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예방교육 들었나요?' 이수율 또 저조

-매년 30% 넘지 못하는 교육 이수율 -올해 기준 못 넘겨 '부진기관' 될지도 -교육 의무화 필요성 꾸준히 제기돼

2023-11-30     유승현 기자

우리 대학이 법정 의무 교육인 ‘폭력예방교육’의 이수율이 저조해 ‘부진기관’에 선정될 위기에 처했다. 인권센터가 독려에 나섰지만 당장 이수율을 끌어올릴지 미지수다.

최근 우리 대학 인권센터는 공문을 통해 법정의무교육인 ‘폭력예방교육’의 이수율이 아직 학생 16%, 전임교원 49%에 불과하다며 학내 구성원이 교육에 참여해줄 것을 각 학과에 당부했다. 대학의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이 재학생 50%, 전임교원 75%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여성가족부(여가부)는 해당 대학을 ‘부진기관’으로 판단하고 언론 공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우리 대학은 이미 부진기관으로 한 차례 선정됐다.

폭력예방교육 미이수 시 성적 열람에 제한을 두는 등, 교육 의무화를 위해 각 대학에선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c)김신영 기자

지금 같은 양상이 계속된다면 내년 부진기관 선정에서 우리 대학이 제외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여가부가 발표한 ‘폭력예방교육 운영안내’에 따르면 교육 이수율 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직전 해 대비 이수율이 5%p 이상 오른다면 부진기관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 덕분에 우리 대학은 지난 2년 동안은 부진기관에 선정되지 않았다. 해당 기준을 만족하려면 올해 재학생 이수율이 33%를 넘겨야 하지만, 해당 이수율까지는 4,700여 명 가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인권센터 측은 학과 행정실과의 협조를 통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센터와 학생들 사이의 직접적인 소통구가 없어 효과는 미지수다.

부진기관으로 선정될 경우 대학 이미지에 미칠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여가부는 매년 폭력예방교육 부진기관을 언론으로 공표하고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대학평가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다. 예방 교육 실태조사와 담당 부서 관리자 특별교육 등 여가부 차원의 후속 조치도 진행된다. 우리 대학이 부진기관으로 선정됐던 2020년 당시 부산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권인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정인 총장에게 “부산대의 예방 교육 참여율이 너무 저조하다”며 “기본적인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질타한 바 있다.

계속되는 참여율 저조에 강제 이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대책 없는 홍보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2년 우리 대학 재학생의 교육 이수율은 28%로, 부산 지역 국립대 중 유일하게 이수율 50%를 충족하지 못했다(<채널 PNU> 2023년 3월 6일 보도). 우리 대학 인권센터 최란주 상담팀장은 “교육을 강제할 만한 수단이 없으면 학교 구성원이 소속감을 느끼고 해당 교육을 이수해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며 “우리 대학의 학생 규모를 고려했을 때 단순 홍보나 독려만으로 교육 이수 기준을 맞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에 교육 의무화에 대한 의견 수렴 역시 쉽지 않다. 대학에 부과된 교육 의무를 개인에게 강제하면 학생들의 자유와 학습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교무회의 등에서 지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양쪽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수를 강제할 만한 동력은 없는 상태”라며 ”이수 의무화에 대한 의견이 우선 정해져야 구성원 참여를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타 대학의 경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재학생 수가 1만 명이 넘는 대학 중 가장 높은 교육 이수율을 보인 한국외국어대학교(95.9%)의 경우 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학기 말 성적을 열람할 수 없다. 교원의 경우에도 교육 미이수 시 연구업적평가나 재임용평가에 감점을 받는다. 재학생이 3만 명에 가까운 중앙대학교(93%)도 예방 교육을 이수해야만 성적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 지역에서 가장 높은 교육 이수율을 보인 곳은 한국해양대학교(84%)로 교육 이수 시 비교과 프로그램 마일리지를 지급해 추후 장학금으로 환산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