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위협하는 ‘가짜 3.3 계약’

-사업자 인건비 줄일 목적으로 -횡행하는 허위 개인사업자 계약 -모르고 계약한 청년들 피해 막심 -실태조사 및 제도적 개선 시급

2024-08-30     정윤서 기자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 CSL의 하청업체를 조사한 결과 2만 여명의 노동자가 산재 및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기준법상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규정된 보험 가입이 누락된 것은 해당 업체가 노동자를 근로자로 고용하지 않고 개인 사업자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사업자에 종속된 노동이지만 업체의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동원된 이 같은 편법은 소위 ‘가짜 3.3 계약’이라 불린다. 사업자가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계약하면 노동자가 세금 3.3%를 내게 되는데 이 같은 계약이 편법임을 뜻하는 노동계 은어다.

8월 30일 <채널PNU> 취재 결과 가짜 3.3 계약은 연령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2년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노동조합인 권리 찾기 유니온(권유하다)이 응답자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직원 48.4%가 가짜 3.3계약을 맺은 것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전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는 여전히 없어 실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유선경 과장은 “가짜 계약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가 아직 없다”라며 “연령 특성을 찾기 어려우나 많은 연령층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계약 형태”라고 말했다.

■청년들 대다수 잘 몰라

가짜 3.3 계약이 횡행하는 건 사업자가 짊어질 인건비 부담이 근로자 고용보다 개인사업자 계약이 적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노동자를 고용하면 근로 조건에 따른 4대 보험 가입 의무를 지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휴수당과 연차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 반면 노동자를 ‘개인 사업자’로 계약하면 이러한 비용 대신 세금 3.3%만을 원천 징수하면 된다. 이마저도 근로자의 보수에서 빠지는 것을 고려하면 사업자에게 별도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권리찾기 유니온에 따르면 '가짜 3.3 계약'은 연령별로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 (c)정윤서 기자

 

'가짜 3.3 계약'이 금전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글이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여러건 게시됐다. [권리찾기유니온 제공]

문제는 가짜 3.3 계약을 맺게 될 경우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근로 기준법의 테두리에 들어가지 못하는 개인 사업자와 가짜 3.3계약 알바생은 4대 보험의 의무 가입 대상자가 아니다. 이들은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치면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산업재해(산재) 보험이나, 3개월 이상 근로한 사업장에서 해고됐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실업 급여 보험도 받지 못한다. 유 과장은 “3.3 계약으로 인해 산재보험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실업급여를 수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만난 최인화(22, 부산 해운대구) 씨는 식당 홀서빙으로 1년 6개월간 근무 후 퇴직했지만 입사 당시 사장의 회유로 가짜 3.3 계약을 체결한 탓에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 지급 △휴게시간 보장 △1주간 개근 시 주휴수당 지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모두 해당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영어학원에서 파트타임 강사로 일하던 송현영(불어교육, 22) 씨의 경우도 시험 기간 추가 보강 등을 이유로 당초 계약한 시간보다 초과근무를 했지만 수당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다. 송 씨는 주 6시간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초과 근무에 대해 임금의 50% 이상 가산 수당을 지급받아야 했지만 그 역시 가짜 3.3계약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청년들이 이러한 계약을 맺는 원인은 대부분 ‘몰라서’였다. 가짜 3.3 계약으로 생기는 소득세 (사업소득세 3.3% 지방소득세 0.3%)는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고깃집에서 근무하며 가짜 3.3계약으로 연금과 보험료를 전액 부담했다는 A 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 순간까지도 근로자로 계약 시 사업자와 보험료를 절반씩 나눠 부담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가짜 3.3계약에 대해) 검색해 보니 아르바이트할 때 공제되는 경우가 있다고 확인해 별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단기적 이익 때문에 가짜 3.3계약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 학원의 원장이 4대 보험을 내면 월급이 적어지니 3.3계약이 나을 거라고 회유했다는 최 모 씨는 이후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계속해서 4대 보험 대신 가짜 3.3계약을 선택했다. 월급여액의 9%에 달하는 4대 보험료보다 3.3%의 원천 징수액이 훨씬 ‘저렴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 두 계약은 상황에 따라 금전적 유불리가 일부 존재할 뿐 부담 금액에서 큰 차이가 없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소득이 발생하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대한민국 국민 모두 의무 가입 대상인 국민연금은 근로자라면 사업자 4.5%, 근로자 4.5%로 나눠서 부담하지만, 개인 사업자의 경우 보험료 전체(9%)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보수월액의 7.09%인 건강보험료도 근로자라면 사업자와 절반을 나눠서 부담하지만 프리랜서로서 지역 가입자가 될 경우 전액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가짜 계약해도 ‘근로자’

사업자에게 종속돼 노동을 한다면 가짜 3.3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근로자성’ 여부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근로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을 중심으로 근로기준법이 판단되기 때문이다. 김수민(법학전문대학원) 강사는 “명확하게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임금 지급과 관련해 3.3% 공제 등의 내용이 있다면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면서도 사업자의 뜻을 거스르거나 지적하기 곤란한 경우 “일한 날짜와 시간, 업무 내용 등을 되도록 자세하게 기록해 두면 추후에 임금 차액이나 퇴직금 청구가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짜 3.3 계약을 체결할 경우 근로자가 직접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근로자성의 판단 여부인 △사업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는지 △사업자의 지휘·감독 하에 노동력을 제공했는지 △사업자가 근무시간·장소를 지정하는지 등의 내용 입증 책임이 근로자에게 있는 것이다. 권유하다의 민강모 정책국장은 “(근로자성을 입증하려면) 지휘 감독을 받았던 사실, 사업과 관련된 비용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보통은 그 자료를 사업자가 가지고 있다”며 “사무직 외에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경우 입증하는 자료 자체를 갖고 있기 어려울 수 있다”고 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업자가 입증해야 하는 캘리포니아의 ABC 테스트와 같이 사업자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ABC 테스트란 노동이 발생하면 그 사람을 근로자로 보되 △근로자가 지휘 감독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사업 범위 외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사용자로부터 독립적인 업무에 관례적으로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사용자가 입증하는 제도를 뜻한다.

사업자들에게도 가짜 3.3 계약이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단 사실이 인식되도록 교육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실질적 ‘근로자성’을 지닌 근로자가 사업자를 신고하면, 4대 보험 가입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과태료가 부과되고 체납된 보험료와 연체금을 납부해야 한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유 과장은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그 책임은 결국 사업자에게 오는 것”임을 사업자들이 인식하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노동권익센터는 노동법을 몰라 사업자가 법을 위반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무사가 직접 소규모 사업장을 방문해 노무 관련 상담을 하는 ‘동네방네노무사’ 사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