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 주기식' 버디 활동에 유학생 불만

-인증 절차 미비한 PNU Buddy 프로그램 -활동 증명에 필요한 사진 찍고 연락 두절 -15시간 안 채워도 자격 정지 등 대책 없어

2023-05-04     김현희 기자

지난 학기 한국에 온 교환학생 A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학생활원 위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 버디(Buddy)에게 연락했지만 “기숙사에 살지 않는다”는 무성의한 대답을 받았다. 이후에도 A 씨는 한국 학생이 알 만한 ‘사소한 질문(small questions)’을 몇 차례 했지만 버디는 늘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서툰 한국어로 연락을 해 보았을 땐 오히려 응답이 없었다. A 씨가 병원의 위치를 물었을 땐 이미 카카오톡 계정을 차단당한 상태였다.

버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외국인 학생의 물음에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하는 한국 학생. (c)김현희 기자

우리 대학 국제처에서 주관하는 ‘PNU Buddy(버디)’ 프로그램이 허술한 활동 인증 절차로 도마 위에 올랐지만 대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디로 활동하고 있는 일부 한국 학생들이 지정된 활동 시간을 지키지 않는데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것이다.

버디 프로그램은 우리 대학 한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을 1:1 또는 1:2로 연결하는 제도다.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프로그램 활동을 모두 이행한 학생은 △활동 확인서 발급 △비교과 마일리지 10점 △교환학생 지원 시 가산점 3점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 심화로 활동 인증 조건이 완화되면서 발생했다. 활동 후 증빙 사진 1장만 제출해도 활동이 인정되면서 이를 악용하는 학생들이 생긴 것이다. 기존 조건에 따르면 증빙 사진 4장을 제출해야 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A(국어국문학, 22) 씨는 "버디와 딱 한 번 만났는데, 그때 사진 2장을 찍어야 하니 여분의 점퍼를 가져오라고 했다"며 "당시엔 왜 셀카를 찍어야 하는지 몰랐는데, 2번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B(국제학, 22) 씨도 "버디와 만나 사진을 찍은 이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라며 “이 프로그램이 온라인 기반 활동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PNU Buddy 프로그램 활동 인증 보고서. [출처: 부산대학교 국제처 누리집]

버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유학생들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버디 프로그램의 취지와 달리 한국 학생들의 참여가 미비해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고르자타 피어진카(국제학, 23) 씨는 "일부 한국 학생들은 버디 프로그램에 있어 노력하길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국제학, 22) 씨도 "국제처는 학생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샤 고르디엔 피케(국어교육, 22) 씨는 "한국 학생과 교환학생이 서로 만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 대학 국제처는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대책을 마련하기엔 어려움이 있단 입장이다. 국제처 관계자는 “학생 스스로 본인이 채워야 하는 시간을 인지하고 이행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격 정지 등의 대책은 없다”며 "유학생으로부터 불만이 제기되면 국제처 측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학기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활동비도 없어 의무 시간까지 통제하기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제처는 지난해까지 버디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했지만 올해부터는 예산 문제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한편 버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국 학생들은 △입국 안내 △기숙사 입사 지원 △국내 통장 개설 △외국인등록증 신청 △수강정정 및 수강취소 등 9개 활동을 필수 이행해야 한다. 선택 활동으로는 △개인 또는 그룹별 문화 체험활동 △공항 픽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