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 대기줄 행렬··· "지쳐도 저렴하니까"

-점심·저녁 학생 식당 포화상태 -학생도 급식 노동자들도 불편 -코로나19 완화·물가 상승 탓

2023-03-17     신유준 기자

지난 15일 정오를 조금 넘긴 점심시간,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금정회관 앞에는 배식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대기 줄은 금정회관 1층 학생식당과 2층 교직원 식당으로 향하는 실내 계단을 훌쩍 넘어 건물 밖 도보까지 이어졌다. 건물 입구 앞은 식권 발권자와 식판 대기줄이 뒤섞어 구분조차 힘들었다. 어떤 학생은 “여러 무슨 줄이에요?”라고 물은 후에야 다른 대기 줄에 선 걸 깨닫기도 했다. 같은 시각 △문창회관 △샛벌회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 완화와 물가상승의 여파로 우리 대학 학생식당을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잦다. 점심·저녁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인파가 몰려 학생들과 급식 노동자들의 불편이 큰 상태다.  

지난 3월 15일 점심시간, 금정회관 앞에 학식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건물 입구를 넘어 도보를 가득 메웠다. [서민경 기자]
지난 3월 15일 점심시간, 문창회관 학생식당 앞에도 학생들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서민경 기자]

학기 초면 학생식당을 찾는 학생 수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올해는 유독 그 폭이 크다. 우리 대학 대표 학생식당인 금정회관에 따르면, 올해 3월(1~13일) 식수 인원은 지난해 3월(1~13일)보다 35% 이상 늘었다. 금정회관은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며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학생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금정회관 김남경 영양사는 “아직 학교 밖 지리를 잘 몰라 가까운 학생 식당을 이용하는 신입생들이 많은 데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대면 수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 인원 중 대다수는 올해 입학한 23학번이었다.

하지만 저녁 시간 대기줄도 만만찮은 것은 물가 상승 여파와 무관치 않아보였다. 캠퍼스 밖 식당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에도 금정회관 입구를 넘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고 특정 메뉴는 조기 마감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3월 8일에는 일품이 조기 마감돼 이미 식권을 뽑은 일부 학생은 정품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김 영양사는 “점심시간에는 1, 2층 둘 다 운영하는데, 저녁 시간엔 1층만 운영하다 보니 석식 운영 시간 1시간30분 내내 대기 줄이 무척 길고 사람이 붐빈다”고 말했다. 김병우(기계공학, 17) 씨는 "예전에는 3~4000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바깥에도 있었지만, 이젠 학교 앞 식당도 배달도 너무 (가격이) 올랐다"며 "이 정도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 학식밖에 안 남아서 사람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음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 배식을 받고 식사를 마치려면 시간이 촉박하단 것이다. 정재원(정보컴퓨터공학, 23) 씨는 “자리도 부족하고 줄 오래 섰다가 강의 시간 때문에 못 먹고 갈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민승(기계공학, 23) 씨는 “대기 줄이 조금 길더라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감수하고 학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식수 인원이 급증에 따라 급식 노동자들의 고충도 커졌다. 문창회관 조리실 실장은 “식수 인원이 급증한 것이 확실히 체감된다”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영양사는 “노동자 수는 한정적인데 예상 식수 인원보다 더 많이 몰리면 힘이 들 수밖에 없다”며 “자율 배식 메뉴가 많아질수록 소요 시간이 길어지기에, 학생들이 선호하는 메뉴가 있는 배식구에 담당 인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