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유창해도 탈락... 유학생 합격률 전국 최저

-우리 대학 외국인 유학생 언어 능력 전국 2위 -높은 어학 기준과 낮은 합격률에 언어 우수 인재 불합격 증가 -유학생, "높은 기준 부담스럽지만 도움 돼"

2023-04-27     최선우 기자

우리 대학이 지나치게 높은 입학 조건 요구로 수년째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원자가 요구 조건을 능가하더라도 합격률이 지나치게 낮아 우수 인재의 불합격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우리 대학 한국어 능력 우수 지원자(TOPIK 4급 이상) 불합격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c)최선우 기자

우리 대학은 유학생 입학 조건으로 최소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 취득 또는 언어교육원 3급 이상 수료를 요구한다. 해당 기준을 하향하는 것은 불가하지만 상향의 경우 개별 학과 재량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이에 4급 이상의 조건을 요구하는 학과가 점점 증가하면서 불합격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 대학의 ‘2023학년도 후기 학부 외국인 특별전형 모집 요강’에 따르면, 총 22개 학과에서 TOPIK 3급을 초과하는 언어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중 4급 이상 지원을 조건으로 하는 학과는 18개, 5급 이상은 4개 학과로 확인됐다.

우리 대학의 요구 조건을 능가하더라도 합격은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은 매년 상향되는 추세지만 합격률은 5년째 전국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대학 최소 입학 조건인 TOPIK·언어교육원 3급을 초과하는 급수의 지원자 중 불합격한 인원은 2018년 25명에서 2022년 75명으로 늘었다. TOPIK 최고 등급인 6급을 보유하고도 불합격한 사례 역시 5년 사이 1명에서 15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우리 대학 국제처 관계자는 “지난 5년간 학부 유학생 합격률 평균은 42.4%였는데, 이는 전국 최저 수준의 합격률”이라며 “입학 조건이 타 대학에 비해 높은 상황에서 합격률도 낮아 한국어 우수 지원자들이 점점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합격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답보 상태다. 외국인 유학생 비율로 확인하는 국제화 지표도 상황은 같다. 대학정보공시에 공개된 '외국학생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우리 대학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2%대를 맴돌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는 우리 대학 유학생의 언어 능력 충족 비율이 83.2%로 전국 2위임을 감안할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인근 국립대와 비교했을 때도 우리 대학의 유학생 입학 조건은 높은 편이다. 우리 대학은 총 22개 학과에서 TOPIK 4급 이상을 요구하는 반면 △전남대 △전북대는 3급 이상의 조건만 갖추면 모든 학과에 지원할 수 있다. △경북대 △부경대 역시 각각 9개·2개 학과만이 4급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학부 수준에서 TOPIK 5급 이상을 요구하는 대학은 이들 중 우리 대학이 유일하다.

높은 입학 조건을 요구하는 학과들은 입학 후 커리큘럼 소화를 위해선 높은 한국어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TOPIK 5급 이상이 필수적인 경영학과는 “제시된 입학 조건은 학과 강의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건”이라며 “기준을 낮추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간호학과도 "학과 입학은 모집 요강의 기준에 따른다"며 현행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보였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높은 한국어 수준 요구가 부담되지만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선 결국 필요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위저 베로니카 멜라니(사회학, 22) 씨는 “학과의 요구조건이 쉽지 않은 것은 맞지만 대학 수업을 이해하려면 입학 조건보다 높은 한국어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TOPIK 6급을 받았음에도 수업 현장에서 부족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쿠르만 올자스(나노에너지공학, 19) 씨도 “대부분의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되는 우리 대학은 수도권 대학보다 한국어 중요도가 높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대학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유학생 유치에 힘쓰고 있다. 국제처는 영어로 입학해 한국어 능력을 키워 졸업하는 현지특별전형과 미리 한국어 교육을 제공한 뒤 적정 능력에 도달하면 입학하는 예비입학제 등을 시행 중이다.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특화 과정으로 한국어를 집중해 가르치는 외국인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