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파상력
기후위기가 심각한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1980년대부터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와 '기후 변화(climate change)'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와서야 ‘기후 변화’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기후 변화’를 체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2018년 10월 8일 인천 송도에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 제48차 총회가 진행되었고, 이 자리에서 「지구 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라는 문건이 채택되었다. 이 문건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파리협약에서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로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8년 이후 그레타 툰베리, 코로나19의 창궐, 2020년의 최장 기간의 장마, 2022년 울진, 삼척에서 벌어진 장기화된 산불 등으로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시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9월 2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후 정의’와 ‘체제 전환’을 외치는 35,000명의 기후 시민들이 운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보고서」가 공개되었고, 상황은 2018년의 결론보다 악화되었고, 우리의 삶이 붕괴될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되었다.
우리의 삶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의 양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발한 난방비 대란은 기후위기, 에너지 안보, 에너지 불평등, 공기업의 적자 등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 가격 상승에 대응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 관점에서 설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 대응은 단기적인 난방비 지원책에만 매몰되어 있다. 지금처럼 에너지 소비하는 삶은 지속 가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기업, 정부 화석 연료 시스템에서 붙들려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한다면 에너지 경제 전문가 게일 티어베르그는 “재생 에너지가 우리를 구원할 수 없고,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는 다른 전기 공급원과 마찬가지로 화석 연료 기반 시스템의 일부”라고 지적한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 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만드는 광물을 땅에서 채굴해야 한다. 이러한 광물을 채취하는 것은 토착민의 주거지를 심각하게 파괴한다. 탄소포집을 포함한 지구공학(Geotechnical engineering)으로 기후위기를 구할 수 있다는 믿음들이 있지만 이에 대한 성과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후위기’라는 붕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신재생 에너지 보급, 기술공학적인 접근을 넘어서 ‘탄소 시스템’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붕괴’라는 현실에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안의 힘을 모으려면 ‘탄소 시스템’, ‘무한 성장’ 신화를 깨뜨리는 파상력(破像力)이 선결 과제이지 않을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지상에 온갖 고통들이 나타났지만, 그 끝에는 ‘희망’이라는 씨앗이 나타나 우리가 살아갈 ‘용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는가. 기후위기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러한 결심이다.
*파블로 세르비뉴·라파엘 스테방스(2022), 『붕괴의 사회정치학』,에코리브르 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