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회장 비위 두면 학내 민주주의 위기"
-총학생회장단 규탄 학생모임 -주도 중인 학생 4인 인터뷰 -"대총 거부·학생 탄압 짚고 넘어가야" -"학생회도 적극 나섰으면"
최근 우리 대학 예원정에서 펼쳐진 ‘학과점퍼 시위(과잠 시위)’가 학내외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시위는 ‘막말 정치인 응원’ 등으로 촉발된 논란에 대해 우리 대학 이창준(지질환경과학, 22) 총학생회장에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하기 위해 열렸다.
<채널PNU>는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대자보와 현수막 부착 등 총학에 책임을 촉구하고 있는 ‘총학생회장단 규탄 학생모임(비학생회 단체)’ 소속 학생들을 지난 4월 9일 본사에서 만났다. 이 단체에는 현재 오픈채팅방을 통해 1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뜻을 같이 하는 학내 구성원을 모으며 지속적으로 총학생회(총학)에 대응할 계획이다.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석재(정치외교학, 19) △한솔(사회학, 22) △송도형(정치외교학, 23) △배지홍(법학전문대학원, 23) 씨가 인터뷰에 참여했다.
△이 총학생회장의 ‘막말 정치인 응원’으로부터 촉발된 사태를 두고 학내 파장이 컸다. 비학생회 단체는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나.
-송도형: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총학생회장으로서 특정 정치인을 응원한 것이 최초의 문제다. 두 번째로는 총학생회장에게 거부권이 없음에도 대의원총회(대총) 소집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며 직위를 남용한 점이다. 세 번째로는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점이다. 만약 특정 정치인을 응원한 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았을 텐데 이후 대응이 아쉽다.
-한솔: 사실 대상이 되는 정치인의 논란 여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학생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정치적 사익을 추구한 행위라는 점이 주요 골자다. 본인은 우리 대학을 위해 참석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랬다면 애초에 공문이나 회의록 같은 공식 기록이 남아있어야 한다. 또 개인적 친분으로 참석한 두 번째 자리에서도 비공식적이라고는 하나, 현장에선 대표성이 충분히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대표성 사용에 있어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태도가 본질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내 대자보 및 현수막 게시부터 과잠 시위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활동 전반의 목표는 무엇인가.
-한솔: 처음에는 이 총학생회장의 자진 사퇴를 목표에 뒀다. 그러나 자진 사퇴 의사가 전혀 없고 해임 자격을 가진 대의원분들의 참여도도 많이 낮아진 이 시점에서, 총학생회장의 제대로 된 사과와 학우들의 의견이 민주주의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적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현재 불가능하다고 해서 ‘대총 개회’를 목표에서 제외한 것은 절대 아니다. 대의원분들의 관심도가 낮아서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이제는 총학생회장의 대총 거부권 행사가 직무 유기라는 점을 들어 직접 ‘징계안 상정’을 하려고 논의 중이다.
-배지홍: 이번 논란이 학우들에게 하나의 이슈 거리로만 남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지금의 총학생회장처럼 큰 비위를 저질렀음에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게 된다면, 최악의 선례로 남을 것이며 우리 대학의 학내 민주주의는 크게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엄중히 말하고 싶다. 이 총학생회장의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 총학생회장은 현재 징계위에서 결정된 사과문 게재를 이행하고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여기에 더해 비학생회 단체에서 요구하는 ‘책임 있는 결단’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송도형: 도의적 책임을 지겠단 입장문 속 ‘발전 기금 100만 원 출연’과 ‘봉사활동’은 일반 학우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총학생회장만이 질 수 있는 책임이 아닐 뿐더러, 봉사활동 등은 총학생회장으로서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만 이행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 의문이다. 대동제를 확대 추진하겠단 부분 역시 본질에서 벗어나고자 학우들의 관심을 끌려는 것 같아 우려된다.
-이석재: 자신이 지금껏 해왔던 일들에 대한 적극적 소명과 진정성을 보일만한 결단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입장 표명이 아니라 우리 대학의 자정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리고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유의미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또한 이창준이라는 개인으로서 특정 정치인을 지지했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총학생회장임에도 해당 장소에 참석했다는 점과 대총을 거부했다는 게 큰 문제다. 그렇기에 책임을 지려면 총학생회장직에 대한 책임이어야 하기에 ‘도의적 책임’을 지겠단 모습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과잠 시위가 대학사회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이 방법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이석재: 시대가 바뀌면 저항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엔 화염병 던지고 각목 들고 싸웠다면 지금은 과격하거나 학우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식보다는 담백하게 ‘나도 이 뜻에 함께해요’를 표현할 방법으로서 과잠시위가 많이 쓰인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대면 시위는 준비 과정이 길어 비교적 절차가 간단한 과잠시위를 먼저 진행한 것도 있다. 앞으로 대면 시위 등도 구상 중이다.
-송도형: 학교 밖 정치에서도 당장 투표율이 저조하면 디지털 민주주의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논의가 오가는데, 현실 정치의 축소판인 학생 사회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과잠시위는 현대의 학생 사회에서 한 발짝 더 앞서서 바라보고 대응하는 방식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비학생회 단체가 어떻게 꾸려지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석재: 이번 이 총학생회장의 논란과 관련한 소식을 듣고 강한 문제의식을 느껴 주변의 친구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돌렸다. 총학생회장이 대표자로서의 본질을 흐리고 학생들을 겁주는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을 모아서 목소리를 확실히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돼 단체를 꾸리게 됐다.
현재는 사안에 관심이 있는 학우들이 자유롭게 우리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오픈채팅방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한 분들에 한해 실명 채팅방도 함께 운영 중이다.
-한솔: 단체가 형성되기 전에는 각자 대자보를 쓰고 있었다. 학내 곳곳에 붙은 대자보를 보다 보니 다들 구면인 사이인 데다가 이들이 모두 대자보를 쓸 만큼 현 사안에 관심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비학생회 단체를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대학 학생회와 비학생회 학생을 비롯해 학생사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송도형: 대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응했으면 한다. 대총 개회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총학생회장에 의해 거부당한 현 상황에서 더 강하게 거부해선 안 된다고 항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적어도 대총 개회를 두 번이나 요구했음에도 총학생회장이 거부했다는 내용을 SNS를 통해 학우들에게 알려야 되는 상황인 거다. 그럼에도 학우들에게 알리고자 하지도 않고 ‘또 거부했네’ 정도로 머물러 있지 않은가. 이는 앞으로도 다른 학생회장도 자신을 징계하는 회의를 열 때마다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좋지 않은 전례를 남길 뿐이다.
-이석재: 학생회에 속한 학생들에겐 일반 학우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더 많은 액션을 취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본인들이 서있는 자리가 하늘로부터 점지된 게 아닌, 유권자인 학우들에게 선택받아 위치해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 축제나 간식 행사도 정말 중요한 학생회의 업무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번 사안도 중요하다. 비학생회 학우분들께는 ‘공감과 연대’의 힘을 믿으며 함께 해주길 바란다. 학내 어디든 당신이 부당한 일을 겪고 목격했을 때 함께 목소리를 낼 사람이 분명히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