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술 마시는데 왜 못 팔죠?" 대학축제 주점 '갈증' 여전
-대학축제 주점 금지 강화 6년째 -음주 위한 각종 편법 마련 골머리 -학생들 "이럴꺼면 주점 부활해야" -대책 마련 요구에도 당국 묵묵부답
대학 축제를 장식하던 '주점'이 금지됐지만 여전히 축제에서 술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현실적 고려 없이 무작정 금지된 주류 판매에 캠퍼스 내 편법이 난무한 것이다. 안전을 위한 규제와 대학 축제의 자율성, 그 무엇 하나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축제를 맞이할 때마다 학생들 사이에선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채널PNU>의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9월 12일 우리 대학 사회과학대학의 ‘문창제’를 시작으로 공과대학과 예술대학이 함께 주최하는 ‘예공제’ 등이 개최를 앞두고 있다. 축제를 주관하는 학생회들은 ‘주류 반입’을 두고 골머리를 앓는 눈치다. 2018년 교육부가 면허 없이는 술을 판매할 수 없다는 방침의 ‘주세법’을 대학가에 강조하고 나서면서, 기존 학생회를 중심으로 준비되던 주점의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주세법의 적용 이후 대학 축제에서의 주류 반입은 모호해졌다. 캠퍼스 내 주류 판매가 금지되며 주점은 자취를 감췄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외부에서의 주류 반입을 용인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열린 우리 대학 대동제에서도 총학생회는 공식 SNS를 통해 주류 반입을 자제하도록 권고했지만, 인문대 앞에 마련된 푸드코트 테이블 위에는 외부에서 구매한 소주병과 맥주캔이 가득했다. 대동제를 찾았던 송현우(관광컨벤션학, 21) 씨는 “(학교 밖) 편의점까지 가서 맥주와 막걸리를 사와 교내에서 먹어야 했다”며 “주류 판매를 굳이 막는 이유가 있나 싶다”고 전했다.
학생회 차원에서는 주세법에 크게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술을 제공하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달리 돈을 받지 않거나, 주류 판매가 가능한 제3자를 대동하는 식이다. 주류업체와 사전 제휴를 맺고 현장에서 무료로 술을 제공하거나, 동문회에서 대량으로 대신 구매한 술을 나눠준다. 주류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대학생활협동조합과 연계해 술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학생들 사이에선 축제에서 술을 먹는 절차가 더 번거로워지기만 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학생회가 현장에서 입장료 명목으로 돈을 걷은 후, 무상으로 술을 제공하는 방법도 포착된다. 타 대학에선 학생회 임원이 일정 금액을 받고 인근 편의점에서 ‘술심부름’을 하는 광경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세청 산하 국세상담센터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은 주류 판매의 주체가 학생들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돼 법적 처벌이 가능할 수도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실질적인 단속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경영대학 김도언(경영학, 20) 학생회장은 “원칙적으로 (주류 판매가) 안 되긴 하지만 실제로 처벌이 이뤄지는 사례가 적어 이런 방식으로라도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선 주점이 사라진 대학 축제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학생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대학 축제 문화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 대학 재학생 이주용(교육학, 21) 씨는 “주점이 없으니 축제가 학생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 공연으로 변질된 것 같다”고 전했다. 주점을 경험해 본 졸업생 김나현(교육학 16, 졸업) 씨도 “학과 동기들과 협력해 돈을 벌고 추억을 쌓는 것이 의미 있는 경험이었는데, 활발한 분위기였던 축제가 (지금은) 다소 위축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모(국어교육, 21) 씨는 “주점을 운영할 수 없어 아쉽다”며 “대학에서만 쌓을 수 있는 추억이 막혔다”고 말했다.
대학 축제의 주류 판매 금지 규제가 강화된 지 6년이 흘렀지만 논란이 여전한 것은 당초 관련 규제가 획일적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규제도 문제다. 주류 판매를 위해 임시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선 영업 신고와 사업자 등록이 필요한데 식약처에 따르면 애초에 학교 부지 대부분은 영업 신고 대상이 될 수 없다.
학생들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 촉구가 이어졌음에도 지침을 내린 교육부와 국세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우리 대학에서도 2018년 당시 총학생회가 주류 판매를 허가받기 위해 △주세법 임시 허가 △지역축제로의 전환 등을 관할 세무서에 요청하고 국민 청원까지 올렸으나 모두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다(<부대신문> 2018년 5월 13일 보도). △고려대 △경희대 등 타 대학도 유사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총학생회 SNS에 게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실적인 대안 마련의 필요성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김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현재와 같은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한적으로 자율성을 주는 현실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