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의대 증원안 전국 첫 부결 '파장'

-교무회의서 학칙 개정안 부결 -"증원 위한 사회적 합의 우선" -전국 첫 사례여서 파장 클 듯

2024-05-08     유승현 보도부장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기로 했던 우리 대학이 교무회의에서 관련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의대 증원이 다시 한 번 표류한 가운데 전국적으로도 첫 사례여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7일 우리 대학 본관 1층과 6층에서 의대 교수 및 학생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유승현 기자]
교무회의가 열리고 있는 동안 의대 교수협의회는 성명문을 통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유승현 기자]

8일 우리 대학 교무과는 지난 7일 교무회의에 상정된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을 위한 ‘부산대학교 학칙 일부 개정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교무회의는 대학 운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로 학칙의 제정 및 개정 등을 심의한다. 이날 회의에는 우리 대학 △총장 △부총장 △대학원장 △학장 등이 모였다. 앞서 우리 대학은 지난 4월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기존 125명이던 의대 모집 정원을 2년에 걸쳐 200명까지 증원하겠다는 결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채널PNU> 2024년 5월 3일 보도).

우리 대학이 교무회의에서 이 같이 결정한 건 의대 증원에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은 교무회의가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대해 적절한 규모의 증원 필요성엔 이견이 없다”고 밝히면서 “개별대학이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전에 국가공동체의 책임 있는 주체들이 하루 속히 만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선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교무회의가 열린 우리 대학 본관 1층에서 의대 교수협의회와 의대 교수회,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의대 증원을 거부하는 이유를 담은 성명문을 발표하고 의정합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몰아붙였다”며 정부의 △증원 결정에 대한 회의록 비공개 △증원에 대한 합리적 근거 부재 △증원을 위한 현장실사 미실시 △불공정한 배정위원회 위원 선정 등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요구했다. 우리 대학 오세옥(해부학) 의대 교수협회의회장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굴복하지 말아달라”며 “정의로운 대학으로 남아 올바른 의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이 결정된 다른 대학과도 함께 목소리를 내겠단 입장이다. 오 협의회장은 “우리 대학만의 결정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지만 지금의 의대 증원 문제는 부산대만의 일은 아니다”라며 “(우리 대학은 우선 부결됐더라도) 의대 증원을 결정하지 않은 타 대학의 의대도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계속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3일 진행된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회의도 모두 의대 증원에 관한 우리 대학 학칙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교수회에 따르면 다른 학내 심의기구들도 의대 증원에 대한 내용을 담은 우리 대학 학칙 일부 개정안이 공정한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의대 측 주장처럼 증원을 위한 환경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교수회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결정이) 정의를 갈망하고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부산대 정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의과대학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의대는 지난 4월 15일부터 강의를 재개했으나 휴학계를 낸 대부분의 학생은 여전히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현재 비대면 강의와 일부 대면 실습 강의는 사정상 휴학이 불가한 소수 학생들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윤식(해부학) 교수는 “정식 개강이라고 할 순 없지만 휴학계를 못 내는 사정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며 “10명이 채 안되는 학생들이 현재 수업을 받는 중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