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lock:] 초연결사회의 덫에 무력해지지 않으려면

-지난 7월 초래된 IT대란으로 -초연결사회의 취약성 드러나 -과도하게 연결된 세상의 과제 -"다양성 전제된 서비스 구축 필요"

2024-09-19     서유정 기자

지금 우리는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다. 초연결사회는 캐나다 사회과학자인 Anabel Quan-Hasse와 Barry Wellman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인터넷과 통신기술 등의 발달에 따라 네트워크로 △사람 △데이터 △사물 등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이야기 같지만 ‘IT 대란’이나 ‘카카오톡 먹통’ 사태처럼 연쇄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인터넷에 의존하는 사회의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 클라우드 업체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안정적인 소프트웨어 공급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5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여름 전 세계는 대규모 IT 대란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지난 7월 19일(현지시각) BBC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사이버 보안 업체인 클라우드스트라이크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 윈도우 운영체제와 충돌하며 대규모 ‘IT 대란’이 발생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항공 △통신 △교통 등이 마비됐고 약 850만 대의 기기가 영향을 받았다. 심지어 미국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까지 꺼졌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인 오류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혼란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고 평가받는다. BBC는 사건 다음날 이번 사건이 거대 기업이 원격으로 관리하는 기기에 세상이 얼마나 의존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며 이런 실패로 우리가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출처:Adobe Stock]

■초‘연결’인가 ‘단절’인가

가장 두드러진 피해가 나타난 곳은 항공 분야였다. 지난 7월 20일 CNN은△필라델피아 국제공항 △두바이 공항을 비롯한 각종 공항과 항공사에 피해가 발생해 승객들이 공항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 8월 8일에는 약 5억 달러(6,804억 원)의 손해를 입은 델타항공이 클라우드스트라이크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또한 혈액 센터의 혈액 배송에 문제가 생기는 등 일부 △의료 시스템 △증권거래소 △교통 시스템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미국 발 IT 대란의 여파가 미쳤다. 지난 7월 연합뉴스는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총 89편이 지연됐고 수기 발권으로 체크인을 진행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19일자에 보도자료를 내고 클라우드스트라이크의 기술 문제를 악용하여 악성코드를 유포하거나 장애 복구 지원으로 가장한 피싱 이메일을 통해 개인정보 입력을 유도하는 사례들이 발생하여 국내 기업 보안 담당자들의 주의를 요구했다.

■독점이 불러온 폐해

이러한 연쇄적인 피해를 확산하는 원인 중 하나는 ‘시장 독점’이다. 사건 직후 AP통신은 “초연결 사회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소수 기업의 기술 독과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시너지 리서치 그룹(Synergy Research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에 대한 점유율은 △아마존(31%) △마이크로소프트(25%) △구글(11%)로, 이들이 전 세계 시장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또 2024년 1분기 기업의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지출은 전 세계적으로 760억 달러를 넘었고, 2023년 1분기에 비해 135억 달러가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비슷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이 70%가량을 점유했다.

의존도 증가와 관련된 독점 문제는 국내의 대학가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교육기관에 메일이나 클라우드 서비스의 저장 용량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제공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학별 제공 용량과 개인 용량을 제한하도록 돌연 정책을 변경했다. 비용 문제와 데이터 유출 위험이 이유였다. 또한 2021년 7월 구글도 기존에는 무제한이던 저장용량을 대학별 제공 용량을 100TB로 제한했다. 무료임을 강조하며 홍보했던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유료화되면서 각 대학은 구성원들의 사용량을 줄이는 등의 대책 마련으로 혼란을 겪어야 했다.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클라우드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관련 대책을 꾸준히 수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컴(Ofcom)은 영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하고 있다며 영국의 경쟁시장청(CMA)에 조사를 의뢰했다. 독점의 위험성을 인지한 독일에서도 지난 2021년 경쟁제한방지법(GWB) 10차 개정안을 수립하여 지정 플랫폼이 데이터 호환성을 거부하거나 어렵게 만들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인프라 다양성 강구해야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다양성’이라는 키워드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소프트웨어가 공급되기 위해선 클라우드 및 블록체인 등의 ‘다양한’ 인프라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 등 디지털 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최윤호(정보컴퓨터공학) 교수는 8월 25일자 <채널PNU>와의 인터뷰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국가가 지원하고 공공기관이나 학계 및 민간기업 컨소시엄이 주도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관리 기술 및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른 '다' 계층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관리 체계의 구축이 중요하다”며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의 생성 주기 전 과정에 거쳐 보완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이 점점 빨라지면서 미래의 초연결사회는 우리가 아직 접하지 못한 생소한 형태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회 속 우리의 미래에 대해 최 교수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의 IT 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를 △개인 △공공기관 △민간 기업 등이 공동 활용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과정에서 유지 관리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IT 대란 발생 시 △개인 △기관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자들 간 책임 공유성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증대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관리 체계의 수립이 요구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