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야구 문화 만들 Z

-KBO, 청년팬 유입 위한 시스템 개선 -경기 시간 단축·저작권 규제 완화 등 -이에 숏폼·밈 등 '가심비' 취미로 인기 -아이돌 팬덤처럼 생일 카페 열리기도

2024-04-12     최유민 보도부장

올해 한국 프로야구(KBO)는 새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큰 화제를 모았던 ‘티빙(OTT 플랫폼)’ 중계권 독점은 물론 경기 시간을 단축하고 엄격히 규제하던 콘텐츠의 2차 가공을 허용하는 등 젊은 신규 팬을 모으기 위한 전략이 쏟아졌다.

‘2024 KBO리그’가 지난 3월 23일 개막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4월 2일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한 ‘20대 프로야구 관심도’ 결과에 따르면 프로야구에 대한 20대의 관심도는 지난해 21%에서 올해 30%로 7%P나 올랐다. 2022년까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던 청년들의 야구 관심도가 크게 반등한 것이다. <채널PNU>는 화제를 불러일으킨 새로운 시스템을 알아보고 KBO를 즐기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145호에 실린 윤영철 선수 데뷔 축하 메시지(왼쪽)와 149호에 실린 이주형 선수 응원 문구(오른쪽). [출처: 더그아웃 매거진 인스타그램]
1루, 3루, 외야 중앙에 위치한 3대의 카메라를 통해 투수 공의 궤적을 촬영하고 트래킹 시스템을 걸쳐 심판에게 이어폰으로 결과를 전달한다. 도식화된 ABS 판정 과정이다. [출처: KBO 보도자료 갈무리]

■‘숏폼 세대’에 안성맞춤인 새 KBO 변화

올해 KBO는 야구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부 KBO 업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야구의 긴 경기 시간이 짧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청년 팬의 유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채널PNU> 2023년 5월 26일 보도). KBO는 올해부터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피치클록 시범운영을 도입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ABS는 △1루 △3루 △외야 중앙에 설치된 3대의 카메라를 통해 투수 공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즉 주심의 판단이 아닌, 로봇의 세밀한 판단으로 판정 결과에 대한 불필요한 시비를 줄이는 것이다. 투수가 투구 시간을 초과할 시 제재를 가하는 ‘피치클록’도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다. 지난 3월 13일 KBO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시범경기 20경기의 평균 시간인 2시 58분과 비교해 올해 19경기의 평균 시간은 2시간 35분으로 23분 단축됐다”며 “특히 피치클록이 경기 시간 단축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룰 변화에 더해 젊은 세대의 유입을 막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경기 영상의 2차 창작 규제도 부분적으로 허용됐다. 기존 KBO는 경기를 중계하는 △이동 통신 3사 △네이버 △카카오·다음이 연합한 통신·포털 컨소시엄(컨소시엄)과 계약하며 팬들의 영상 2차 가공이 엄격하게 금지돼 이른바 ‘숏폼 세대’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채널PNU> 2023년 5월 26일 보도). 올해부터는 중계권이 컨소시엄에서 티빙으로 넘어가며 40초 미만의 영상제작이 가능하도록 저작물 정책이 전면 개방됐다.

■새 문화 만드는 신규 유입 세대

최근엔 KBO에 신규 유입된 ‘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밈(meme)’ 문화가 KBO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 중 하나인 ‘기아 타이거즈’의 김도영 선수가 개인 SNS에 올린 글이 청년들 사이에서 밈이돼 대중적으로 유명해지며 공식 굿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기아 타이거즈 구단은 이 밈으로 티셔츠를 제작해 약 1,400장을 판매했다. 프로야구를 즐기는 Z세대의 문화가 대중적으로도 자리 잡은 셈이다.

기아 타이거즈 팀 스토어에서 그런날 티셔츠 예약 판매를 안내하고 있다. [출처: 기아 타이거즈 팀 스토어]

야구를 하나의 스포츠로 즐기는 것을 넘어 최근 ‘Z세대’가 향유하는 ‘아이돌 팬덤 문화’가 야구에 접목되기도 한다. 특히 선수들의 ‘생일 카페’ 개최가 이전엔 없던 새 문화가 됐다. 생일 카페는 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생일을 맞아 카페를 대관해 꾸민 뒤 같은 팬들과 함께 즐기는 ‘Z세대’의 문화다. 지난해 열린 ‘한화 이글스’의 노시환 선수의 생일 카페에 방문했던 A 씨는 “선수를 개인을 ‘덕질’하듯이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콘텐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Z세대는 프로야구를 야구 자체로 즐기는 것을 넘어 자체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국내 유일 야구 문화 잡지인 ‘더그아웃 매거진’에는 선수들의 경기 중 활약을 응원하고 축하하는 광고가 실리기도 한다. 145호와 149호에는 각각 기아 타이거즈 윤영철 선수의 1군 데뷔 축하 메시지와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 선수에게 전하는 응원 문구가 광고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