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개교 77주년 총장 기념사

2023-05-17     차정인 총장

사랑하는 효원가족 여러분!

부산대학교 개교 77주년을 맞는 뜻깊은 날입니다. 77년 전 대학설립운동을 펼친 건학의 선진들이 국립대학 인가서를 받아들고 감격했던 날을 기념하며 우리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날입니다. 77세는 사람으로서도 희수(喜壽)로 불리는 귀한 연륜입니다.

오늘로써 저는 총장 4년 임기의 마지막 1년에 접어듭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저는 오늘 기념사에서, 지난 3년간 우리가 힘을 모아 이뤄낸 일들을 통하여, 마치 이 충무공께서 군진에 몆 척의 배가 있는지 확인한 것처럼, 우리의 역량과 자산을 확인하고, 앞으로 지혜를 모아 헤쳐 나가야 할 일들에 대하여 구상을 밝히고자 합니다.

임기 첫해인 2020년,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으로 시작했지만, 우리 부산대는 구성원의 협력 속에 잘 이겨내면서 위기에 대처하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지난 3년간 우리 대학은 중장기발전의 기초가 될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대거 확보했습니다. 대학본부와 단과대학, 그리고 학과에서 지혜를 모으고 집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36개 교육연구단(팀)이 선정되어 전국 대학 2위를 기록한 ‘4단계 BK21 사업’은 사업비 연간 260억 원, 본부 대학원혁신비로 올해 103억 원을 지원받아 전국 대학 중 최고액을 받았습니다. 또한 국립대학육성사업은 연간 100억 원,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연간 80억 원, 작년에는 창업중심대학에 신규 선정되어 연간 80억 원, LINC 3.0에 신규 선정되어 연간 55억 원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7년간 337억 원을 지원받는 ‘데이터사이언스 융합인재양성’ 사업에 선정되어 내년 3월 데이터사이언스 전문대학원을 설립할 것입니다. 이 분야는 반도체 못지않은 중요한 첨단학문분야입니다. 또 인공지능 교육역량을 인정받아 ‘인공지능 융합혁신 인재양성사업’에 선정돼 63억 원을 지원받습니다.

RIS사업에서 우리 대학은 친환경스마트선박 분야에 연 94억 원을 지원받습니다. 3년간 164억 원을 지원받는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유치와 연간 70억 원씩 4년간 지원받는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사업까지 선정되면 우리 대학은 명실상부한 반도체 명문대학이 될 것입니다.

또한 지자체와 함께 RISE 체계 재정지원사업을 추진하게 되며, ‘글로컬대학 30’ 사업은 우리 대학의 도약을 이뤄줄 담대한 비전을 담아 적극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특별한 책임을 맡아 수고해 주시는 교직원들께 감사드리고, 저도 총장으로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우수한 신입생을 확보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최고도로 끌어올리는 것이야말로 명문대학의 핵심요소입니다. 2021년 우리 대학은 ‘학생1인당 교육비’가 국립대 처음으로 2,000만 원을 돌파했으며, 입시 경쟁률도 13~14대 1로 높습니다. 특히 의약계열의 지역인재전형비율은 전국 최고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1년 우리 대학은 ‘환태평양대학협회(APRU)’에 국내 대학 중 6번째로 가입해 대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캘리포니아 대학 등 해외 우수대학과의 교류를 넓히고 있으며, 외국인전담학과 신설도 준비 중입니다.

