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 근무환경, 이대로 괜찮나
-부산캠퍼스 35곳 둘러보니 -숙직 기본 가구도 주워다 마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도 발견 -지역 대학 대다수 관련 조사 전무
지난 2월 22일 찾은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한 건물 경비실. 한 평(3.3㎡) 남짓한 방에 천장은 타일 하나가 빠져 있고 침상은 성인 남성이 누우면 발을 뻗을 수도 없었다. 옆에 놓인 낡은 에어컨과 냉장고 등 전자 제품은 대다수 교직원들이 쓰고 버린 것이라는 경비원이 설명이 이어졌다. 경비원 A 씨는 “나무 구해다가 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며 “학교에 지원을 부탁해 본 적도 없고 그런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경비원 2인이 하루씩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채널PNU>가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두 달간 부산캠퍼스 내 취재가 가능한 경비실을 조사한 결과, 경비실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35곳 중 26곳이 숙직에 필요한 가구들을 지원받지 못해 경비원 사비로 마련하거나 다른 건물 또는 교수 연구실 등에서 버려진 가구를 주워 쓰고 있었다. 사범대 등 일부 단과대 행정실이 가구를 지원하기도 했지만 극소수에 그쳤다. 지난해 9월 29일 우리 대학 환경 미화원 휴게 공간이 새단장했지만 경비실 환경은 여전한 것이다.
환기 문제도 심각했다. 공간이 매우 협소하고 외부로 통하는 창문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총 35곳 중 15곳이 1~3평이었으며, 대부분 복도로 통하는 창문은 있지만 야외와 연결된 창문은 없었다. 화학관 경비실의 경우 창고에만 창문이 있어 환기하려면 문을 열어둬야만 했다.
경비실 위치가 법에 저촉되는 건물도 다수 있었다. 지난해 8월 18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휴게시설의 바닥부터 천장까지의 높이는 2.1m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경비실 35곳 중 9곳이 계단 아래 위치에 천장이 경사져 있다. 고용노동부 나상명 사무관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경비실이) 계단 밑에 있어 어떤 곳은 2.1m가 넘지만 어떤 곳은 넘지 않는 등 높이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법 위반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휴게시설 또한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모든 사업장 내 휴게시설 설치는 의무다.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휴게시간에 푯말을 걸어 두고 근무와 단절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나 사무관은 “근무 공간이 휴게시설로 인정되려면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휴게시간이니 민원 전화 등은 해당 시간 이후에 해 달라’는 팻말 같은 것을 붙여놓고 근무와 철저하게 단절돼야 한다”며 “경비 업무 특성상 쉬고 있는데 수시로 전화가 오거나 민원이 들어올 수 있는데, 이는 휴게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경비원들은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려하고 있었다. 경비원이 우리 대학 소속이 아닌 외부 용역 소속이다. 어렵게 목소리를 내도 개선 사항이 희박한 데다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경비원 B 씨는 침상을 촬영해도 되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위에서 왜 사진을 제공했냐고 뭐라 할 수도 있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부산 지역 대학교에 있는 경비실 환경에 대한 실태 조사는 전무하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부산경남본부장(동명대 소속 경비원)은 “부산 지역 대학의 경비원 대상으로 통합 조사를 한 적이 없어 현재 수준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국립대와 사립대도 서로 형편이 달라 각 대학별로 조사를 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큰 대학들은 경비원이 많아서 휴게시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부 작은 대학들은 경비원 자체가 적어 형편이 더욱 좋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대학본부는 우선 예산 확보 및 조사 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총무과 김현종 주무관은 “지난해에 개선된 휴게공간은 미화원 전용이 아니라 현장 근로자의 휴게실이기 때문에 미화원과 경비원이 공용으로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근무 공간의 경우, 지난해 휴게공간을 개선하느라 예산이 먼저 투입됐기 때문에 추후 조사를 해서 필요하다면 꼭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