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전통주] 청년 사로잡아 다시 피어나는 전통주 문화

-청년이 주도하는 전통주 성장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 매김해 -전통주 즐기는 동아리도 생겨 -스스로 양조하는 청년들도 등장

2023-11-01     조승완 보도부장

우리 대학 부산대학로 앞의 한 주점. 평일 이른 저녁인데도 청년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저마다의 손에는 전통주 막걸리를 이용해 만든 칵테일 ‘막테일’이 들려 있다. 육전과 편육이 가지런히 준비된 식탁 앞에서 청년들은 서로 술의 맛과 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지난 9월 17일 우리 대학 전통주 동아리 ‘주인공’과 ‘부산대 골목상권 마케터즈’가 기획한 ‘우리 술 시음회’ 현장이다. 시음회는 전통주 바(bar) ‘동동주동주’에서 10여명 가량의 규모로 진행됐다. 주인공 동아리의 회원 뿐만 아니라 직장인, 대학생 등 술을 사랑하는 다양한 청년들이 모였다. 과거 ‘옛 것’ 혹은 ‘연령층이 높은 문화’로 여겨졌던 전통주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이제 전통주는 청년들도 즐기는 주(酒)류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채널PNU>는 ‘전통주’ 기획 시리즈를 통해 가가호호 술을 빚던 우리네 전통이 청년들과 함께 다시금 살아나는 현장을 보도한다.

지난 17일 전통주 바(bar) '동동주동주'에서 '우리술 시음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완 기자]
부산대학로에서 운영 중인 전통주 업체들의 모습. [조승완 기자]

 

■전통주 시장, 청년 관심 먹고 ‘쑥쑥’

우리 술 ‘전통주’ 시장은 2017년부터 지속적인 성장세를 띄고 있다. 현재까지 발급된 지역특산주 제조면허만 1,500여 개에 이르며 매년 새로운 양조장과 전통주가 등장한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서 발표한 ‘2021년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주의 전체 출고수량도 2020년(12,862㎘) 대비 89.2%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브루펍(직접 제조한 술을 파는 주점) ‘꿀꺽하우스’ 이준표 공동대표는 “전통주가 전체 주류시장의 1%를 돌파했다”며 “젊은 분들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주 시장의 성장세에는 청년들의 선호 증가가 한몫했다. 농식품부는 같은 보고서에서 전통주 시장의 성장 추세를 분석하면서 고급주류 소비에 관심이 많은 청년 세대가 전통주에 관심을 둔 것을 성장 원인으로 꼽았다. 젊은 층의 전통주 창업 붐 역시 산업 확대를 견인한 핵심으로 언급했다. 전통 주점 ‘애착’ 최창석 대표는 “술 문화가 단순히 취하는 것이 아닌 차분하고 즐거운 트렌드로 변화하면서 시장 자체도 변했다”며 “이제는 기존 연령층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 역시 전통주 문화를 선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주 문화가 성장세를 타면서 우리 대학로에도 본격적으로 전통주 업체들이 등장하는 추세다. 전통주 바 △동동주동주 △술화당 및 전통주점 △효원주가 △장전하회 그리고 전통주 리쿼스토어 △술25 등이다. 업종도 펍(pub) 혹은 바(bar)라고 불리는 ‘주장(酒場)’ 뿐만 아니라 전통 음식과 전통주를 함께 즐기는 ‘전통주점’ 그리고 전통주만을 별도로 판매하는 상점인 ‘리쿼스토어’ 등 다양하다. 지난달에는 전통주를 양조하는 ‘태인정도가’ 양조장이 문을 열기도 했다.

지난 9월 21일 밤 9시경 방문한 부산대학로 전통주점은 학생들로 붐볐다. ‘효원주가’를 방문했던 박준규(정치외교학, 21) 씨는 “전통주 종류도 다양하고 직원 분들이 직접 술을 설명해 주셔서 좋았다”며 “일반적인 술집과 달리 안주도 특색 있게 구성돼 있어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30 청년들의 새로운 콘텐츠

전통주를 즐기는 청년들이 모여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다. 이번 시음회를 주최한 ‘주인공’이 그 예다. 주인공은 평소 전통주 문화를 즐기던 우리 대학 학생들이 시작한 동아리로 △전통주 시음회 △양조장 견학 등을 주축 활동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심우섭(식물생명과학, 18) 회장은 “우리 술은 서양 술과 달리 ‘누룩’을 베이스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많은 분들이 새롭다고 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문화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과 함께 시음회를 주최하고 있는 동동주동주 정혜원 대표는 “사뭇 어색할지라도 전통주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바라며 시음회를 열고 있다”며 “더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방문한 '꿀꺽하우스' 양조장에서 임수현 씨가 양조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조승완 기자]

시음회에 방문한 청년들은 호평을 이었다. 시음회라는 독특한 이벤트를 통해 처음 전통주를 경험한 청년들도 계속해서 전통주 문화를 즐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 전통주 시음회에 방문했다고 밝힌 추지훈(사회학, 20) 씨는 “기존에 간단하게 전통주를 먹어만 보았지 이렇게 깊게 경험해 본 것은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인공의 회원으로 세 번째 시음회 참가라고 밝힌 손시우(재료공학, 19) 씨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전통주를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시음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동아리 주인공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음회를 통해 전통주 문화를 알릴 계획이다. 독특한 전통주와 이벤트를 통해 더욱 접근성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심 회장은 “반응이 좋으면 전통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도전해 볼 예정”이라며 “음악과 전통주가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도 좋은 콘텐츠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청년, 전통주 시장에 뛰어들다

전통주를 마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전통주를 양조하는 청년들도 늘어났다. 팬데믹 이후 집에 자신만의 바(bar)를 만드는 ‘홈바’ 문화가 흥행하면서다. 전통주 양조 자체가 큰 부재료 없이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가가호호 집에서 술을 빚던 문화가 다시금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꿀꺽하우스’에서 근무 중인 청년 브루어 임수현(전기공학, 17) 씨도 집에서 양조를 처음 시작했다. 임 씨는 “밥, 물, 밥솥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취미"라며 "한 번씩 즐겨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꿀꺽하우스' 최승하동대표 역시 “양조라는 취미가 앞으로 전문적인 활동으로 넘어서는 중간 과정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입되기 시작한 청년층을 완전히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승하 대표는 “전통주에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점점 다양해지는 젊은 층의 기호를 겨냥하고, 브랜드 리뉴얼을 하는 등 다양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통주를 하나의 브랜드로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스토리나 디자인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씨는 사람을 ‘열 받게’ 하는 새로운 시도들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임 씨는 “해외 맥주 양조장의 경우 맥주 발효를 위해 맥주를 배에 싣고 항해를 떠나는 괴짜같은 케이스도 있다”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얘네는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떠오르는, 그런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서도 성장하는 전통주 시장을 이끌 동력으로 ‘젊은 감성’을 강조한다. 청년 세대에게 전달될 홍보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2021년 보고서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홍보를 통해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하며, 특히 주 소비층인 'MZ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젊은 감성으로 홍보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