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軍] 반복되는 군 사고, 책임자 없는 현실에 청년들 '무력감'

-군 사고 발생에도 책임지지 않는 군대 -청년들은 '신뢰할 수 없어' 비판 -폐쇄적인 군대 문화 지적도 -군인권보호관 등 투명성 제고해야

2024-08-30     유승현 보도부장·황주원 기자

지휘관의 무리한 수색 지시로 해병대 1사단에서 해병대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군대 어디서도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책임지지 않는 군대’의 모습이 반복되는 가운데 직접 입대해야하거나 사랑하는 이를 군대에 보내야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군에 대한 신뢰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군 사고를 두고 20대 청년들은 군대를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냈다. (c) 박건희 기자

8월 30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작업에 나섰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지 11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인해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직접적인 수색 책임자로 지목되는 해병대 임성근 전 1사단장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휴대전화 포렌식은 해병대원이 실종된 지 400일이 넘은 지난 8월 23일에 들어서야 이뤄졌다.

전시 상황이 아님에도 군 장병이 사망하고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우리 대학 학생들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정창수(인공지능, 23) 씨는 최근 일어난 박 모 훈련병 사망 사고를 두고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죽음이 우리에게 그렇게 멀지 않다고 느껴진다”며 “저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항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무력감까지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군대 특성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훈련 과정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된 박 모(전기공학, 21) 씨는 “그래도 요즘은 외부와 소통이 가능해져서 사건·사고들이 보도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군대라는 조직 자체가 매우 폐쇄적인 것이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군 복무 중 낙상사고를 겪었던 김 모(화학, 19) 씨도 “군에서 사고가 나면 지휘관에게 불이익이 있어 (사고를) 은폐시키기에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5월 신병교육대에 들어간 박 모 훈련병이 입소 13일 만에 40kg의 완전 군장을 착용한 채 규정을 어긴 과도한 군기훈련(얼차려)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얼차려를 가했던 중대장이 관련 내용을 축소 보고했다는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중대장은 (박 훈련병 사망 전날인)5월 24일 유가족에게 상황 설명을 한 시점까지 자신의 가해 사실을 숨겼다”며 “중대장의 거짓말은 군의관에게도 똑같이 전달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로 의료인들의 판단에 혼선을 빚고 초기 환자 후송에 악영향을 주는 등 박 훈련병의 사망에 여러 영향 요인을 끼친 바 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군사경찰이 보강 수사를 요청하는 유가족에게 욕설하는 상황까지 나오기도 했다.

반복되는 군 사건·사고와 책임회피는 군대를 직접 겪지 못한 이들에게 군대를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입영 예정인 남동생을 둔 신나예(한국음악학, 22) 씨는 “최근 군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보면 군이 제대로 책임을 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며 “군의 태도와 구조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군 사고는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동생을 보내는 마음이 복잡하고 걱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군의 사고와 대처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투명성 감시가 시급하다. 군인권센터는 꾸준히 관찰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옴부즈맨 기능을 하는 ‘군인권보호관’의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군인권센터 측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군의 투명성이 제고된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수준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며 “군은 모든 사항을 ‘작전’과 ‘안보’ 관련이라며 공개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는데, 이런 관행을 깨뜨리고 일반 행정 사항 등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군은 일단 사고로 군대 문밖을 나서기만 하면 ‘남일’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며 “군대에서 넘어져서 다치든 작전 중에 다치든 큰 범주 내에서 국가안보 수호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다 다친 것이니 국가가 이것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