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올바름] 요즘 PC에 요즘 청년이 답하다
채널PNU 주최 초청 간담회 -우리 대학 재학생 4인 참석 -공통 지적사항은 '위화감' -"기존 PC와 다르게 접근해야"
게임과 영화, 스포츠 등에서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이 가미되며 관련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 세대 학생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채널PNU>는 지난 11월 15일 ‘정치적 올바름 간담회’를 열고 우리 대학 학생들은 PC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견을 들었다. 참석자는 △사회과학·인문 계열을 전공했는가 △사회과학·인문 주제의 토론 활동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관심이 있는가 등의 기준으로 선정했다.
참석자들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향하는 정치적 올바름의 순기능을 이해하면서도 정치적 올바름을 문화와 상업 콘텐츠에 담으려면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심도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치적 올바름이 지적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는 수용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 참석자(가나다 순)
▷강동우(행정학, 21) 사회과학대학 학생
▷이석재(정치외교학, 19) 사회과학대학 학생
▷최창표(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19) 사회과학대학 학생
▷한솔(사회학, 22) 사회과학대학 학생
△영화, 게임 등 컨텐츠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이유는?
-최창표: 게임이나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들은 넓게 보면 대중 문화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대중 문화는 여타 매체에 비해 파급력이 크다. 따라서 최근에 여러 매체들이 pc요소들을 넣는 이유는 대중 매체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파급력을 고려해,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나 게임 등을 사용하는 것 같다. 다만 이 방식이 너무 지나치다 보니 비판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강동우: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고 기업에서 그런 부분을 신경 쓰고 있을 것이다. 공급은 수요를 따라간다는 면에서 (PC를 추구하는 방향 자체가) 과한 흐름으로 바뀐 것 같다. 기업들이 이미지 쇄신 보다는 수요에 맞춰서 행동을 하다 보니 잠시 강한 내용을 제시하기도 하고, 비판을 받으면 줄어들기도 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 같다.
-한솔: 최근 개봉한 <인어공주>의 디렉터는 디즈니에서 요즘 가장 핫한 작곡가인 립마누엘 미란다다. 원래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으로 유명했는데 <해밀턴>이라는 뮤지컬을 만들어서 성공한 바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오래전부터 등장 인물 인종을 자유롭게 캐스팅하는 관행이 있다. <해밀턴>에서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흑인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봤을 때, 립마누엘이라는 사람 입장에서는 피부색을 벗어나 배우를 선발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인어공주를 만들 때는 다소 상황이 달랐던 것 같다. 인어공주는 세계적인 작품일 뿐더러 영화와 뮤지컬은 제작과정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지 않나. 앞서 말한 캐스팅에 익숙하지 않은 영화 관람객 입장에서는 ‘왜 인어공주가 흑인이지?’라는 괴리감을 느낄 수도 것이다.
-이석재: 영화나 게임 등은 취미의 영역이다.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들과는 다르게 삶의 영역에 깊고 깊게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PC라고 일컬어지는 운동 혹은 현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든 주장하는 사람들이든 영화나 게임을 통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설파를 하고자 콘텐츠 시장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C 컨텐츠를 향한 강한 반발... 이유가 무엇일까.
-최창표: PC가 들어가서 성공한 유형들은 위화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주인공이 아무리 흑인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애초부터 시리즈가 지향하려는 바가 명확했기 때문에 스파이더맨이 흑인으로 나오든 아시아인으로 나오든 대중들에게 전혀 비판받을 우려가 없었다. <인어공주>의 경우에는 인종만 바뀌었지 무언가 큰 의미를 전달하고자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고전적인 스토리에서 인종만 바뀌다보니 대중들에게는 ‘피부색만 바뀌고 스토리는 그대로 따라가는 거라면 인종을 그렇게 바꾸면서까지 강행을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애초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확실하게 하는 등 체계적인 설명이 부족했다는 부분에서 대중들의 평가가 갈리는 것 같다.
-한솔: 영화나 드라마에서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이 있었던 사례로 넷플릭스의 <브리저튼>이라는 드라마를 찾아봤다. 영국 중세의 로맨스 소설이 원작이라 원작에서는 캐릭터들이 백인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인종을 캐스팅한다. 동양인 뿐만 아니라 흑인 귀족도 나오고 흑인 왕비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거의 없다. 왜 그런가 살펴보니 드라마 자체가 왜 흑인이 등장하는지를 구조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었다. 역사적 배경과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니 관객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인어 공주>가 실패한 것은 스토리에 있어서 굳이 인종을 바꿔야했던 필요성과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 주요했던 것 같다.
