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의대 증원안 재심의··· 교수회 측 "불의에 굴복 말아야"

-우리 대학, 부결 취지 존중하지만 -법적 문제 있어 재심의한단 입장 -교육부 압박 고려했단 분석도 -다수 국립대, 법원 판결 후 심의할 듯

2024-05-10     윤지원·유승현 기자

우리 대학의 학칙 개정안 부결을 선두로 의대 증원에 제동을 거는 대학들이 잇따른다. 교육부는 증원안을 부결하는 대학에 행정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 대학은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하기로 했다. 우리 대학 교수회 측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한다.

지난 5월 7일 교무회의가 열리고 있는 동안 의대 교수협의회는 성명문을 통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유승현 기자]

지난 8일 우리 대학은 공식 자료를 내고 우리 대학 차정인 총장이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두고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7일 차 총장도 참석한 교무회의 자리에서 ‘증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근거로 해당 개정안은 부결됐으나(<채널PNU> 2024년 5월 8일 보도), 다음날 8일 오전 차 총장의 주관하에 임시처국장회의를 열고 부결된 개정안의 재심의를 결정한 것이다.

우리 대학은 이달 말 확정될 입학 정원과 정부의 배정 인원 간 차이가 있어 재심의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 김승룡 교무처장은 “정부가 개정했던 의과대학 입학 정원과 학칙상 입학 정원이 일치해야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효력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차 총장은 “결정(개정안 부결)의 취지는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대학을 운영하는 총장으로서 부산대학교 교무회의에 재심의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은 조속한 시일 내에 재심의를 위한 교무회의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심의 결정은 교육부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예정에 없던 긴급 공개 브리핑을 열고 학칙 개정을 당부했다. 교육부 오석관 차관은 브리핑에서 “(부산대가) 의대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학칙개정안을 재심의하여 의대 증원이 반영된 학칙이 개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날 교육부는 다수의 기성언론을 통해 학칙 개정이 최종 무산되면 학생모집 중단과 같은 행정 조치 등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 대학 교수회는 재심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교육부의 불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정구(정보컴퓨터공학) 교수회장은 지난 5월 9일 <채널PNU>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재심의 결정은 교무회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대학 학칙에는 이미 심의된 사항을 다시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명시돼 있지 않다. 김 교수회장은 “우리 대학이 학칙에도 없는 재심의를 꺼낸 데에는 정부의 압박이 크게 작용돼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교육부가 이런 폭력적 결정을 내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에 대해 “시정명령 및 학생모집 정지 등의 강압적 행정 조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며, 부산대 교무회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대학에 이어 제주대도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또한 강원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등 의대 증원이 결정된 다수의 국립대가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10일) 조선일보는 이들 대학이 학칙 개정안 심의를 법원 판단 이후에 진행할 것이라 보도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부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리에서 정부에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