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로 리포트] (5)전문가 좌담회: 부산대학로의 미래는
채널PNU 주최 초청 좌담회 -유동 인구 유도할 행사 -특색 있는 콘텐츠 개발 -지자체와 원활한 소통 등 -다양한 진단과 의견 오가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잃은 부산대학로. 부산대학로의 역사를 거쳐 온 이들의 증언과 우리 대학 앞에 즐비한 빈 건물들이 ‘부산대학로의 몰락’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원인이 복합적인데다 처방을 내려야 할 주체마저 불분명한 상황에서 현안을 타개할 해결책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본 사안을 시리즈 기사로 보도해온 <채널PNU>는 해결 방향을 모색하고자 부산대학로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지난해 12월 21일 우리 대학 문창회관 3층 <채널PNU> 세미나실에서 열린 좌담회와 별도로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 6명의 부산대학로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토론회 참석자(가나다 순)
▷신희(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19) 우리 대학 가을공연예술제 기획자
▷이광호 부산대 상인회 회장
▷이준호 부산광역시의회 의원
▷이진형(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19) 전 동아리연합회 공연예술분과장
▷이창준(지질환경과학, 22) 총학생회장
▷이홍길 금정문화재단 상임 이사
△부산에서 ‘부산대학로’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준호 부산시의원: 1988년도에 금정구가 생긴 이후로 인구 20만 이상이 되는 도시로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부산대학로가 중심이었다. 우스갯소리로 금정구는 부산대학로를 숙주 삼아 성장한 도시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부산대는 금정구에서 중요한 자산이고 그 앞에서 상권을 이루는 부산대학로가 정말 중요한 위치적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창준 부산대 총학생회장: 대학 생활에 있어 물론 학내 활동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에서의 시간들도 중요하지 않은가. 부산대학로는 우리 대학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인 셈이다. 그래서 부산대학로의 발전은 곧 부산의 학생들에게 더 많은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만큼의 큰 문화적 영향력은 없는 것 같다.
-이홍길 금정문화재단 이사장: 대학교는 교육의 중심이고 대학로는 문화의 중심이다. 특히 부산대학로는 부산의 젊은이들이 편안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청춘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왔다. 확실히 과거 부산대학로는 놀 곳이 잘 마련돼 있는 공간으로 널리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놀 곳으로서의 의미가 약해졌다는 것을 다들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대학로 현황을 다양한 측면에서 진단한다면 어떤가.
-이진형 부산대 전 동아리연합회 공연예술분과장: 현재의 부산대학로는 무대가 활발하던 예전처럼 각 동아리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대학 문화 자체도 축소해 과거보다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아졌는데, 동아리 활동을 직접적으로 할 만한 장소도 아주 부족하다. 특히 밴드부나 풍물패와 같은 동아리의 경우 무대 장소가 굉장히 중요한데, 부산대학로 내에서 밴드 공연을 할 만한 장소가 적다. 예전처럼 특정 카페를 빌리기도 쉽지 않고, 야외무대도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창준 총학회장: 주변의 상인 분들과 얘기하다 보니, 1년 중 매 시험이 끝난 후와 축제시기를 포함해 딱 여섯 번만 웃는다는 농담을 들은 적 있다. 부산대학로 상가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는 현재의 상황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어야 그나마 상권이 활성화된다는 이야기를 우스갯소리처럼 얘기해 주신 것 같다.
-이준호 시의원: 청년들의 예술 문화가 되살아 날 수 있도록 시설이 많이 갖춰져야 하지만, 행정과 입법 측면에서 봤을 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부산대와 지자체 간의 관계가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샘로 개통’ 등의 큰 사업을 두고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와 부산대가 갈등에 놓여 있기 때문에 원만한 지원과 업무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산대학로에 대한 지원에 앞서 이 숙원 사업들에 대한 갈등 해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부산대학로 침체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준호 시의원: 대학 앞 대학로 상권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 현상은 딱 두 가지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캠퍼스 이전으로 인한 유동 인구 감소다. 부산대는 2008년 양산으로 단과대학 3개를 이전했다. 그 이후로 하루에 부산캠으로 오는 인구는 만 명이 줄어든 반면, 양산캠에서는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냈다. 결국 부산대 전체가 매개했던 유동 인구가 분산된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기숙사 충원 및 기숙사비에 포함된 식사로 인한 학생들의 외식 감소다. 교육부에서 국립대는 재학생 비율 중 몇 프로까지 기숙사를 의무적으로 지으라는 내용을 포함한 기숙사 충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기숙사 비용에 밥값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원생들은 밖에서 당연히 밥을 안 사 먹게 되어 상권이 축소된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부산대학로가 수축한다고 보고 있다. 대안을 세워야 하는 입장에 있지만 거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다. 이원화 캠퍼스는 국정 기조이며,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는 충원해야 하는 것이 맞기에 요인을 짚을 수 있음에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창준 총학회장: 예전에 비해 학생들의 개인화가 심해진 것도 한몫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대학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낭만을 찾고자 했던 학생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취업난이나 개인화가 극심해지며 단순히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부르는 동아리 활동이나 문화생활조차도 버거워하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이후로 이러한 양상은 더 가속화됐다.