교수님들이 연구실에서 땀 흘린 성과야말로 우리 대학의 위상과 자부심의 원천입니다. 최근 QS세계대학 학문별 평가에서 우리 대학은 15개 학문분야가 100위권부터 500위권에 랭크되면서 국내 모든 대학 중 9위를 차지했습니다. 「네이처 인덱스 2022년 세계교육기관 평가」에서 우리는 국내 종합대 7위, 거점국립대 1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연구재단 2022년 대학연구활동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대학 전임교원의 논문게재 실적은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고려대에 이어 5위이고, 특히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은 가장 많은 26개 과제가 선정되어 국내 대학 전체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발전기금 모금에서도 괄목할 만한 3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창원한마음병원이 약정한 발전기금 100억 원으로 연구진흥기금을 신설했으며, BNK 부산은행의 사회공헌재단이 부산대발전기금 매년 5억 원 지속적 지원을 결정한 후 첫 2년치를 받아 새벽별당을 만들었습니다. 경암교육문화재단은 저의 임기 내에 잔액출연을 마무리할 것이고, 이후 대학본부는 경암기부금 100억 원 가량의 활용방안을 마련하여 발표할 예정입니다.

대형건물 신축계획으로는 정보의생명융합공학관은 금년 8월 준공하고, IT관, 제6공학관, 사회관, 양산캠퍼스 다목적관, 동물실험센터, 천연물안전관리원, 영남권역 감염전문병원 등 건축물이 순차적으로 신축될 예정입니다. 새벽벌도서관 1층 러닝커먼스 공간과 2층의 새벽별당, 밀양과 양산의 도서관 리모델링을 마쳤으며, 캠퍼스 13개 건물의 유휴공간을 살려 틈새학습공간 500여 석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학생들의 학습공간과 캠퍼스환경은 어느 정도 갖추어진 만큼 저의 남은 임기 1년 동안에는 교수님들을 위한 시설개선을 전면적으로 하려 합니다. 교수연구실, 강의실 등의 냉난방과 바닥재, 창호, 출입문과 화장실까지 쾌적한 교육 연구 환경으로 빠르게 바꿔나갈 것입니다.

사랑하는 효원가족 여러분!

최근 교육부는 첨단분야를 이유로 수도권대학 정원규제를 풀었습니다.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해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사회가 지켜온 최후의 둑이 무너진 것입니다.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작년 7월 수도권 증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대학 증원’을 자제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총장들의 합의정신과 대규모 증원이 학내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반도체특성화대학 사업에 필요한 필수 인원 20명만을 증원 신청하였습니다. 오직 실리 차원에서만 판단하더라도 학생정원은 욕심낼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눈앞에 이익이 던져졌을 때, 대학지성인으로서 우리는 옳고 그름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대학 간 협력과 연대에 앞장서고 더 많이 수고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던 맏형의 자세를 일관되게 견지해야 우리 부산대학에 미래가 있습니다.

대학마저 시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가치와 정신, 정도를 버리고 존경심을 잃어버린다면 큰 발전은커녕 몇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효원가족 여러분!

우리가 확인한 것처럼, 우리의 역량과 자산은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지역대학들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우리 부산대학교는 다릅니다. 장기발전의 기틀을 만들면 기필코 도약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1년간 저는 마치 임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처럼 업무에 임할 것입니다. 혁신도시법 개정, 수의과대학 설립, 부산교대와의 통합 등 대학 장기발전의 기틀이 될 주요 정책과 현안 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흔히 임기 마지막 해를 하산에 비유합니다만, 적절한 비유가 아닙니다.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을 등산에 비유한다면, 저는 부산대 구성원들과 함께 내년 5월 11일까지 등정을 계속하다가 고지가 보이는 능선 그 어딘가에서 소임을 마칠 것입니다.

중용에 성자(誠者) 천지도(天之道)요 성지자(誠之者) 인지도(人之道)라고 했습니다. 「진실」은 하늘의 도요, 「진실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사람의 몫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남은 1년을 길고 긴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진심을 다해 소명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효원가족 여러분,

저와 함께 걸어온 지난 3년 동안 참 수고 많았습니다. 업무에 정성을 다하는 교직원 여러분의 모습은 늘 고마웠고 늘 감동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님」이신 부산대학교의 발전을 위하여, 힘차게 나아갑시다. 여러분이 계신 그곳에 저도 늘 같이하도록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차정인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