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으로 갓생" 산 타는 청년들

-등산 찾는 2030세대 늘어 -SNS '오등완' 인증하기도 -자연 친화·도시 접근성 좋아 -"산 오르면 잡생각 사라져"

2023-11-02     이윤정 기자

부산 금정산의 등산로 입구에서 만난 김수진(29세, 부산 동래구) 씨는 “등산이 취미가 된 건 1년 반 정도 됐다. 처음에는 체력을 기르고 싶어 시작했는데, 계속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등산의 매력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 24일 녹색의 잎과 시원한 가을바람이 어우러진 등산로에서는 선선한 날씨를 즐기로 나온 2·30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등산은 중장년층의 문화라는 인식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근 산을 오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2021년 1월 25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등산 인식 관련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64%, 30대의 70%가 ‘요즘 들어 산을 찾는 젊은 층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청년들의 등산에 대한 선호도는 SNS를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등산스타그램‘ 해시태그가 쓰인 게시글은 2023년 9월 26일 기준 168.6만에 달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도 산을 찾는 젊은 층들이 최근 많아졌다고 체감하고 있었다. 우리 대학 산악 동아리 ‘PNUAC’ 에서 부장을 맡고 있는 껫분르 분야눗(식품영양학, 21)씨는 “2021년에는 동아리 모집 시 면접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2022년 1학기부터 동아리 지원자가 많이 늘면서 면접도 추가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PNUAC 부원 김호서(물리학,19)씨는 “클라이밍 인기의 영향으로 청년들이 산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4일 금정산에서 등산을 즐기는 청년들의 모습. [이윤정 기자]
우리 대학 등산 동아리 'PNUAC' 활동사진. [껫분르 분야눗 제공]

■등산과 함께하는 ‘갓생’

젊은 세대가 산을 찾는 이유는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 그중 하나는 ‘갓생’ 트렌드다. 갓생은 ‘God(신)’과 ‘생(인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을 상징하는 Z세대의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다. 부지런한 삶을 살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지만 등산은 비용 부담이 적고 건강까지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김수진 씨는 “산에 오르려면 일찍 일어나는 게 좋은 데 그러다 보니 부지런한 생활 습관을 갖게 됐다”며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니 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SNS’의 인증 문화도 등산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다. 등산을 즐기는 2·30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 ‘오운완’의 변형인 ‘오등완’(오늘 등산 완료) 해시태그를 쉽게 볼 수 있다. 젊은 등산인들은 이 해시태그를 통해 산의 정상에서 찍은 인증 사진을 공유하며 ‘갓생’을 나누고 있다.

■자연에서 느끼는 성취감

등산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진행되는 취미 활동이라는 점에서 다른 취미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평소 등산을 즐기는 서 모(21세, 부산 연제구)씨는 등산 활동을 이어 나가는 이유에 대해 “땀을 흘리며 걷다 보면 개운함을 느끼게 된다”며 “정상을 정복했을 때 오는 성취감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산길은 산마다 다르기 때문에 오르는 재미가 있다. 처음 오르는 산은 정상을 향해 오를 때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인공 환경에 둘러싸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산은 특별한 쉼터의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배산에 다녀왔다는 최혜빈(21세, 부산 연제구) 씨는 “산을 오르면 잡생각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호서 씨는 “연구나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생각이 고착되거나 ‘번아웃’이 오지만, 산을 오르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되고 생각의 전환을 맞을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도시 접근성이 좋은 것도 등산의 큰 장점이다. 우리 대학은 금정산과 맞닿아 있어 산행 활동하기 좋다. 박준재 씨는 “우리나라 특성상 산이 많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산을 찾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껫분르 분야누 씨는 “등산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바로 금정산으로 오를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