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된 어퍼머티브 액션, 우리나라는?
-국내 입시 등 소수자 우대책 활발 -채널PNU 학내 인식 조사한 결과 -응답자 85% "소수자 우대 필요하다" -전문가들 "능력주의 함께 갈 수 있어"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위헌이라 판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수자 우대 조치가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에 불씨가 당겨졌다. 대학 입학이나 취업 등에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조치가 개인의 능력을 경시할 수 있어 ‘능력주의’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견과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다양성’을 지켜가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모양새다.
한국에서도 어퍼머티브 액션은 꾸준히 찬반의 화두에 올랐다. 대표적으로 여성할당제 찬반은 지난 21대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기도 했다. <채널PNU>는 국내 소수자 우대책을 두고 적극적 우대 조치와 능력주의에 대한 우리 대학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봤다. 지난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설문에 우리 대학 학생 100명이 참여했다.
■다양성·기회평등 위한 제도
한국은 미국처럼 다인종 사회는 아니지만, 대입 또는 취업 전형에서 다양한 소수자를 고려하기 위한 어퍼머티브 액션이 시행되고 있다. 실질적 성 평등을 위한 양성평등 채용목표제와 지역 균등을 이루기 위한 농어촌 특별전형·지역 할당제 등이 그것이다. 1995년 제정된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는 공무원 시험에서 어느 성별 한 쪽이 70%를 넘지 않게 해 여성의 진출을 돕기 위한 제도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지역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으로 꼽히는 만큼 대입이나 취업 시 지역민을 일정 비율에 맞춰 우선 선발하도록 하는 제도도 활성화돼 있다.
이러한 국내 소수자 우대 정책에 대해 우리 대학 학생 100명 가운데 85명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기회의 실질적 평등을 이루는 방법이기 때문’이 78.8%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과거에 소수자들이 입었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항목에 응답한 학생은 14.1%로 나타났다. 이익집단을 다양하게 구성함으로써 다양한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단 의견도 있었다. 또한 전체 설문 참여자의 81%는 ‘향후 입시 및 채용에서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응답자의 15%는 소수자 우대 정책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해당 조치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원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보다 능력 있는 사람의 진출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 항목이 46.7%로 나타났다. 뒤이어 ‘제도 악용 우려’와 ‘정책 시행이 근본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어서’ 항목에 응답한 비율이 각 20%로 집계됐다. 소수자를 규정하는 기준 자체가 불명확하단 의견도 나왔다.
■‘능력주의’ 제대로 인식해야
소수자 우대 조치와 관련한 담론에서 ‘능력주의’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능력주의는 소수자 우대 조치를 반대하는 의견의 주요 근거로 작용한다. 이러한 능력주의는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청년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가 됐다. 빅데이터 기반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최근 1년 기준 ‘능력주의'를 가장 많이 검색한 연령대는 10대(검색 비율 58.4%)였다. 그 뒤를 이은 연령대는 20대(검색 비율 25.6%)로 각 검색 비율 5.7%, 5.3%를 차지한 3∙40대보다 월등히 높은 관심도다.
설문에 참여한 우리 대학 학생들의 과반수 역시 ‘능력주의’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이들은 전체의 52%로 ‘부정적’에 응답한 18%의 학생 비율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보통이다’에 응답한 학생은 30%로 집계됐다. ‘입시 및 채용에서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응답한 학생들도 ‘능력주의’라는 키워드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능력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면 소수자 우대 정책이 추구하는 다양성을 함께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능력주의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도출된 ‘성적’에만 집중하는 의미란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 교육 불평등에 대해 연구하는 윤민종(교육학) 교수는 능력주의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조건들이 어떻게 내 노력을 형성하는지를 이해한다면 쉽게 능력주의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자본주의화 돼 모두를 경쟁 상대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상황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내가 100을 누리면 세상 어딘가엔 1밖에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반드시 존재한다"며 "사회적 소외 계층에 불평등 이슈가 미칠 영향력을 인지하는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