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us] 빛의 향연을 따라 걷는 해운대 거리
-지난 18일부터 두 달간 거리 밝혀 -구남로, 해운대 시장길, 백사장 등 -크리스마스엔 시민 대상 이벤트도
부산 해운대의 여름이 바다라면, 겨울은 빛이다. 매년 연말이면 ‘해운대 빛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하늘을 수놓은 듯한 불빛은 장관을 이루고 지는 한해가 아쉬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지난 11월 18일 개막한 제9회 해운대 빛축제를 둘러봤다.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해운대광장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해운대 빛축제는 오는 1월 24일까지 68일간 구남로뿐 아니라 △해운대 해수욕장 △해운대 광장 일대 △해운대 시장길 △온천길은 건물과 건물 사이 거리를 밝힌다.
해운대 빛축제의 점등은 구남로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해운대 해수욕장이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작년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방침의 강화 때문에 운영시간을 단축했지만 이번에는 기존의 시간대로 진행한다. 단, 운영 부스들은 소등 시간보다 오후 10시이며 더 빨리 마무리된다.
올해 축제 테마는 ‘Again, 그리고 빛의 바다’다. 구역별로도 정해진 키워드가 있다. 구남로는 빛을 모은다, 즉 ‘Assemble’을 상징한다. 해운대 시장길은 반짝이는 하늘, ‘Twinkle Sky’ 이고 온천길은 ‘Golden Street’, 금빛거리이다. 키워드와 걸맞은 조명과 구조물이 다양해 지루할 틈이 없다.
■빛축제 꽃은 포토존
편하게 거리를 따라서 걷기만 하면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중심지인 구남로 입구를 지나면 ‘환영의 나무’와 네온사인으로 만든 나무 전시품이 보인다. 그 뒤로 ‘빛 터널’과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트리, 그리고 월드컵과 관련된 축구공 형태의 돔형 구조물을 따라서 나오면 2022라는 숫자가 눈앞을 반긴다. 적당한 포토 스팟을 찾아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을 남기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촬영한 사진은 인근에 설치된 유료 부스에서 인화한 뒤 소원 월(Wall)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철조망에 소원을 적은 엽서와 함께 부착할 수 있다. 다채로운 색깔의 컬러 전구가 휘감고 있는 아치형 통로가 중간 중간마다 있어서 축제 현장의 분위기가 끊기지 않는다. 특히 길거리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2023 숫자와 대형 트리는 대표적인 포토존이어서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백사장에는 흘러나오는 음악 리듬에 맞춰 빛을 내는 선형의 장식들이 시시때때로 화려하게 반짝거리는 미디어존이 있다. 중앙의 스크린은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수십 가지 빛의 스펙트럼으로 구성된 영상을 상영한다. 계단식 좌석에 앉아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백사장 한 켠에는 마치 해운대 바닷가의 푸른 물결과 같은 구조물이 있다. 밤바다를 밝히는 영롱한 불빛과 낮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래의 조화는 축제의 캐치 프레이즈인 ‘천지의 빛깔’가 잘 어울렸다. 백사장에 설치된 빛 거리 길이는 약 400m인데 작년보다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입장 인원을 최대 2000명으로 제한해 밀집 위험을 줄였다.
■소문난 먹거리도 가득
해운대 빛거리가 빛나는 또 다른 이유는 먹거리다. 구남로 거리는 △개미집 △밀양순대돼지국밥 △해운대초량밀면와 같이 이미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이 넘쳐난다. 해운대 시장길은 거리가 온통 핫도그, 호떡, 그리고 분식류 등의 가벼운 것들부터 본격적인 식사 메뉴로 해산물, 회, 그리고 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가게들로 가득하다. 식사뿐만 아니라 디저트 종류도 다양하다. 앉아서 쉬다갈 수 있게끔 카페가 멀지 않은 간격으로 거리에 유명 브랜드 카페와 개인 카페가 하나씩 있다. 서울에만 지점이 있던 ‘카페 노티드 해운대점’은 가장 핫한 카페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빛 축제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가 열린다. 시민들이 합창, 중창, 독창 등으로 캐롤송을 부르고 상도 받는 재능기부형 이벤트 ‘전국 캐럴송 콘테스트’가 열린다. 이어 해운대 이벤트 광장에서 유니세프 어린이 합창단과 시민단체의 합동 공연인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린다. 오후 8시부터 산타들이 선물을 증정하고 플래시몹을 펼치는 ‘200명 해운대 산타 축제’가 이어진다.
관람 비용 자체는 무료지만 주차 구역이 따로 없어서 자가용을 이용할 시,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지하철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에 내려서 1번과 3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두 곳 모두 구남로 입구와 완전히 맞닿아 있다. 버스는 횡단보도를 한 번만 건너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대학교 정문에서 100번과 100-1번 시내버스를 타면 교통 상황에 따라 약 1시간 10분에서 20분 정도가 걸린다. 정류장은 해운대도시철도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