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반도체 인재양성 허브된다

-지난 학기, 반도체 사업 잇따라 선정 -향후 투자할 지원금 900억 원 달해 -부산시와 차량용반도체 육성 협업 -"지역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

2023-08-31     윤지원 기자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싸움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5년 새 국제 정치·안보적 측면에서 중요한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반도체 발전을 위한 국가들의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우리 대학을 중심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단 기대가 나온다.

지난 5월과 6월 우리 대학은 반도체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향후 정부로부터 받게 될 지원금은 900억 원에 달한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구축사업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원사업 등을 통해 우리 대학은 국가 반도체 사업을 집대성할 예정이다. <채널PNU>는 우리 대학이 반도체 인재양성의 허브로 거듭날 기회를 얻은 배경과 그 의미를 짚어봤다. 

■전수조사 통한 전략 구축

우리 대학이 500억 규모의 반도체공동연구소 건립 사업을 통한 첨단 시설 마련에 이어, 328억 원 규모의 반도체 학부 신설 및 75억의 지원을 받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사업을 따낸 데에는 사전에 꾸린 TF팀이 도움이 됐다. TF에는 기획처를 중심으로 △국제처장 △기획처장 △공대학장 △나노대학장 △정보의생명공학대학장 등이 참여했다. 위원장은 반도체 사업 총 책임자인 공과대학 학장 최재원(기계공학) 교수가 맡았다. 특히 반도체 특성화대학 사업은 TF를 중심으로 사업 신청 1년 전부터 준비가 이뤄졌다. 반도체 특성화대학 사업단장인 이문석(전자공학) 교수는 “(선정을 위해) 관련 학과 교수 7, 8명을 중심으로 사업 신청 제안서를 세심하게 작성했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반도체 TF 팀 구성 후 열린 회의. [최재원 공과대학 학장 제공]
우리 대학 반도체학과에 임명된 특임 교수진. [최재원 공과대학 학장 제공]

TF는 불리한 지역적 조건을 딛고 반도체를 특성화하기 위한 방식을 고민했다. 이에 가장 먼저 우리 대학의 역량을 진단했다. 반도체와 관련해 우리 대학의 약점 또는 강세를 가지는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TF는 전수조사를 통해 △우리 대학 학생들의 진출 분야 △보유 장비 △우리 대학 반도체 관련 논문 △기업체에 전수한 기술 이전 이력 등을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에 정통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등에 자문을 구해 우리 대학의 차별화할 점을 모색했다. 그 결과 부산시가 과거부터 발전시켜 온 전력 반도체 산업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

이번 사업 달성에는 학생들의 공도 컸다. 졸업 후 우리 대학 학생들이 반도체 기업에 진출한 정도가 평가의 중요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할 우리 대학 과거 실적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우리 대학 졸업생이 기업에 진출한 실적이 좋아 (졸업생들이) 얼마나 활약하고 있는지 정리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반도체 실험 시설의 유지와 활용 정도도 중요한 평가 지표로 활용됐다.

반도체 인재양성의 허브로 거듭날 기회는 수도권에 밀리지 않는 우리 대학의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 공동연구소 사업을 통해 동남권 거점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우리 대학에 유치하는 것으로 교육과 연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사업 책임자인 이성식(전자공학) 교수는 “앞으로 우리 대학이 권역 내 모든 대학과 반도체 기업을 선도하는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채널PNU> 2023년 6월 2일 보도).

■국가 균형 발전에도 기여

우리 대학의 성과는 ‘지역대 죽이기’로 비판 받은 정부의 ‘반도체 학과 정원 규제 완화’ 정책 속에 이뤄낸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도체 초강대국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교육부를 중심으로 ‘반도체 학과 정원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으로 비수도권 대학은 신입생 미달이나 폐과에 이르게 하는 ‘지역대와 지역 죽이기’ 정책이란 논란이 빚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인재 양성의 중심축이 우리 대학으로 옮겨오면서 국가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우리 대학과 부산시의 반도체 분야가 수도권과 차별화돼 있다는 점, 부·울·경에 여러 산업체가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성장 발판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은 부산시의 관계가 더욱 촘촘해진 만큼, 서로 협력해 지역 및 국가의 반도체를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최 교수는 “우리 대학의 시설들이 전국 반도체 분야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게 돼 있다”며 “부산시와 한 몸이 되도록 운영하고 설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균형 발전은 지속해서 추구해야 하고, 반도체 분야에 있어서 우리 대학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18일 우리 대학에서 만난 최재원 공과대학 학장. 반도체 TF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현채 기자]
지난 8월 11일 우리 대학에서 만난 반도체 특성화대학 사업단장 이문석 교수. [윤지원 기자]

부산시도 우리 대학의 반도체 인재양성을 위해 국내·외적 입지 확보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시와의 연계로 ‘극한환경용 Vehicle 반도체’의 특성화를 구상한다. 이는 현재 부산시에서 주력하는 파워(전력)반도체를 포함한 차량용반도체를 육성하려는 구상이다. 우리 대학은 다음 해 3월까지 전기전자공학부 내에 반도체공학전공을 신설해 지역 반도체 전문인력 배출을 꾀한다. 이문석 교수는 “지역에 특화된 반도체를 경쟁력 있게 개발해 유능한 반도체 산업 인력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대학 교수들은 최근 이뤄진 사업 선정들이 부산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한다. 우리 대학 졸업생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하나의 산업 분야가 마련되는 계기란 것이다. 최 교수는 “청년 고급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운영 인력 필요에 따라 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주변 학문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우리 대학의 반도체 분야 전망은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이 주력하는 극한환경용 반도체는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국방 △항공우주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문석 교수는 “사업 종료 후에도 반도체 교육이 자생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재원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우리 대학에서 주력하는 반도체 분야는 꼭 필요하고 앞으로도 희소성, 효용성 등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지속 가능성이 보장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