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벽] 캠퍼스 교류 증진부터 이전까지 '의견 분분'

-캠퍼스 간 반목 해결하기 위해선 -물리적 교류 증진해야 한단 지적 -동시에 캠퍼스 이전이란 강수도

2024-08-30     채널PNU 특별취재팀

우리 대학 내 공공연했던 캠퍼스 간 반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 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에서 특정 캠퍼스를 헐뜯는 모습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학생회 선거를 중심으로 강화됐고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했다. 이에 그간 우리 대학의 멀티캠퍼스 정책이 캠퍼스 간 유대 강화에 소홀했단 분석이 나왔다(<채널PNU> 2024년 6월 7일 보도).

학생들 간 두터워진 ‘마음의 벽’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널PNU>는 우리 대학 캠퍼스 간 단절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여러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일자와 장소는 상이하며 지난 2월부터 5월 사이 진행됐음을 알린다.

서로 다른 캠퍼스 학생들 간 '마음의 벽'을 좁히기 위한 해결책으로 꼽히는 방안들. (c)정혜미 기자

■캠퍼스 간 교류 증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캠퍼스의 학생들 간 물리적 접촉을 늘리는 방법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한다. 캠퍼스 간 교류 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캠퍼스 간 교류가 거의 없다 보니 각자 다른 캠퍼스에 있는 학생들이 서로를 '같은 부산대 학생'으로 인식하지 않는단 것이다. 우리 대학 다양성위원회 위원인 김인선 여성연구소장은 “에타에서 쏟아졌던 캠퍼스 간 혐오도, 막상 당사자 둘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눠 보게 한다면 혐오를 지속할 수 있겠냐”며 “여러 캠퍼스 학생들 간의 접촉과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교원들 사이에서도 이와 같은 물리적 교류 필요성이 인식되며 최근 의과대학에서 교류 행사가 추진되기도 했다. 우리 대학 의과대학 장철훈 학장은 지난해 9월 8일 양산캠퍼스에 위치한 의예과 1~2학년 학생 120여 명과 함께 다른 세 캠퍼스를 방문하는 캠퍼스 투어를 진행했다(<채널PNU> 2023년 9월 8일 보도). 장 학장은 “학생들이 부산캠퍼스 등을 돌아보면서 우리 대학 학생이라는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며 “캠퍼스 투어를 정례화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우리 대학 의과대학에서 진행한 캠퍼스 투어 단체 사진. [우리 대학 의과대학 제공]

총학생회(총학) 역시 이와 같은 교류 행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창준(지질환경과학, 22) 총학생회장은 “공약 차원에서도 여러 캠퍼스에 있는 학우들이 같은 부산대 학생이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총학에서 캠퍼스 간 문화 행사를 확대하는 등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며 “분기별로 확대운영위원회를 밀양캠이나 양산캠에서 진행하고, 정기적인 소통 부스를 만들어 각 캠퍼스의 고충을 듣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우리 대학과 같이 멀티캠퍼스 체제를 도입하고 있는 타대학들은 학생회 차원에서 여러 캠퍼스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 등을 진행해 캠퍼스 간 교류를 늘리고 있다. 성균관대는 캠퍼스별 총학 대표를 별도로 선출해 캠퍼스 간 대항전을 실시하고 대학 축제를 번갈아 가며 진행한다. 우리 대학 이 총학생회장 역시 “밀양캠에서 진행하는 그린팜 페스티벌 등 행사에도 여러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방문해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본부가 학부생 교육과정을 조정해 양 캠퍼스에서 모두 수업을 듣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연세대의 경우 1학년 전원이 송도캠(국제캠) 기숙사에서 숙식하며 교양수업을 수강하고, 이후 신촌캠으로 이동한다. 성균관대 역시 인문계열 서울캠과 자연계열 수원캠에 각각 필수교양 수업을 개설해 학생들이 캠퍼스 간 이동수업을 듣도록 유도한다. 성균관대에서 캠퍼스 간 수업 교류를 추진한 교직원 김동규 씨는 “성균관대는 서울캠과 수원캠이 정서적으로 단절돼 있었는데, 캠퍼스를 오가며 수업을 진행해 캠퍼스 간 교류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캠퍼스 간 이동 개선

다만 우리 대학의 경우 서로 다른 캠퍼스 간 이동 편의성이 낮아 실질적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함께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다. 캠퍼스 간 대중교통 운행이 원활하지 않아 단순한 수업이나 행사 참여를 위한 캠퍼스 간 이동도 어렵기 때문이다. 황 모(바이오환경에너지학, 22) 씨는 “현재 통학버스는 한 달 전에 신청하는 방식이어서 날짜를 예측해서 신청하기 번거롭다”며 “다른 캠퍼스에서 대동제 등 행사가 열릴때라도 버스를 증차하거나 대절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밀양캠의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교수들도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통학 버스의 증차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 부산캠과 밀양캠을 잇는 통학 버스는 하루 운행 횟수가 7회(부산→밀양 3회/밀양→부산 4회)에 불과하고, 심지어 서면과 밀양캠을 잇는 통학 버스는 축소를 감행하며 학생들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채널PNU> 2024년 5월 2일 보도). 연세대(42회)·성균관대(16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4월 11일 우리 대학 서면역 7번 출구에서 학생들이 서면-밀양캠퍼스 통학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채널PNU 포토 DB]