-이광호 부산대 상인회장: 부산대학로를 이루는 상권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상권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기존 다양한 하위문화를 이루던 세입자들의 장사가 잘되니, 건물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자꾸 올리면서 거리가 상업우선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거 부산대를 떠올리면 젊은 상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월세가 올라가니까 수익률에 더 초점이 맞춰진 프랜차이즈 가게 위주로 입점하게 되면서 재미없고 단편적인 상권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산대학로를 되살릴 수 있을까?
-이광호 상인회장: 우리 상인들이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고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동시에 상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행정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일례로 과거 구청에서 상권 활성화를 위해 부산대학로 상인들을 대상으로 홈페이지 개설과 같은 컨설팅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부산대학로 상권에서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못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정이 이뤄져야 다양한 상권이 살고 부산대학로가 되살아 나지 않을까.
-이준호 시의원: 많은 유동 인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빛 거리 조성’이나 ‘라라라 페스티벌’과 같은 대형급 행사와 축제를 기획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여러 상권 중 부산대만 특정하게 행정적 현금성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인파를 일시적으로 모을 수 있는 길거리 축제가 해결책이 될 것이다.
또한 부산대만의 ‘자체적’ 콘텐츠가 중요하다. 현재 부산 내 가장 큰 대학 상권으로 부경대⋅경성대 상권을 꼽을 수 있는데, 다양한 콘텐츠가 많다. 특히 부경대 상권엔 지역 주민들이 다수 있기에 학생들을 위한 상권에서 지역 거점 상권으로 유연하게 발전한 사례다. 여기에 더해 광안리 등 주요 관광지와도 가까워 콘텐츠 접근이 편하다. 부산대학로는 매력적인 자연의 입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서면처럼 대형 상권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약점이 많다. 사실 가장 좋은 건 홍대처럼 가는 길이다. 대형 상권이 될 수 없는 입지에 있다 보니 슬림하더라도 문화예술이나 요식업에 특화된 상권이라거나, 물론 부정적인 견해는 있지만 핸드폰 살 때는 부산대를 찾는다는 것과 같이 우리 상권만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콘텐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체적 콘텐츠의 중요성을 얘기해주셨다.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창준 총학회장: ‘부산 3대 바보’ 속설 중 부산대 축제 즐기는 사람을 바보라 할 만큼 우리 대학 축제가 재미없다고 얘기하곤 한다. 대학 축제는 1년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이기에 지자체와 협업해 부산의 거점 국립대학인 우리 대학의 축제 규모를 지역 단위로 키우는 방식을 생각해 왔다. 문화를 매개하는 축제의 마련으로 우리 대학의 이름을 다시 알리고 부산대학로와 금정구의 이름을 알리는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진형 전 공연예술분과장: 학생들의 예술 문화에 좀 더 주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학생 문화와 관련해서 동아리라고 하면 대부분 공연예술 분야를 많이 생각하는데, 공연 동아리 외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꽃꽂이를 하는 등 여러 공간적 예술 동아리도 있다. 공연 동아리의 무대를 마련하는 동시에 다른 예술 동아리의 전시도 함께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 대학가만의 특색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홍길 이사장: 공간적 예술은 여러 동아리를 같이 모아서 얘기해주신다면 재단 차원에서 실제로 지원할 수 있다. 금정문화재단에서 서동 창작 예술 공간도 함께 운영하고 있기에, 금정구 내 다른 전시장에서 학생들의 예술품을 병행해 전시해도 좋다. 충분히 생각만 있다면 의논해서 단체가 재단의 문을 두드려줬으면 좋겠다.
-신희 부산대 가을공연예술제 기획자: 금정문화재단과 같은 단체와 동아리 학생들 간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소통망이 구축됐으면 좋겠다. 금정문화재단과의 지원비를 받아 행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데, 행사 진행을 위해 처음 미팅했을 때 재단에서는 동아리들에 연락했는데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고 말씀하셨고 동아리들은 연락받은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재단 입장에서는 학생들에 연락하고 싶은데 받지를 않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딘가에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 어디에 청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소통하는 방식이 마련된다면 부산대학로만의 문화 예술적 콘텐츠를 형성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광호 상인회장: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주말마다 부산대 앞 ‘차 없는 거리’에서 상인회가 플리마켓을 추진했었다. 구청과 다른 상권의 민원으로 플리마켓은 현재 잠정 중단됐지만, 2022년에는 당시 부산을 포함한 타지역 특산품도 전시하고 판매할 만큼 규모가 커지기도 했다. 이렇듯 플리마켓과 같은 상업적 즐길 거리가 부산대 앞에서 성공적으로 계속 진행될 수 있다면 부산대학로 상권을 둘러싼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채널PNU 특별취재팀: 윤다교 부대신문 국장, 최유민 보도부장, 최선우 전 보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