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완월동] 성매매 온상 키우는 난개발에 비판 봇물
-최근 초고층 주상복합 건설 승인돼 -성매매 업주들 이익 독식 불보듯 -타지역과 달리 여성 지원책도 전무 -시민단체 "누굴 위한 재개발인가"
‘동양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로 불렸던 부산 서구 완월동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재개발 계획이 승인됐다. 성매매 알선업자에 개발 이익을 안겨주는 방식은 정의롭지 못하단 지적과 함께 성매매 온상을 키우는 반인권적인 난개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8월 2일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대책위)’는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완월동 재개발을 시가 공익적으로 책임질 것을 주장했다. 현재 승인된 민간 재개발 방식은 개발 이익을 성매매 가해자가 가져가는 악순환의 고리라는 것이다.
완월동은 2004년 성매매 특별단속법의 시행 이후 성착취 문제의 기록사적 장소로 남아있다. 지난 2019년 출범한 대책위는 꾸준히 공공적 성격으로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2020년 시와 서구의 협력으로 공공개발이 추진됐으나 그해 12월 국토부 도시재생 뉴딜 공모 최종 단계에서 탈락했다. 재개발 논의가 지연되던 가운데 지난 6월 민간 건설사에서 49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사업 계획을 제시했으나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지적으로 완화된 46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6개동 건설 계획이 승인됐다.
■ 재개발 수혜주는 업주?
대책위는 이를 두고 ‘범죄자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결정’이라고 반발한다. 이대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의 건축이 추진된다면 성매매 카르텔을 근본적으로 해체하지 못할뿐더러, 재개발 이익이 포주와 같은 성매매 알선업자들에게 흘러간단 것이다. 완월동 일대에 건물을 소유한 이해관계자들이 대부분 성매매 알선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변정희 대표는 “이런 식의 재개발은 무허가 불법 성 착취를 통해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이 특혜를 받는 것”이라며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그들이 또다시 부를 축적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성매매 업소들로 둘러싸인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일반 시민에게 이로울지도 미지수다.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지금도 단속을 피해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현재 몇몇 업소를 단순히 허물고 외적인 부분만 개선하는 것은 실질적 인식 개선이나 인근 거주민을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집결지를 재개발하는 경우 구체적인 성매매 업소 폐쇄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암암리에 운영하는 업소를 완전히 폐쇄하려면 지자체의 주차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였던 대구의 자갈마당의 경우 대구시와 관할 권역인 중구가 △여성지원 문제 △도시계획 문제 △단속 문제의 세 부서를 총괄하는 협동 TF팀을 구성해 체계적으로 폐쇄를 진행했다.
■자활 지원 없으면 성매매 온상 커져
대책위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위한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대구시는 2017년부터 성매매 여성이 집결지를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생계비와 주거비를 지원했고 이후 4년간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총 90명의 성매매 여성을 지원했다. 충남 아산시 또한 성매매 피해 여성을 위한 여성인권현장 상담소를 상시 운영하고 의료 물품과 의료기관을 지원했다. 집결지인 장미마을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병행됐다.
부산여성지원센터 꿈아리 관계자는 “성매매 피해 여성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서는 업소 밖으로 나왔을 때 자립을 가로막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해 ‘긴 기다림의 시간’과 ‘지속적인 자활 지원 정책’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2019년 다른 지자체보다 빠르게 성매매 집결지 피해자를 위한 자립·자활 지원 조례가 제정됐지만 지금까지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성매매 업계 종사자들이 또 다른 성매매 집결지로 이동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꿈아리 관계자는 “부산에 있던 또 다른 성매매 집결지인 ‘해운대 609’의 폐쇄 이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완월동이나 미남촌 등의 다른 성매매 집결지로 다수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모두를 위한 재개발을 위해서는 지역의 외양을 바꾸는 것과 더불어 성매매 관련인과 같은 지역의 내부인을 바꾸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