PC주의가 도입된 콘텐츠는 항상 반응이 극과 극이다. 반응이 안좋을 때의 대다수는 PC주의는 내세우는데 내세우는 것에 비해 퀄리티가 받쳐주지 못하는 경우였다. 즉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경우에는 퀄리티가 좋았으나 <인어공주>는 내세우는 가치에 비해서 퀄리티가 좋지 못했다는 것. 그렇기에 기업에서 PC주의적 가치를 내세우고자 한다면 퀄리티를 먼저 살리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석재: 백래시(backlash) 즉, 반발 심리에 맞춰서 생각을 해봤다. 아직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주제가 대한민국에서 주류로 취급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백종원 씨가 골목식당에 나와서 피자집 사장한테 왜 채식주의자를 위한 피자는 없느냐고 호통치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지 않나.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논리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다변화된 사회적 요구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거부감을 느끼고 그것이 집단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것들이 흑인 인어공주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것이 아니겠는가.
△현재 PC 논쟁의 핵심은 무엇일까?
-이석재: 나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명제는 이미 우리 사회 전반이 동의하는 보편적인 도덕률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자든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우리든 항상 이 규칙을 유념해야 된다. SNL이라는 프로그램을 종종 챙겨보는데 외국인들의 어눌한 한국어 실력을 패러디 대상으로 삼거나 수어를 희화화하는 등 몇몇 장면들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 누군가의 웃음이 누군가의 울음을 양분 삼아서 자라나게 되는 건 아닌지 한 번이라도 모두가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최창표: 인어공주가 파급력이 워낙 커서 PC의 실태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다른 인종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음에도 작품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사례가 이전에도 몇 개 있었다. 마이너한 주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좋은 작품을 뽑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위화감이 없게 설정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인어공주>나 최근에 마블에서도 선보이고 있는 성소수자 캐릭터 혹은 다양한 인종의 캐릭터들의 경우 자연스러운 구성원이었던 것처럼 위화감 없게 다루는 것이 아닌 '내가 여기서 마이너한 존재다', '내가 여기에서 부각되어야 할 존재다'는 식으로 의도성 있게 강조를 한다. 대중들에게는 '우리는 히어로 영화를 보려고 왔는데 왜 갑자기 이질성이 있는 사람이 우리를 가르치려고 하는 거지?'라는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솔: 위화감이라는 기준이 국가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사회 구조에 있느냐에 따라서 너무 다르다. 오버워치라는 게임에서 한국 유저들은 솔저라는 캐릭터가 동성애자라는 커밍 아웃을 했을 때 상당수 유저가 위화감을 표했다. 하지만 외국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인 캐릭터인 송하나를 PC주의로 언급했다. 요즘에 동성애자 캐릭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동성애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회 구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 우리가 있는 한국은 송하나가 자연스러운 것이고 미국이라는 사회 구조에서는 동성애자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PC가 본질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고민 끝에 PC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들었다. 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정치적 올바름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구조 자체를 기억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동성애자들에게 시급한 문제는 사회에서 동성애자라고 밝혔을 때 부당한 처우를 당하거나, 해고당하는 등의 피해를 받지 않고 이성애자처럼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동성애자 입장에서 영화에 자주 나온다고 뭐가 바뀌겠는가. 사회를 바꾸는 게 가장 우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PC의 올바른 취지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석재: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개인 혹은 집단이 과격한 방식을 통해서 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은 구조적인 요소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돌리는 과정이다보니 어느 정도 과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현실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어버리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C주의의 그 너머를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최창표: 다문화 사회로 이제 점점 더 변하다보니 생각도 점점 다양화되고 그에 따른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고 이러한 변화를 이용하려고 하는 세력들도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간에 다른 사람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배타적으로 대하는 태도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고 하는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취지가 바람직하게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솔: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것이 가장 우리에게 받아들여지기 쉽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걸 반대로 하면은 우리가 이제까지 당연하다고 받아들인 것들이 전부 다사회와 고정 관념의 산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어공주에서 인종이 흑인으로 바뀌면 이상하게 받아들이지만, 이외에 원래는 유색 인종이었는데 백인으로 인종이 바뀌는 경우도 많이 있다. 즉 무작정 수용하기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현실에 있는 문제도 집중하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한다면 PC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