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I] "K-pop 해석하며 한국 사회도 알게 됐죠"

-가사에 담긴 사회·문화 알려주는 -케이팝 해석 콘텐츠 인기 높아져 -주체적인 해석 문화 만들기도 -잘못된 해석 퍼지는 오류도 있어

2024-10-03     서예진

“K-pop(케이팝) 해석 콘텐츠 덕분에 미국과 한국 문화의 차이에 흥미를 두게 됐어요. 아마 미국 길가에 지나가는 학생들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저처럼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 한 명씩은 있을 거예요.”

지난 8월 1일 미국 UCONN 대학 아시안 미국인 문화 센터에서 만난 Jeffrey R. Alton(43, 미국) 씨는 케이팝을 해석하면서 한국 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팝 해석 콘텐츠’란 한국 가수의 △노래 가사 △뮤직비디오 △앨범의 티저 이미지 △앨범의 콘셉트 등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주체적으로 ‘풀이’하는 것을 말한다.

케이팝이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케이팝 속 가사를 해석하는 문화 콘텐츠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채널PNU>가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니 이미 유튜브에는 천 만 조회수를 넘은 케이팝 해석 콘텐츠가 여럿 있었다. 관련 인기 유튜버는 △jaeguchi △dkdktv △김일오 15KIM 등으로, 각각 △533만 명 △79.3만 명 △21.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K-pop 해석 콘텐츠를 다루는 대표적인 채널들. 왼쪽부터  △jaeguchi △dkdktv △김일오 15KIM △kpop vampire. [서예진 기자]
지난 4월, 아이브가 한국풍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후 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IVE Stealing Chinese Culture in Their Music Video HEYA Receives"라는 제목을 쓴 한 유튜버 [출처: 유튜브 갈무리]   
지난 4월 공개된 아이브의 '해야(HEYA)'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한국의 전통 부채, 병풍, 곰방대가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출처: 해야 뮤직비디오 갈무리]

케이팝 해석 콘텐츠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외국인들이 기본적인 한국어 가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노래 가사를 해석한 영상들을 업로드하는 채널로는 ‘jaeguchi’ 가 대표적이다. 이 채널은 한국어 가사 밑에 영어 발음과 해석 자막을 넣어 케이팝 노래를 처음 듣거나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한국어 가사를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의미를 설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한국 문화에 대해 의미를 풀이해주는 채널도 있다. 유튜브 채널 ‘김일오 15KIM’은 케이팝 뮤직비디오나 노래 가사 해석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 가수 림 킴(Lim Kim)의 ‘Yellow’ 뮤직 비디오를 보고 한국 문화와 오리엔탈리즘을 해석한 영상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 채널은 한국 가수들이 한복 컨셉으로 활동했던 모습들을 모아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등 케이팝 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에 그치지 않고, SNS로 확산하며 또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다. 미국의 거대 SNS ‘레딧(Reddit)’에서 해외 팬들은 댓글로 케이팝 콘텐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고, 틀린 부분은 고쳐주기도 하며 주체적으로 케이팝을 해석한다. 실제로 지난해 공개된 ‘레드벨벳’의 앨범 ‘칠 킬(Chill Kill)’의 티저 이미지를 두고 그 의미를 유추하는 토론이 이뤄졌다. ‘레드벨벳’의 영문명이 대문자로 쓰면서도 교묘한 배치를 통해 ‘RED’와 ‘VELVET’이 한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레딧에서 해외 팬들은 댓글을 통해 △虎 △街 △詩 등 로고와 닮은 한자를 언급하며 케이팝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유튜버가 주관적으로 풀이하는 케이팝 해석 콘텐츠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수익 창출을 위한 조회수 증가를 목적으로 케이팝에 대한 자극적인 섬네일 및 내용 전달로 한국 문화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나 해석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아이브가 한국풍 컨셉의 ‘해야(HEYA)’라는 노래를 공개하자 한 유튜브 채널은 ‘'IVE Stealing Chinese Culture in Their Music Video HEYA Receives(중국 문화를 훔쳐 반발을 받은 아이브)"라는 일명 ‘어그로성’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 댓글에서도 여전히 위 문제에 대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유튜버의 왜곡된 해석에 대해 우리 대학 서이지(국제학) 교수는 “몇몇의 유튜버는 음악적 지식이나 케이팝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어 외부의 문화적 개념이나 해석을 케이팝에 적용하는 외국인들이었다”며 “케이팝 콘텐츠는 외국인이 음악적 지식이나 한국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외국의 문화를 한국의 케이팝 해석에 적용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