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환승' 보이지만 독점 막기엔 역부족
채널PNU 설문조사 결과 -부산대생 4명 중 1명 소비앱 변동 -하지만 독점 현상 깨긴 어렵단 평가 -전문가들 "다각적 지원과 노력 필요"
“여러 배달 플랫폼을 비교해 봤는데 ‘쿠팡이츠’ 혜택이 가장 괜찮았어요.” 우리 대학 재학생 한혜인(정보컴퓨터공학, 23) 씨는 최근 할인 혜택에 이끌려 그간 이용하던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배민)’에서 쿠팡이츠로 갈아탔다.
지갑이 얇은 청들 사이에서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짙어지면서 ‘플랫폼 독점 현상’에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쿠팡이츠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771만 명의 사용자 수를 기록하며 ‘요기요’를 넘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독점이 고착화된 플랫폼 시장에 구멍을 내기는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플랫폼 이용 변화하나
<채널PNU>가 지난 8월 7일부터 12일까지 7일간 우리 대학 재학생 16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 이용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약 25.7%가 배민에서 쿠팡이츠나 요기요로 이동했다고 답했다. 택시 호출 플랫폼의 경우 전체 응답 학생 중 약 9.3%가 ‘카카오택시’에서 ‘우티’로 옮겼다고 답했다. 우티는 2021년 4월 ‘우버’와 ‘티맵모빌리티’가 손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 택시 호출 플랫폼이다. 최근 쿠팡이츠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강민균(조경학, 23) 씨는 “쿠팡 멤버십에 가입하면 △쇼핑 앱 무료 반품 △OTT 앱 콘텐츠 무료 시청 △무료 배달 등 계열사 앱을 사용할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건 할인을 내세운 공격적 마케팅의 결과다. 쿠팡이츠, 요기요 등은 배민에 맞서 각종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이며 할인율을 높이고 소비자의 부담을 덜었다. 지난 3월 쿠팡이츠가 업계 최초로 ‘무제한 무료 배달’을 선언한 결과 올해 상반기 쿠팡이츠의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카카오택시에서 우티로 이동한 적 있다고 답한 학생의 60%은 쿠폰이나 멤버십 등으로 결제가가 저렴해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재학생 홍수연(경영학, 21) 씨는 “요기패스에 가입한 후 배달 수수료 절약 효과를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앱 갈아타기’ 현상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시장의 독점 현상이 깨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배민 이용자 수는 약 2,200만 명으로 여전히 배달 플랫폼 시장의 이용자 수 1위를 달리고 있다. 온라인 택시 호출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내놓은 ‘모바일 인덱스 통계’를 보면 카카오택시의 월 이용자 수는 올해 1월을 기준으로 약 1,300만 명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12월 우티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iOS+안드로이드)는 66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8.5% 증가했음에도 ‘-105억 원’이라는 마이너스 매출을 냈다.
대규모 플랫폼은 소비자가 기존에 이용하고 있던 서비스와 연동되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어 독점 현상을 공고화한다. 우리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4%가 배민을, 86.3%가 카카오택시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현준(경영학, 24) 씨는 “카카오뱅크와 연동되어 있어 결제가 편리해 (카카오택시를)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서진(경영학) 조교수는 ”대부분의 한국 소비자가 이용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과 비교해 지역 기반의 소형 플랫폼이 경쟁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고 전했다.
■독점 기업에 대응하려면
대형 플랫폼이 독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가 공공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한계가 큰 상황이다. 부산시의 경우 2021년 말 ‘동백택시’를 출시했다. 택시 기사들은 중계 수수료를 면제받고, 이용자들은 5% 캐시백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같은 설문조사에서 재학생들은 △앱 인터페이스 사용에 불편함을 느낌 △결제 방식이 까다로움 △존재 자체를 모름 등의 이유로 ‘동백택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A(65세, 부산 북구) 씨도 동백택시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 병원에 입원해 콜(택시 탑승 요청)을 받지 못했는데, 이것이 실적과 연계돼 이후 아예 콜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택시 기사가 특정 플랫폼의 사용을 기피하면 해당 플랫폼의 공급이 줄어들어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공공 플랫폼을 포함한 소형 플랫폼이 플랫폼 독점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보름 팀장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공 플랫폼의 경우 대중교통 환승 서비스, 소상공인 및 관광업체와의 제휴 이벤트 등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시민 관심을 끌어야 한다”며 “소형 플랫폼이 독점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IT 기술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