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e스포츠 사로잡은 '뷰잉 파티'

-지난달 브레나서 열린 뷰잉파티 -2030 청년들 열띤 응원 가득해 -피어엑스 "연고지인 부산서 지속 개최"

2024-09-05     황주원 기자

“BNK 하나, 둘, 셋! FearX 파이팅!” '부산이스포츠경기장(BRENA, 브레나)'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리그오브레전드(롤) e스포츠팀 BNK FearX(피어엑스)의 승리를 기원하는 100여 명의 팬들은 응원 깃발을 들고 브레나에 마련된 초대형 스크린 앞에서 함성과 탄식을 내질렀다. 경기가 진행된 5시간 동안 관객들은 여느 스포츠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경기에 몰입했다. 세트 스코어 2:0으로 뒤지고 있던 피어엑스가 기막힌 역전극으로 한 개 세트를 따오자, 현장엔 열광적인 환호가 넘쳐흘렀다.

지난 8월 23일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부산이 연고지인 피어엑스 팀을 운영하는 SBXG가 주관한 ‘뷰잉 파티’가 부산이스포츠경기장에서 열렸다. 롤 프로 리그인 ‘2024 LCK Summer’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날이었다. 뷰잉 파티는 축구와 야구 경기 등 스포츠 경기를 단체로 관람하며 응원하는 것을 뜻하는데, e스포츠계에서도 요즘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아레나에서 그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브레나 옐로 스페이스를 찾은 BNK FearX의 팬들이 식사하며 경기에 몰입하고 있다. [임현규 전문기자]
브레나 메인아레나에서 피어엑스의 경기를 관람하는 참여자의 모습. [황주원 기자]

새로운 형태의 응원 문화로 자리 잡은 뷰잉 파티의 참여자는 e스포츠에 친숙한 2030 청년이 대다수다. 이들이 경기 시간에 맞춰 모이는 이유는 좋아하는 팀을 함께 응원하면 유대감이 생겨 경기에 더욱 즐겁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친화적인 e스포츠 경기의 특성도 타 스포츠에 비해 ‘직관’이 아닌 뷰잉 파티라는 문화가 활성화하기에 적절했다. 이날 뷰잉 파티에 온 A(25세) 씨는 “(이러한 응원 문화가)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경험이어서 좋았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날 브레나에서 열린 뷰잉 파티는 경기를 보려면 서울까지 가야만 하는 팬들의 갈증까지 해소했다. 부산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피어엑스 팀이 출전하지만 대부분 e스포츠 경기는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현재 롤 프로 리그 경기는 서울 종로구의 ‘LOL PARK(롤 파크)’에서 시즌 전 경기가 치러진다. 게임이 길어지거나 지연될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 돌아오는 차편도 쉽지 않다. 피어엑스 김인호 전략기획본부장은 “서울에서만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연고지의 의미가 퇴색돼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해부턴 시민 참여형 개방 뷰잉 파티를 진행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5명, 10명 내외였지만 지금은 100여 명 정도로 (관람 규모가) 커졌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개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뷰잉 파티는 게임을 좋아하는 커플들의 새로운 데이트 장소로도 주목받는다. 서울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부산 청년들에게 뷰잉 파티는 색다른 즐길 거리로 다가온다. 이날도 많은 이들이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위해 브레나를 찾았다. 남자 친구와 함께 참여한 김 모(29세) 씨는 “부산에 커플들이 즐길 만한 게 많지 않은데 게임을 좋아하는 커플 입장에선 부산에 뷰잉 파티가 열려서 좋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최 측이 무료로 준비한 저녁 식사거리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최 측은 지역 상생의 의미를 담아 부산 지역 프랜차이즈의 ‘낙곱새’와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과일막걸리를 제공했다. 김유림(29세, 부산 부산진구) 씨는 “경기 시간이 저녁 시간이라 밥을 먹고 오기 늦을 것 같았는데, (뷰잉 파티에) 오니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있어 경기와 식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