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거리의 밤을 지키는 이들, 장전지구대

경찰 야간근무 동행기 -쉴 틈 없는 신고에 ‘종횡무진’ -개강 후 취객도 신고도 늘어 -"더 나은 치안 위해 노력 중"

2023-03-28     조승완 기자

지난 3월 17일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앞에 있는 부산 금정 경찰서 소속 장전지구대를 찾았다. 오후 9시경 방문한 장전지구대는 다음날 오전 9시까지의 야간 근무를 위한 교대를 진행하고 있었다. 소속 경찰관들은 언제 발생할지 모를 사건에 대비해 출동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사건·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금요일 밤, <채널PNU>는 경찰 경력 30년의 베테랑 임주용·한승목 경위와 함께 시민 안전과 지역 치안을 지키기 위한 야간 근무에 동행했다.

지난 3월 17일 방문한 장전 지구대. [조승완 기자]
저녁 10시 경 북문 원룸촌 일대를 순찰하고 있는 모습. [조승완 기자]

장전지구대는 △장전 1동 △장전 2동 △금성동을 관할하는 경찰 기관이다. 총 51명이 4조 2교대 형식으로 근무하고 있다. 근무조는 관할 구역을 순찰하며 범죄 및 신고에 항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범죄 예방을 위해 장전동 일대에 △여성안심귀가길 △범죄예방강화구역 등을 설정하여 거점 순찰을 실시하기도 한다. 현재 근무조는 12시간을 연달아 근무하며 총 4대의 순찰차를 운용하고 있다.

■쉴 틈 없는 출동

우리 대학 캠퍼스 정문 ‘띵동’ 소리와 함께 순찰차 내 휴대폰에 신고 알림이 울렸다. 화면에는 신고내역이 실시간으로 반영됐고 무전기에서는 ‘장둘(순찰2조) 출동 가능합니까?’라는 음성이 들렸다. 장전2동으로 이어지는 원룸촌 순찰 후 대기 중인 상태였다. 신고자는 NC백화점 폐점 시간에 미처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해 내부에 갇혔다고 했다. 도착 후 임 경위는 신고자에게 신고 정황을 확인하고 한 경위는 건물을 돌며 출입구를 찾았다. 이후 경비업체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 곳곳을 살폈으나 건물 자체 경비업체가 확인이 되지 않았다. 결국 문을 강제로 개방할 방안을 강구하던 중 건물 내부를 순찰하던 경비원의 도움으로 신고자는 폐점 1시간 만에 건물을 빠져나왔다. 임 경위는 “장전동 일대는 정말 다양한 유형의 신고가 접수된다”며 “각 신고별로 유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정초등학교 뒤편의 폐가촌을 순찰했다. 해당 지역은 과거 주거 구역 건설이 추진됐으나, 건설 조합 내부 비리·부패 등의 문제로 무산된 이후 방치된 상태였다. 순찰차를 입구에 주차하고 좁은 골목을 지나자 부서진 잔재들과 공·폐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 폐가의 정문에는 경찰 특별순찰구역임을 알리는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했다. 임 경위는 “근방에 초등학교 및 주거지역이 조성되어 있어 범죄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잦은 신고가 접수되는 장소인 만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주기적인 순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가촌 순찰을 마치고 오후 11시가 넘어가자 신고 알림이 쉴 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전기에서는 ‘장전 1동 데이트 폭력 신고 장하나 출동합니다’, ‘장삼 지원 배치하겠습니다’, ‘현장 도착 후 파악 완료했습니다. 특이 사항 없어 종결합니다’ 등 신고 내용에 대한 보고와 대응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순찰차에 탑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종 사건이 접수되기도 했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인근에서 술을 마신 이후 친구가 실종됐단 신고에 순찰차는 속도를 높여 신고지로 향했다. 인근 대기 중이던 순찰차는 일찌감치 사건 파악에 돌입했다. 한 경위는 “어떤 순찰조가 출동하여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며 “장전 지구대뿐만 아니라 타 지구대와 연계하여 지원 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 사건을 인계한 임 경위와 함께 마지막 순찰지로 향했다. 부산대역 1·3번 출구에서 우리 대학 정문까지 이어지는 ‘젊음의 거리’였다. 젊음의 거리로 향하는 와중에도 무전기는 쉴 틈이 없었다. △데이트 폭력 △실종 신고 △분실 신고 등 다양한 사건이 접수됐고 출동 허가를 받은 경찰관은 신속히 현장으로 향했다. 자정경 방문한 술집 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신 학생들과 행인들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특히 막차 시간에 맞춰 술자리를 떠난 인파로 보행자 통행 역시 어려웠다. 

■취객 늘고 인력은 적고

자정 무렵 신고를 받고 술집 거리로 출동한 경찰관들의 모습. [조승완 기자]

임 경위는 근무상 어려운 점으로 △지역 경찰 인력 감소 △주취자 처치를 꼽았다.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고 흉포해지면서 경찰력이 필요한데 그만큼 인력이 충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 수요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인근 지구대와의 협업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취자와 관련된 신고를 저리하면서 발생하는 충돌도 쉽지 않다. 임 경위는 “술에 취하다 보면 학생들이 욕설을 하거나 심하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며 “(술에 취해) 즐거운 기분은 이해하지만 힘이 드는 부분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전지구대는 신고 출동이나 순찰 외에도 범죄예방진단팀(CPO)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각종 방범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금정경찰서는 지난 3월 9일 전국 최초로 체류 외국인 협력치안 인프라 ‘FPO팀’을 신설했다. FPO팀은 체류 외국인 및 유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으로 주민들의 체감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이날 장전지구대를 방문한 금정경찰서 윤석원 외사정보관은 “지난 3월 14일 부산대 및 부산외대 일대의 합동 방범진단을 진행했다”며 “범죄 대응뿐만 아니라 범죄 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예방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전지구대 옥영노 대장은 지구대 구성원 모두가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경찰 생활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원동력은 시민들의 감사라고 했다. 임 경위는 “경찰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음에도 감사함을 표해 주실 때 진정으로 힘이 난다”며 “30여 년의 기간 동안 한 직업을 이어갈 수 있는 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옥 대장은 “부산대학교가 위치한 장전동의 특성을 고려한 젊은 시각의 치안 서비스를 추진 중”이라며 “경찰의 노력과 더불어 학생분들도 다른 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임 경위의 무전기가 울렸다. 술집 거리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지원 요청이었다. 임 경위와 한 경위는 짧은 인사를 건네고 곧장 지구대를 나섰다. 장둘(순찰 2조)의 경광등만이 빛나는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