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50km' 핵폐기장 건설?··· 말 없는 부산시

-日 쓰시마 시의회 건설 재추진에도 -부산시와 우리 정부 뚜렷한 입장 없어 -시민사회 "위험 떠안아야 하나" 불안

2023-11-02     최윤희 기자

부산에서 불과 약 50km 거리에 위치한 일본 대마도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려는 일본 시의원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부산과 밀양 사이의 직선거리와 비슷해 우리나라 시민사회의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정부와 부산시의 무대응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9월 12일 쓰시마 시의회에서 ‘대마도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안’이 찬성 10명, 반대 7명으로 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일본 시민사회와 대마도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제기되자 지난 9월 27일 쓰시마시의 최종 결정권자인 히타카쓰 나오키 시장이 건설 거부권을 행사하며 핵폐기장 건설은 잠정 연기됐다. 그러나 지난 9월 30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여전히 건설에 찬성하는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핵폐기장 건설을 위한 주민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 15일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당의 모습.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제공]

■위험시설 설치에 대한 ‘파급효과’와 ‘불안감’을 직면해야 하는 부산시민

우리나라 시민사회가 대마도 핵폐기물 처리장 거부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대마도에 설치를 추진하는 핵폐기장은 방사선의 방출 강도가 높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주로 다루는데, 방사선 세기가 높은 만큼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박상현 활동가는 “안전한 기술력과 부지를 찾아야 해 처리장 건설은 복잡한 문제”라며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핀란드와 스웨덴뿐”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연이은 인근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소식에 부산 지역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10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당에서 만난 서은숙 시당위원장은 “민주당으로 대마도 핵폐기장 추진 소식을 들은 부산 시민들의 우려 전화가 여러 통 왔다”고 말했다.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이 집중적으로 분포한 지역에 사는 부산 시민들의 불안감에 대해 공감하며 관심을 가져야 할 의제”라고 전했다.

핵 문제와 관련한 또 다른 파급 효과의 발생 가능성도 문제로 떠올랐다. 대마도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이 설치된다면 이후 부산에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시설에 대한 추진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단 것이다. 부산의 고리 원전 내에 폐기 결정된 핵연료를 저장하는 시설을 짓는 ‘고리 특별법’ 추진 논의 등이다. 박 활동가는 "(대마도 핵폐기장 건설로) 부산에 당장 핵폐기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압박감이 커지고, 추후 위험한 물질을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마도 핵폐기장 건설에 침묵하는 ‘부산시’와 ‘우리 정부’

대마도 핵폐기장 건설 추진 움직임과 시민사회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지만, 부산시와 우리 정부의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11일 부산 지역 166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부산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대마도 핵폐기장 건설 추진을 반대하고, 부산시가 부산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쓰시마시와 일본 정부에 핵폐기장 건설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범시민운동본부에 참여하는 박 활동가는 “핵폐기물 처리장은 다른 쓰레기 처리장과 차원이 다른 문제인 만큼 시의회 차원의 요구가 필요했다”며 “부산 지역 내에서 핵폐기장 문제에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야권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에서도 나온다. 지난 9월 15일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시 남구에 위치한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보이지 않는 부산시를 비판했다. 서 위원장은 “(지난 9월) 27일 쓰시마 시장이 반대했으나 (재추진의 가능성은) 항상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에서 가장 멀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와 부산시가 침묵하는 것은 부산 시민의 안전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권과 부산시의 뚜렷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