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기획]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 없다고요?

-채널PNU 청년 유권자 인식 조사 -응답자 대부분 투표 의사 내비쳐 -하지만 국회서 청년 정책 무관심 -청년 선호 공약 거의 현실화 안돼 -혐오 정치 기류 여전히 남아 있어

2024-03-29     유승현 보도부장·최윤희 기자

‘청년 정치 무관심’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정설처럼 굳어진 인식이다. 학생 운동을 이끌고 사회적 목소리를 피력해 온 청년들이 점차 자신들의 개인적인 삶에서 정치를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현대사회의 청년들은 정말 정치에 관심이 없을까.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를 맞아 <채널PNU>는 지난 3월 4일부터 2주간 유권자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청년 정치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총선 참여 여부 △이번 총선 참여 의사 △후보자 선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인 △중요하게 보는 공약 등을 묻는 질문에 155명의 학생이 응답했다.

지난 20년간 20대의 투표율은 빠르게 상승해 왔다. (c)김신영 기자

■'청년 정치 무관심' 사실 아냐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설문조사에 답변한 우리 대학 학생들의 대부분이 선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려는 의사를 보였다. 응답자의 94.8%(147명)가 이번 22대 총선에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지난 주요 선거에서 선거권이 있었음에도 투표하지 않았다고 말한 비율은 20대 대선기준 13명(선거권 있었던 학생의 11.3%), 21대 총선기준 17명(선거권 있었던 학생의 21%)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금의 청년 세대는 최근 20년간 총선에서 가장 높은 투표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20대 투표율은 2000년 이후 치러진 6번의 총선 가운데 지난 21대 총선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서 매 선거가 끝난 뒤 발표하는 선거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20대 전반의 투표율은 2000년 16대 총선(39.9%) 당시와 비교해 2020년 21대 총선(60.9%)에서 1.5배 이상 상승했다.

대통령 선거(대선)에서는 청년들의 선거 참여율 증가가 더 두드러졌다. 2017년 19대 대선과 2022년 20대 대선에서 30대 이하의 전체 유권자 대비 실제 투표율은 모두 70% 이상을 기록했다. 50%대에 머물렀던 2000년대 청년 투표율이 10년 사이에 2~30%P가량 상승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도 19대 대선이 끝난 뒤 발간한 ‘대통령선거총람’에서 이러한 경향에 대해 ‘제18대 대선과 비교해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의 투표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우리 대학 민희(정치외교학) 교수는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정치에 관심을 표명하는 방식이 이전 세대와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본인과 관련된 특정 ‘이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청년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건 ‘공정’이다”고 말하며 “지난 선거를 돌아보면 공정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정당이 좋은 결과를 내왔다”고 얘기했다.

■'정치가 청년에 무관심'?

청년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공약은 '경제 분야'와 일자리 문제였다. (c)김신영 기자
후보자 선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공약'과 '소속 정당'. '후보자 도덕성'이 가장 많은 응답을 기록했다. (c)김신영 기자

20대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와 일자리 문제였다. 설문 조사에서 이들은 ‘어떤 분야의 공약을 가장 중요하게 보느냐’는 질문에 63.2%(98명)가 일자리 등 경제 분야라고 답했다. 후보자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장 많은 청년이 1순위(41.9%), 2순위(31.0%) 모두 '공약'을 선택한 만큼, 이러한 일자리 공약은 청년들의 표심을 가장 크게 흔드는 카드라고 볼 수 있다.

경제 문제 외에도 다양한 관심 분야에 대한 공약이 제시됐다. 교육 분야와 저출생 완화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10.3%로 동일하게 나왔고, 환경과 성평등 문제를 꼽은 학생도 4.5%, 3.9%씩 있었다. 외에도 △복지제도 △안보 △지역 균형 발전 등에 관한 공약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하지만 청년들의 ‘니즈’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탐사보도 언론 뉴스타파가 지난 2월 24일 보도한 청년 키워드 법안 조사에 따르면, △채용 △주거 △일자리 △군대 등의 청년 키워드가 들어간 980건의 발의 법안 가운데 창업 정책은 7%, 일자리 정책은 6%에 불과했다. 전체 청년 법안 중 가결된 사안은 전체의 2.45%로 전체 법안 가결률인 5.1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청년들은 다양한 관심 분야를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지만, 정작 정치가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어서다. 부산진구 을의 더불어민주당 이현(37) 후보는 이러한 간극이 “실제 정치 현장에서 청년 대상의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청년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 문제에서) 특정 분야를 나누기보단 청년 세대의 가치관에 대한 고민을 다 같이 했으면 좋겠다”며 “(세대 간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차이를 극복하고 법안 통과라는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청년들이 단순히 표 행사자를 넘어 ‘정치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실질적 입법 과정에서 사라지는 건 청년 집단을 대변할 수 있는 2030세대가 국회에 진출하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부산 사하 갑 지역에 국민의 힘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청년 정치인 최종원(29) 건국중고등학교 법인관리기획실장은 “보다 많은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더 해줬으면 한다”며 “사회의 청년들과 청년 정치인들이 함께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대표성을 띠는 청년 정치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정당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신들의 기본적인 역할인 ‘정치 엘리트 충원’에 더 관심을 기울여, 정당 안에서 새로운 청년 정치인이 커갈 수 있는 구조를 정착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 교수는 “언젠가부터 정당들이 정치 개혁을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며 “당 하부 조직부터 단계적으로 성장해 온 청년들을 기용하는 정당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고 전했다.

■혐오가 지배한 선거

정치의식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은 최근 대두되는 ‘혐오 정치’의 기류였다. 상당수의 청년이 이러한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관측됐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155명 중 29.7%인 46명이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로 ‘후보자의 소속 정당’을 꼽았는데, 이들 중 64.4%(25명)가 ‘상대 당에 대한 불호’ 때문에 해당 정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를 놓고 보아도 전체의 16%가 표심을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특정 당에 대한 불호를 꼽은 것이다.

정치적 혐오의 문제는 정치적 양극화가 불러온 폐단이다. 문제는 이러한 양상이 청년들로 하여금 다시 정치에 등을 돌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민 교수는 “여당과 야당이 감정적인 대립을 해소하려는 대화, 타협 등의 노력을 보이지 않고, 극단적인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며 “정당이 특정 정치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당화가 심각해지면서 정치 혐오의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이러한 문제들을 되돌릴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혐오’라는 의견이라도 표출될 때 정치 문화를 고쳐가야 하지 않겠냐는 의미다. 최종원 관리기획실장은 “악플보다 나쁜 건 무플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치 참여 측면에서 바라보면 무관심보다 나쁜 것은 없다”며 “혐오 정치라도 남아있는 이 기회를 살려서 반성하고 (정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