’으로 비롯된 거부감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대학생의 사회 문제 무관심과 개인주의 등으로 인한 공동체 인식 감소를 꼽는다. 주윤정(사회학) 교수는 “경쟁사회에서 학생들이 시험이나 취업 등의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 공동체 의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학내 관심 감소로 대학 공동체 구성의 중심인 총학생회의 투표율이 꾸준히 감소했고 작년엔 54년 만에 총학생회 구성에 실패하기도 했다.

주 교수는 오늘날 학생들이 시위하는 본질적인 노동자나 시민의 권리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생각해보지 않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에서 시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회 문제를 단순히 여기고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양소영(사회학 석사 21) 학생회장도 “대학생의 경우 스스로가 화이트칼라 직종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해 시위에 참여하는 노동자나 약자의 이야기를 자신과 먼 것으로 여기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설문조사 주관식 항목에도 ‘남 일 같아서 관심이 생기지 않음’이라는 답변을 볼 수 있었다. 주 교수 역시 이러한 부분에 있어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대학생이 노동자로 살게 될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내 시위를 지지하는 사회학과 대자보. [조승완 기자]

■“대부분 노동자로 산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서 캠퍼스 내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의 예시로 이번 노조 시위에 있어 캠퍼스 곳곳에 사회학과 일동의 지지 주장을 작성한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시위 인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21학번 B 씨는 “노동 시위 등은 노동 3권에 명시돼 있는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것으로 학생도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불만의 소리가 있었을지라도 타 대학과 달리 우리 대학에서는 혐오 대자보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서 역량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며 “시위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시위 소음을 부정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넓은 시각에서 근본적 문제를 파악하고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동체 인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