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칙까지 바꿨지만 의대생 복귀는 감감무소식

-우리 대학 의대생, 수업 거부 지속할 듯 -유급 방지·복귀 독려 위해 학칙 개정 중 -의대 교수협의회 "졸속 개정" 비판 -의평원, 의대 평가 강화 나서 혼란 가중

2024-08-30     정수빈 기자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한 우리 대학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새 학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은 학칙을 개정하며 의대생 복귀 독려에 나선 가운데 의대 교수 10명 중 8명은 이 같은 학칙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매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정원이 늘어난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면서 의대를 둘러싼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7일 불이 꺼진 우리 대학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의 한 강의실. [정수빈 기자]

8월 29일 우리 대학 의과대학 행정실에 따르면 지난 7월 우리 대학 의대생 700여 명은 2학기 개강을 앞두고 휴학계를 제출했다. 1학기에 낸 휴학계를 철회한 학생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지난 8월 6일 기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 대학을 포함한 전국 40개 의대 학생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고 있다(지난 7월 22일 기준).

우리 대학 의과대학은 교육부의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칙을 개정하여 학생 복귀를 독려하고 있다. 대학본부에 따르면 의대생 복귀 및 유급 방지를 위해 지난 7월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1학기 성적 처리를 학년 말로 연장하고 1학기와 2학기를 병행 운영하는 방침을 내놨다. 이럴 경우 학년말로 처리가 유보된 1학기 성적은 I(Incomplete·미완)학점으로 적용된다. 학칙 개정과 함께 해부학 등 일부 실습수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수업은 1학기와 동일하게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1학기 성적 처리가 학년말로 연기되므로 현재 유급 대상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의대 교수들은 이러한 학칙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우리 대학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지난 8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88명 중 160명(85.1%)이 학칙 개정안에 대해 반대했다. △1학기 연장·3학기제 수용 불가능 △교육 과정의 질적 저하 유도 △학생 제적에 관한 학칙(67조) 미개정 등이 이유다.

1학기를 연장하도록 개정할 경우, 교육과정상 우리 대학 의대 1·2학년은 매일 오후 4시 30분 이후 수업을 들어야 하고 3학년은 야간에도 임상실습을 진행해야 한다. 우리 대학 오세옥(해부학) 교수협의회장은 “물리적 여건과 환자 안전 문제가 걸려 있어 추가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교육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의대생의 학사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졸속 대책이라 사실상 전면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은 우리 대학을 포함해 의대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전국 의과대학 30개를 대상으로 6년간 기준을 강화해 평가하겠다고 지난 7월 30일 발표했다. 평가 항목을 기존 15개에서 49개로 대폭 늘린 것이다. 의평원의 평가 일정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올해 11월 30일까지 주요 변화계획서를 제출해 다음해 2월 평가 결과를 받게 된다. 의평원은 9월 내로 평가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우리 대학 의과대학 교수들은 의평원의 평가를 앞두고 난색을 표한다. 오세옥 교수협의회장은 “정부에서 대규모 지원을 해주더라도 현재 부산대 여건으로 의평원 평가 기준을 맞추는 것은 3년 이내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7월 3일 보도설명 자료를 통해 “대학과 병원에 대한 전폭적 투자를 통해 의학교육평가원의 주요 변화계획서 평가에도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