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 10명 중 7명 "3년 입고 버린다"
우리 대학 재학생 설문조사 -유행·TPO에 민감한 학생들 -연 10벌 이상 구매 80% 넘어 -"옷 수명 짧아 오래 못 입어"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2019년 1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세계에서 매년 1,500억 벌의 의류가 생산되지만 이 옷들은 평균 7번 정도 입고 폐기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전 세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2~8%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패스트 패션 확산의 중심에 2030 청년이 있다고 분석한다. 다른 세대에 비해 트렌드에 민감하고 주머니가 가벼운 탓에 오래 입을 수 있는 옷보다 그렇지 않은 옷을 더 자주 사 입고 버리기 때문이다.
<채널PNU>가 지난 4월 5일부터 14일까지 우리 대학 재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옷 소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류 구매 시 고려하는 1순위 사항’을 묻는 질문에 ‘디자인 및 트렌드’가 55%로 1위, ‘가격’이 25%로 2위를 차지했다. 우리 대학 윤초롱(의류학) 교수는 “품질이 좋은 옷들은 보통 가격대가 높아 학생들의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며 “유행에 민감한 학생들은 항상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새로운 옷을 원하는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설문 결과를 보면 우리 대학 학생들은 옷 구매 빈도의 적정선보다 잦은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를 1년에 10벌 이상 20벌 미만 구매하는 학생들은 52%로 나타났고, 20벌 이상 구매하고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도 16%에 달했다. 한편 2022년 베를린의 싱크탱크(Think Tank)인 ‘핫 오어 쿨 인스티튜트’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적정한 새 옷 구매는 연평균 5벌 이내여야 한다. 그러나 설문에 응답한 학생들 중 10벌 미만 구매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32%에 불과했다.
이들은 구매한 옷을 버리는 속도도 빨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3년 미만으로 옷을 착용한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전체의 73%에 달했다. 이어 3년 이상 5년 미만 23%, 5년 이상 4% 수준으로 나타났다. 박하영(사회학, 22) 씨는 “주로 니트 계열의 옷을 많이 입는데, 질이 높고 가격대가 있는 브랜드의 옷이 아닌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보세 종류를 입다 보니 금방 헤지지는 경우가 많아 옷의 수명이 짧은 편”이라 말했다.
■환경파괴 문제 인지해야
이러한 패스트 패션은 환경 파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우리 대학 학생들은 패스트 패션의 확산 속에서 환경 파괴의 정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문 결과 100명 중 53명이 환경파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17명이 패스트 패션의 환경적 악영향에 대해 ‘들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번 달에만 4벌의 옷을 산 A(정치외교학, 21) 씨 역시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환경 파괴가 갈수록 심해지자 의류의 소비 속도를 늦추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슬로우 패션’이다. 슬로우 패션은 트렌드보다는 디자인과 품질에 관심을 두면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패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책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미 버려진 제품을 새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움직임도 이에 속한다.
윤초롱 교수는 패스트 패션에 가담하지 않기 위해선 ‘내 옷에 대해 충분히 아는 것’을 강조한다. 옷장을 열어,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의 개수와 특징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는 “가지고 있는 옷에 대해 충분히 알고 난 후, 새 옷을 사기 전에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옷으로 충분히 더 입을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건 옷을 적게 사는 데에 도움이 된다”며 “만약 패스트 패션 제품을 사더라도 지속 가능하게 오래 착용한다면 패스트 패션이 아니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