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책임 커진 캠퍼스 안전, 맞춤형 대책에 달렸다
-지난 6월 보행자 사망사고 등 -캠퍼스 안전 '사각지대' 전락 -우리 대학, 교통환경 용역 맡겨 -자체 안전체계 마련하겠단 구상
대학 총장에 캠퍼스의 교통안전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교통안전법 개정안이 시행된 가운데 우리 대학은 외부 용역을 실시해 자체 교통안전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채널PNU>가 지난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부산캠퍼스를 둘러보고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부산캠의 △높은 경사도와 △복잡한 삼거리 교차로 △PM(개인형 이동정치) 급증 등이 보완돼야 할 주요 요소인 것으로 파악됐다.
8월 30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학교 내 도로를 ‘단지 내 도로’로 포함하는 교통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8월 17일부터 적용됐다. 이에 따라 캠퍼스 관리자에 해당하는 대학 총장에게는 캠퍼스 교통안전 전반에 대한 관리 의무가 주어진다. 대학 총장은 교통안전법 65조 2항 12호와 13호에 근거해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학내 통행 방법을 게시하고 캠퍼스 내 사고가 발생하면 구청에 통보해야 한다. 지자체장도 캠퍼스 도로 안전 실태를 파악하고 보완을 권고할 수 있어 ‘이중 점검’도 가능해졌다.
그간 우리 대학은 부산캠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지난 6월 17일 인문관 앞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보행자 사망사고(<채널PNU> 2024년 6월 19일 보도)와 같은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 대학은 지난 3월부터 학내 과속과 큰 경사도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학내 불법 주차와 과속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불법 주·정차했거나 지정 속도인 20km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에 대해 △주의 △경고 △1개월 차량 정기등록 금지와 같은 실질적인 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마련했다(<채널PNU> 2024년 3월 1일 보도). 하지만 단속 대상이 학내 출입 등록된 차량에 한해 한계가 있었다.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적발된 과속은 493건에 달했고 단속 구역을 피한 꼼수 불법 주·정차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일었다(<채널PNU> 2024년 4월 4일 보도).
■교통환경 용역 나선 대학본부
전문가들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행자 안전을 보장하는 캠퍼스 교통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대학 황진욱(도시공학) 교수는 “우리 대학 캠퍼스 교통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담긴 마스터 플랜이 부족하거나, 있어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이동하는 모든 구역이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은 사망사고를 계기로 부산캠의 교통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는 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 용역 업체를 고용해 학내 교통안전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캠퍼스 마스터플랜에 반영하겠단 구상이다. 이번 학기에 용역 입찰 발주를 내 업체를 선정한 뒤 2025년부터 점진적으로 캠퍼스 교통 환경을 바꿔갈 예정이다. 총무과 측은 “본부 직원들보다 교통안전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교통 용역 업체에 의뢰해 교통안전성 평가를 받고 우리 대학에 맞는 교통안전 체계를 갖추어 나갈 것”이라 말했다.
해당 용역에는 부산캠의 특성이 반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정산을 끼고 있는 부산캠의 경우 높은 경사도가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전국 주요 대학 17곳을 분석한 결과 부산캠의 캠퍼스 고도차는 76m로 이 중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실제로 환경부가 제공하는 국토환경성평가지도의 경사도 표고 분석에 따라 부산캠을 살펴보면 경사도가 30도 이상인 곳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캠에서 보행자가 많이 다니는 곳 위주로 살펴보니 △진리관~성학관 내리막길 △예술관 옆 내리막길 경사도는 각 최대 27도, △중앙도서관 옆 물리관~인문대 교수연구동 사이길은 최대 19도에 달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임채홍 책임연구원은 “주요 캠퍼스 17곳의 평균 고도차가 37m인 것을 보면 부산캠은 상당한 산비탈길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PNU>가 지난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우리 대학 학생 1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대학의 교통이 위험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사로가 많아서’라 답한 우리 대학 학생은 62명(40.5%)이었다. 실제로 내리막길의 경사도가 크면 브레이크를 사용했음에도 차량이 멈추지 않고 밀리는 ‘페이드 현상’이 생기고, 브레이크를 눌러도 차량이 멈추지 않아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도로교통공단 최진호 교수는 “경사도가 높은 지역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벽벌도서관 앞 가장 위험”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부산캠 중에서도 특히 세 갈래 길이 만나는 삼거리 교차로가 위험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대표적인 삼거리 교차로는 △새벽벌도서관 앞 △경제통상관과 경영관 사이 △문창회관 뒤쪽 삼거리로, 각각 응답자의 60.1%, 30.1%, 17.6%가 위험하다고 답했다. 특히 세 곳 모두 순환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곧바로 차도를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아찔하다. 우리 대학 재학생 A(일반사회교육, 23) 씨는 “순환버스가 지나다니는 새벽벌도서관 앞은 인도가 아예 없고 차도를 지나가야 하는 형태인데 차가 많이 다니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특히 도서관으로 가려면 신호등이 없는 순환버스 정류장을 가로질러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캠을 오가는 차량 통행량이 많은 점도 캠퍼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우리 대학의 캠퍼스 부지는 98.3만㎡로 전국에서 20번째로 크고 승용차가 다닐 수 있는 3개의 문이 있어 통행량이 많다. 총무과에 따르면 부산캠 통행 차량은 하루 평균 5,500대다. 외부 차량을 제외하고 학내 출입 차량으로 등록된 것만 해도 6,000대에 달한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과 부산캠을 오가는 순환버스는 오전 5시 58분 첫차를 시작으로 오후 8시까지 평균 5~6분의 배차 간격에 따라 운영된다. 야간에 4차례 더 운행되는 횟수를 더하면 하루에 약 180대의 순환버스가 우리 대학을 돌아다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부산캠의 교통 혼잡은 PM 급증과 함께 심해졌다. 최진호 교수에 따르면 우리 대학을 지나다니는 PM 수는 부산 지역의 타 대학과 비교해 3배 이상 많다. PM 환승 할인 등 부산시 지원이 이뤄지고 주차 시설이 활성화돼 PM을 이용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사로가 부산캠의 지형적 특성상 PM을 타고 내려올 때 제한속도를 준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PM이 많이 다니면 많이 다닐수록 사고율이 높아진다”며 “PM의 제한 속도가 25km 이하가 돼야 하는데 고바위를 따라 내려오면 30~35km로 제한 속도를 넘어버린다”고 말했다. 동일한 설문조사 응답자 중 48.6%가 PM을 학내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캠퍼스의 특성을 반영해 보다 강력한 보행자 중심의 교통안전 수칙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황진욱 교수는 “부산캠의 전반적인 문제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부주의로 인해 얼마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의도적으로 차량 통행에 불편을 야기해 통행 수요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자나 보행자의 개인과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98.6%기 때문에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