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퇴임] "노력은 10점 만점에 9점, 결실은 7점"
차정인 총장 퇴임 인터뷰 -교수·총장으로 20여 년 지내 -지방대육성법 개정때 무척 기뻐 -수의대 설립 미완성이어서 아쉽 -기억에 남는 사업은 '교대 통합' -지역 성장축 만드는 데 기여해야
우리 대학 차정인 총장이 오는 5월 11일로 4년 임기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총장인 동시에 우리 대학 79학번으로 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동문이기도 한 그는 2006년부터 교육자로서 우리 대학에 몸담았다. △법학과 교수 △교수회 부회장 △법학전문대학원장을 거쳐 총장직을 역임하기까지 약 20년간 우리 대학에서 힘써온 셈이다.
지난 4월 8일 <채널PNU>는 차정인 총장을 총장실에서 만나 총장직을 수행하는 지난 4년 동안의 소회와 함께 퇴임을 앞두고 우리 대학을 대하는 그의 진솔한 심경을 들었다.
△오랫동안 교육자로서 우리 대학에 몸담으셨는데요, 어떻게 이 길을 택하게 되셨나요?
-처음엔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검사와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일이기에 일하는 동안 보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모교인 우리 대학 캠퍼스와 학문세계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지상의 낙원입니다. 진리탐구와 인재양성을 일상생활의 목표로 삼는 곳이 바로 낙원이니까요. 그렇게 교육자로서 부산대라는 낙원에 오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그중에서도 총장이 되고자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현재 지역대학들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황이지만 우리 대학은 뭔가 다르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분명히 다를 수 있을 거라고 봤죠. 우리 대학의 잠재력은 매우 높기 때문에 그런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총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취임 이래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가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대학은 공부하는 사람들의 인격 공동체로서, 대학에서 흘러넘치는 맑은 물이 우리 사회를 적셔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인은 언행이 진실하고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진실, 품격 같은 것이 총장으로서 추구해 온 가치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권한과 의무가 동의어라는 것을 잊지 않고자 했습니다. 총장은 큰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권한이 크다는 건 곧 그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해야 할 의무가 크다는 의미인 거죠. 예를 들어 사람들은 대통령 후보자를 ‘대권 후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대무 후보’인 겁니다. 이 점을 잊지 않고 의연하고 담대한 중흥 총장이 되고자 했습니다.
△‘시대를 열어가는 담대한 지성’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는데요, 어떤 의미를 담았습니까.
-학내외에서 이 슬로건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시대를 열어간다’는 건 대학의 사명이고, 특별히 우리 대학은 국가 균형발전 시대를 앞장서서 열어갈 사명이 있습니다. ‘담대’하다는 것은 우리 대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특징이고, 대학이나 개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담대함이 있어야 해요. 문약해서는 안 됩니다. 저와 학생들 모두 마찬가지로요. 누구 앞에서도 당당히 할 말을 해야 합니다.
△그간의 사업을 되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을 꼽는다면요?
-부산교육대학교(부산교대)와의 통합입니다. 대학 통합에는 장애물이 참 많습니다. 장애물을 뛰어넘어 통합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아무래도 상대 대학의 총장에 대한 신뢰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신뢰를 쌓고 또 쌓아 허들을 뛰어넘은 것 같습니다. 국가적으로 유익한 일을 하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통합으로 우리 대학은 정말 큰 대학이 됐습니다. 지금 대학 평가 및 대학 브랜드 평가가 크게 올랐고, 지역민들의 기대도 높은 상황입니다. 스웨덴의 말뫼대학이 쇠퇴해 가는 말뫼 시를 살려냈듯, 우리 대학도 부울경을 우리나라 제2의 성장 축으로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통합을 계기로 우리 대학과 시와 도, 지역의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고 큰 그림을 그릴 차례입니다.
△그렇다면 부산교대와의 통합 및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하시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하나만 꼽자면 부산교대 학생들의 반대였어요. 부산대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해 초등교사 자격을 취득할 것이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장 학생을 통합논의기구에 위원으로 위촉하고, 대화함으로써 오해를 해소했습니다. 글로컬대학 심사평가장에도 이 학생과 함께 갔습니다.
