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해법안에 피해자의 눈물은 없다"
부산 대학생겨레하나 대표 인터뷰 -청년기금은 본질 덮는 꼼수 -구상권 포기는 반한법적 처사 -과거를 팔아 얻는 미래는 없어
‘부산 대학생겨레하나(겨레하나)’는 역사를 지키고 평화와 통일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근현대사 역사동아리다. 겨레하나는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부산에서 △캠페인 △서명운동 △전시회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2016년 12월 28일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는 데 앞장서서 활동하고 전쟁범죄를 반성하지 않고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재무장 반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채널PNU>는 지난 3월 20일 겨레하나 이승민(기계공학, 18) 대표를 우리 대학 인근 카페에서 직접 만나 윤 정부의 일본 강제동원 해법안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생각을 들어 봤다.
△강제동원 해법안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심정은.
-믿기 힘들고 참담했다. 수십 년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 온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해법안이 발표된 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명예 회복과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기 위해 싸워온 피해자들을 모독하는 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은 일본에 동냥해 받는 돈 따위는 필요 없다고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피해자들과 온 국민이 반대하는 해법안을 밀어붙이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
△강제동원 해법안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해법안 그 자체가 문제다. 우리나라가 먼저 내놓은 해법이 지금의 해법이다. 일본과 합의한 해법도 아닌 것이다. 지금의 해법안은 일본 전범 기업에 책임을 묻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우리나라 기업이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안이다. 제3자 변제안은 미쓰비시와 협상할 당시 양금덕 할머니가 거절한 안인데도 우리나라가 먼저 내놓았다. 수십 년간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배상을 요구했던 피해자의 목소리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일본의 책임을 지우고 면죄부를 주는 해법안이다. 2018년 우리나라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판결을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부정하는 것은 사법 주권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해법안에 포함된 ‘미래청년기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미래청년기금은 강제 동원의 사죄·배상과 상관없이 청년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이다. 이는 해법안의 본질을 덮고 미래지향적인 결정이라고 포장하려는 꼼수라고 생각한다. 윤 정부가 말하는 미래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눈물은 없다. 윤 정부는 청년을 ‘나라 팔아먹은 돈이라도 돈만 주면 되는 존재’, ‘피해자들의 사죄·배상을 대신한 돈을 받아도 상관없는 몰역사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강제동원 해법안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줄 알았다”와 같은 반응도 나온다.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해법안 자체가 오로지 일본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피해자나 대법원의 판결을 대변하지 못했다. 국익을 위해서라고 얘기하지만, 우리나라에 어떤 국익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앞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명목으로 무엇을 더 내어줄지 우려된다. 심지어 일본 정부에서도 한국 정부가 이렇게까지 양보할 줄 몰랐다고 할 정도니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윤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계승한다고 말한다. 윤 정부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존중한다고 생각하는가.
-계승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죄·반성을 명문화한 회담이다.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대한 입장문을 다시 읽는 것을 거부하고,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 입장을 계속한다고 했다. 여기서 역대 내각 입장은 극우 정권의 입장이 포함되는 것이다. 역대 일본 극우 정권들은 조선에 대한 식민 지배가 합법이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을 범죄자로 지칭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계속해서 부인하며 편해하고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밝혀왔다. 역대 내각 입장을 계승한다고 밝힌 것은 식민 지배를 정당화해 온 일본 극우 세력의 입장이 전면 수용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 정부가 강제동원 구상권을 포기하며 일본과의 외교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구상권 청구를 포기한다고 하는 것은 일본 총리 앞에서 전범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결을 대통령이 부정한 것이다. 이는 심각한 사법주권 훼손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위반한 반헌법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데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의 사법권을 존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3.16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평가한다면.
-3.16 한일 정상회담은 강제동원 해법안을 대가로 형성된 정상회담이다.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어떤 사죄·반성도 없었으며, 되려 일본은 강제동원 자체가 없었다는 망언을 내뱉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는 ‘식민 지배는 합법’이라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한국 대통령 앞에서 읊조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굴욕적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은 온데간데없었다. 우리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철저히 일본 국익을 위하는 매국적인 정상회담이었다. 심지어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 독도 영유권 문제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의 청구서를 받아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정부가 모든 것을 내어주는 ‘조공 외교’를 보여 줬는데, 앞으로의 현안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된다.
△정부의 ‘미래지향적’ 외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를 팔아 얻을 수 있는 미래는 없다. '미래지향적'이라는 말에 과거를 숨기고 팔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는데, 윤 대통령의 미래에는 도대체 누가 있는지 의문이다. 수십 년간 싸워온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짓밟고 만들어진 미래는 올바른 미래가 아니다. 미래지향적이라고 말하는 대통령의 역사관을 단호히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