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할 시간에 '학술지 찾기' 삼매경
-우리 대학, 구독 학술지 감소 추세 -전자자료 늘렸다지만 여전히 부족 -”환율 상승 탓에 구독 중단 불가피"
“불법이라도 어떡하나요? 연구를 할 수가 없는데. 아니면 친구들한테 부탁해야죠.” 공과대학의 한 연구실에서 환경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박사과정생 A(17) 씨는 학술지를 찾을 수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우리 대학 도서관이 해당 학술지 구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학술지를 무료로 배포하는 불법 웹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더 많은 학술지를 제공하는 수도권 대학의 지인에게 학술지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우리 대학 도서관 자료를 보면 우리 대학 도서관이 연구 지원을 위해 구독하던 학술지(연속간행물)의 수는 5년에 걸쳐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2017년 1,375권 구독 중이던 연속간행물은 △2018년 1,364권 △2019년 1,217권 △2020년 807권 △2021년 525권으로 감소했다. 우리 대학 외국학술지지원센터 역시 비슷하다. 외국학술지지원센터는 2017년 436권의 외국 학술지를 구독했지만 △2019년 408권 △2020년 312권 △2021년 268권 △2022년 238권 △2023년 127권으로 지난 7년간 70%를 절독했다.
도서관은 이용률이 낮은 지면 학술지 대신 전자 자료 공급을 늘렸다는 입장이다. 대학회계에서 도서관이 학술지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국내·외 학술지 및 잡지 구독료는 △2018년 6억 829만 2,000원 △2019년 6억 1,181만 2,000원 △2020년 5억 9,806만 원 △2021년 4억 4,500만 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2022년에는 1억 4,500만 원까지 줄어들며 4년 전 대비 75%의 큰 감소율을 보였다.
대신 학술DB와 전자저널 구입에 사용하는 예산은 △2018년 12억 4,731만 원 △2019년 12억 9,244만 6,000원 △2020년 26억 9,805만 원 △2021년 19억 6,263만 3,000원 △2022년 22억 6,263만 3,000원으로 증가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자료 사용이 전자 자료 위주로 넘어가는 추세”라며 “배당된 예산과 자원을 전자자료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자자료인 전자저널과 학술DB 구입비 증가량은 지면 학술지 구입비 감소량을 보완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학술지 구입에 사용하던 예산을 전자자료 구입에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구독 중인 학술DB의 수는 △2019년(80종) △2020년(85종) △2021년(86종) △2022년(84종)으로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구독 중인 전자저널 역시 △2018년 41,669종 △2019년 54,683종 △2020년 61,061종 △2021년 93,473종으로 2017년 114,960종 구독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원생 B(기계공학) 씨는 “기존에 이용하던 엘스비어(Elsevier) 사의 저널이 열리지 않아 랩에서 연구 시 참고하기가 어렵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우리 대학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구호가 무색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환율과 구독료 상승 영향이란 분석도 있다. 학술지의 대다수가 해외 출판물인 탓에 환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외국학술지지원센터 관계자는 전문 학술지 특성상 구독료가 비싼 편이기에 환율과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 구독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환율이 1,480원까지 올라갔다”며 “올해를 넘겨 환율이 안정화되면 현재 구독을 중단한 학술지들 상당수를 구독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