△임기 동안 캠퍼스의 환경이 새롭게 바뀌었는데요, 이 ‘캠퍼스 마스터 플랜’을 계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윤인구 초대총장 시대의 캠퍼스 초기 구상이 있습니다. 그 구상을 이해하고 되살려내고자 했어요. 그동안의 난개발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큰 틀을 바로잡아 놓고 싶었습니다. 박물관 앞을 그냥 지나다니지만 말고 멈춰 서서 전경을 한 번 바라보길 바랍니다. 건학을 한 분들의 정신이 느껴질 것입니다.
△현재 캠퍼스를 둘러보며 가장 마음에 드시는 곳은 어디인가요?
-무지개문으로 들어서서 독수리 탑 앞을 지나면 인문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거든요. 저는 그 장면이 아주 감동적으로 느껴집니다. 우리 대학을 세운 분들은 미적 안목이 아주 높은 멋쟁이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 군데는 장승터에서 박물관 쪽을 바라보며 펼쳐지는 녹지입니다. 계단식으로 상승하며 녹지가 있고, 박물관은 금정산과 하늘을 배경으로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지역대학의 성장을 거듭 강조해왔는데요, 앞으로 우리 대학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지역대학의 성장을 견인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아직 미흡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지역대학 정책 스케일이 더욱 커져야 합니다. 최소한 우리 대학이 또 하나의 서울대가 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정도의 정책이 발표돼야 하거든요. 지금 경희대 김종영 교수께서 주창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스케일이 크면서도 현실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대안입니다. 이를 거점국립대 총장님들과 추진하다가 후임 총장님에게 숙제를 넘기게 됐네요.
△이외에도 우리 대학은 다양한 대형 사업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다음 총장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매일매일이 중요한 판단의 연속인데,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대한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개방적인 자세로 거대한 학문공동체의 지혜를 모으길 바랍니다. 학내 구성원들도 총장이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총장님의 임기 중 가장 기뻤던 일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지난해 11월에 지방대육성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한 날이 가장 기뻤습니다. 우리 대학이 추진해 나라의 법을 하나 만든 것이니까요. 그날 대학 본관을 들어서며 “부산대학교 만세!”를 세 번 외쳤습니다. 사람들이 다들 쳐다봤죠.
△반대로 임기 중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요?
-수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노력했지만 아직 미완성입니다. 교육부와 여야의원 등 많은 분들이 우리 대학의 수의대설립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농림부가 수의사와 수의학 수요에 대해 2차 용역을 하도록 만들어 뒀어요. 후임 총장이 결실을 보기를 바랍니다.
△총장님의 임기를 자평한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으신가요?
-노력은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결실은 7점 정도인 것 같네요. 부단한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이루지 못한 일이 많아요. 우리 대학이 우리나라 남부권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서울대 수준으로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후임 총장으로 계속해서 훌륭한 분들이 나오셔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총장님을 여러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면서 친근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여러 별명들을 전해 들었는데, 다 마음에 듭니다. 학생들과 자주 대면하지는 못하지만, 대화 기회가 있을 때면 솔직하게 대화를 하려고 했죠. 또 우리 학생들에게 뭐든지 최고로 해주고 싶은 마음을 학생들이 아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풍부한 경험을 위해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파견도 포스텍 다음으로 많이 보낼 수 있도록 했고, 보호시설 출신 학생들의 생활비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지원했습니다. 새벽별당 등 학습 환경도 꾸미고, 축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죠. 올해 대동제를 기대해도 좋습니다.
△총장님께 부산대는 어떤 의미인가요?
-부모님이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었다면, 부산대는 사회로 나가는 문이었습니다. 사회 속 하나의 인격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저의 모든 것이 부산대에서 형성됐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지난 4년은 그 사랑하는 우리 대학을 위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참으로 행운입니다.
△총장 임기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으신 일은 무엇인가요?
-일단 몇 년간 쉬었던 로스쿨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그 이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다만 무얼 해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독서와 집필, 친구들과 놀기, 각 분야의 훌륭한 분들을 만나 더 배우고 깨닫기와 같은 일들을 하게 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내 구성원 여러분에게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함께 수고하고 응원해 주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4년간 거대한 학문공동체를 대표하는 영예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큰 실수 없이 임기를 마치는 것 같아 다행이고, 남은 임기 끝까지 시간을 쪼개어 쓰려고 합니다. 모두 건승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