우리 대학 최원식(바이오산업기계공학) 명예교수는 “부산캠이 있는 장전동에서 자취하면서 통학 버스를 타고 밀양캠에 다니는 학생들이 (밀양캠의) 10%가 넘는데 차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밀양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A 교수도 “이원화 캠퍼스를 운영하는 다른 대학들은 앞에 인프라가 많지 않냐”며 “밀양캠은 앞에 식당도 서너 개뿐인데 부산캠이라도 편히 오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이전

동시에 밀양캠 운영에 한계를 인정하고 ‘이전’이라는 강수를 두자는 주장도 공존한다. 그간 밀양캠이 타 캠퍼스들 가운데 가장 큰 반목을 샀던 가장 큰 원인은 입결과 학업 여건 등의 차이인데, 이런 차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학생들 간의 단절감도 줄이자는 것이다.

일부 교수들은 애초 우리 대학 대부분의 학과가 부산캠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밀양캠에는 한 개 단과대학 뿐이라 효과적인 특성화도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작은 규모와 먼 거리로 인해 경쟁력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A 교수는 “성균관대와 경희대 등은 인문계열이 서울에 있고 캠퍼스별로 분리되어 있어서 각자가 통째로 경쟁력을 가지는 데 반해, 우리 대학은 모든 캠퍼스가 장전에 집중되어 있고 밀양캠에는 단과대학이 하나뿐이라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밀양캠의 학업 여건과 인프라 부족 역시 캠퍼스 이전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의견이다. A 교수는 “(밀양캠 인원이) 5천 명 정도만 되어도 작은 마을이 형성되니 여건이 개선되는 것이 가능한데, 단과대 하나로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게 어려우니 경쟁력 있는 기계공학과나 법전원이 오더라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부산캠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양과목 1·2순위를 개설했었지만 모두 폐강됐다”며 “학생들은 여건이 부족하니 결국 부산으로 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 역시 “대학생이면 공부는 물론 사회생활이나 취미생활도 하며 교우관계를 가져야 크는 것인데, 정보나 행사 참여도 소외되는 상황에서 연구소도 아니고 대학을 이 구석으로 누가 오려 하겠나”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서울대의 경우 수원캠에 있던 단과대를 2001년 서울캠으로 이전시켰다. A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명성이 최고인 서울대 농대도 수원캠퍼스 부지의 용도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히 버리고 관악(서울)으로 올라가면서 입결이 높아졌다”며 생자대를 부산캠은 물론 양산캠의 유휴부지로 옮기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밀양캠이 장기적으로 우리 대학의 평균을 깎아 먹는 게 이전 비용보다 더 큰 손해”라며 “차라리 밀양캠 부지와 건물을 자산이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양캠의 전면적인 이전은 △과거 우리 대학 밀양캠과 MOU를 체결한 밀양시의 반발 △이전에 필요한 비용 △밀양캠 부지 사용처 부재 등 한계점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명예교수는 “과거 밀양시와 체결한 MOU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현재는 밀양시가 경상국립대와 MOU를 체결하는 등 밀양캠에 관심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서울대 농대 역시 총장이 결단하면서 즉시 이전했고, 밀양시의 간섭도 없는 만큼 지금이 이전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전 방안과 비용에 대해선 “당장 수백억을 투자할 순 없어도 장단기 계획을 수립해 순차적으로 투자하면 된다”며 “생자대가 부산캠에서 신축 중인 IT관이나 기계기술연구동 등 남는 자리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벌주의 능력주의 한계 극복

한편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타 캠퍼스에 있는 학생들 역시 ‘같은 부산대 학생’으로 인식하려면 ‘학벌주의’, ‘능력주의’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부산교대 전진성(사회교육학) 교수는 “차별을 만든 건 입결 차이 아니냐”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학벌주의와 능력주의를 해결하지 않고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고 개천에서 용 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인데, 사회적인 여건 차이를 무시하고 입결과 같은 결과만 보고 능력대로 대우받는 공정이라 생각한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다양성위원회 위원인 김인선 여성연구소장은 대학에서 나서 교육을 진행해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있는 여러 캠퍼스에 대해서 다양성, 포용성, 형평성에 대해 학생들이 고민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여러 구성원에 대한 다양성에 대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널PNU 특별취재팀: 임하은, 전형서, 정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