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생이 선사한 드론쇼 "준비에만 반년 걸렸죠"

-이대우 교수팀, 대동제에서 -'Back to the PNU' 주제로 -10여 분간 드론쇼 선보여 -"학교 자긍심 높이길 바라"

2024-05-31     최유민 보도부장

대동제 2일차를 맞이한 지난 5월 29일 ‘Back to the PNU’를 주제로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쇼에 1만 여명에 달하는 관중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과거 부산대 상징과 같았던 ‘시계탑’과 옛 정문이었던 ‘무지개문’을 보여주던 90여대의 드론은 ‘민주대학 최후보루’라는 단어와 함께 학내 민주주의를 지켜낸 故고현철 교수를 기렸다. 특히 고인의 유서가 AI로 구현한 그의 육성으로 울려 퍼지자 관중석엔 그를 향한 그리움과 감동이 가득했다.

드론쇼를 준비한 건 우리 대학 항공우주공학과 이대우 교수팀이다. 학부생 5명과 대학원생 5명 등 10명이 이대우 교수와 함께 꼬박 6개월이 걸려 10여 분간의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민간 업체가 진행했다면 수천만 원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0일 연구실에서 만난 이대우 교수는 “외부 도움 하나 없이 우리 학생들과 온전히 만들어낸 공연”이었다며 “학생들이 흔쾌히 연구 외 시간을 할애해줬기에 이번 공연이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된 것 같다. 우리 팀이 없었으면 절대로 할 수 없었던 쇼”라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5월 30일 우리 대학 대동제에서 드론쇼를 선보인 이대우(항공우주학) 교수를 비행역학실험실에서 만났다.  [조영민 기자]
지난 29일 우리 대학 대동제 드론쇼에 나타난 故고현철 교수의 이름. [임현규 부대방송국 국장]
지난 29일 우리 대학 대동제 드론쇼에 나타난 우리 대학 캐릭터 산지니. [임현규 부대방송국 국장]

이 교수팀이 드론쇼를 처음 선보인 건 지난해 우리 대학 ‘시월제’에서였다. 당시에는 드론 50대가 동원돼 ‘부산과 PNU’를 주제로 우리 대학과 부산을 상징하는 로고를 그렸다. 당시 호평을 받았던 이 교수팀은 시월제가 끝나자마자 차기 공연을 기획해 드론쇼 규모를 키웠다. 이 교수는 “드론쇼를 기획하면서 가장 유념한 부분은 학우들에겐 우리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더 높이고 외부인들에겐 우리 대학의 위상을 다시 알렸으면 좋겠단 마음이었다”며 “우리 대학이 얼마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주제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드론쇼는 드론이란 기계가 쓰이지만 수작업 없인 불가능할 만큼 세밀한 설계와 기술이 필요하다. 수십여 대의 드론이 여러 장면을 연속적으로 연출하려면 드론끼리 혼선되지 않도록 설계해야하기 때문이다. 드론이 제자리를 찾아도 LED 라이트를 어떤 색깔로, 얼마큼의 강도로, 얼마간 켤지도 설정해야한다. 이 교수는 “이 모든 작업을 드론 하나하나 설정해야 하기에 속칭 ‘노가다’ 작업이 이뤄진다”며 “심지어 중간 부분을 수정하려면 드론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그 뒤의 모든 장면을 다시 수정해야 하는데 아주 고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드론이 뜨는 실제 공연장에서 겪게 될 자기장과 전파 오류도 난관 중 하나다. 이 교수에 따르면 드론쇼는 보통 주변 건물로 인한 자기장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넓은 공간이나 지상에서 진행한다. 자기장의 영향을 받으면 각도를 혼동하고 오류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동제 무대 구조 특성상 지상에서 진행하기 어려워 인문관 건물 옥상에서 진행했다. 인문관 주변에 있는 이동통신 중계기 또한 문제였다. 많은 인파의 휴대전화와 교신하며 발생하는 전파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였다.

이 교수팀이 드론쇼를 준비하며 가장 고려하는 건 안전이다. 국내 유명 관광지에서 열린 드론쇼에서도 추락한 드론에 관중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 교수는 “비행할 때마다 프로펠러, 볼트와 너트를 90대 모두 전수조사한다”며 “소프트웨어적으로 안전구역 펜스를 이중 프로그래밍 해 추락한 드론이 부서지더라도 최대한 관중이 다치지 않게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고려하고 있는 다음 공연 주제는 ‘우리 대학의 미래’다. 그는 “드론쇼가 끝나고 어떤 우리 대학 학생이 ‘인서울’을 하고자 반수를 고민 중이었는데 이번 드론쇼를 보고 애교심을 갖게 됐다는 글을 봤다”며 “다음에도 만약 드론쇼를 하게 된다면 우리 대학의 과거부터 현재를 다뤘던 만큼 미래를 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