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알바'로 고통받는 청년들··· 주휴수당 폐지가 답일까

-인건비 부담에 주휴수당 회피 위해 -초단기 노동자 채용하는 업체 늘고 -'근로시간 꺾기' 등 편법 횡횅하자 -청년 알바생 피해도 덩달아 증가 -전문가들 "다각적인 대책 필요"

2024-09-26     류해주 기자

우리 대학 재학생 이 모(정치외교학, 24) 씨는 지난달 주 15시간 이상 일할 수 있다고 적힌 한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하지만 면접을 보러 가니 업체는 돌연 근무 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이 씨는 “주휴 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어쩔 수 없어 아쉬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건비 부담 탓에 ‘주휴 수당’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근로자를 채용하는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청년들이 ‘쪼개기 알바’에 내몰리고 있다. 주휴 수당은 일주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유급 휴가 수당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이 씨의 사례처럼 채용 공고와 다르게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근무가 시작된 뒤 근무 시간을 줄여버리는 ‘근무시간 꺾기’가 횡행하고 있다.

[출처: KBS바다]
2025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 환경 변화. (c)류해주 기자

27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초단기 근로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지난 6월 170만 명으로 집계됐다. 작년보다 14만 5,000명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다. 초단기 근로자는 주휴 수당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주휴일과 연차휴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또한 고용 기간이나 소득액에 따라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어 근로자들은 법적 사각지대 속에 놓이게 된다.

부산의 경우 청년 10명 중 절반 이상이 초단기 근로를 하고 있어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소득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부산참여연대가 진행한 ‘2023년 부산지역 청년알바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당 15시간 미만 노동한 18세에서 35세 사이 청년 근로자는 52.5%에 달했다. 2021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초단기 근로자가 28.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주당 임금 총액의 평균도 19만 5000원 수준으로 202년에 비해 2000원 줄어들었다. 부산참여연대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인상률이 7년 동안 마이너스였다”며 “부산지역 알바 노동자의 소득이 2021년 이후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주휴수당 피하기 위한 편법 횡행

동일한 조사에서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도록 약정을 맺었음에도 실제 근무 시간은 이에 미치지 않은 경우도 5%에 달했다. 가게에 손님이 없으면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퇴근시켜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게 하는 ‘근무시간 꺾기’는 주휴 수당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음식점에서 홀 서빙 알바를 했던 우리 대학 재학생 A(전자공학, 19) 씨는 근로계약상 주 3일 5시간씩 근무하기로 했지만 매번 근로 시간을 채우지 못해 주휴 수당을 받지 못했다. 그는 “(아르바이트하는 동안) 정시에 퇴근한 일수가 더 적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근무시간 꺾기를 당했다는 B(20세, 경남 김해시) 씨도 고용주와 갈등을 빚었다며 불만을 얘기했다. B 씨는 “당초 계약한 시간과 실제 근무 시간이 매번 달라져 시간 관리에 스트레스를 받았었다”며 “사장님에게 불만을 말씀드렸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근무시간 꺾기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라 사용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휴업에 해당하기에 사용자에게는 휴업 기간 평균 임금의 최소 70%를 휴업 수당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주휴 수당을 고려하면 사용자에게 시간 꺾기는 ‘싸게 먹히는 장사’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근무 시간을 줄여 계약하는 사례도 있다. 처음에는 15시간 근무였지만 다음 해는 13시간, 그 다음 해는 10시간 근무로 매년 근로 시간을 1~2시간씩 줄이는 것이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유선경 과장은 “원래라면 근로 시간을 줄여도 사인을 하지 않으면 종전 계약이 유지되는 것이지만 주로 고령층분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우려해 근무시간이 줄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주휴수당 폐지보단 ‘보완’을

이 같은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순히 노동자와 자영업자 간의 갈등을 넘어 사회 전반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대학 유형근(일반사회교육) 교수는 “현재 물가 상승 및 최저 임금 인상, 임대료 상승 등의 모든 효과가 자영업자에게 전가되고 자영업자는 그 부담을 노동자에게 넘기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은 늘어나는 인건비와 물가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의 ‘소상공인 경영전반 실태조사’ 결과 2023년 인건비가 연평균 3.7% 오른데 반해 영업이익 증가율은 1.6%에 불과했다. 올해도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 알바천국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6.3%가 쪼개기 알바 채용을 대응 방안으로 꼽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강선우(30세, 경남 김해시) 씨는 “최저임금 상승 자체보다도 주휴 수당을 줘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다”고 전했다.

이에 사용자 범위를 직접 고용주뿐만 아니라 원청인 본사까지 확대해 인건비 등 부담을 함께 짊어지는 법도 대책으로 떠오른다. 실제 인건비 및 고정비 결정에 원청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프랜차이즈 업종의 경우 노동 조건을 가맹점 점주만이 아닌 본사 지침에 따르는 경우가 많아 공동사용자 관련 법률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경우 1940년대부터 노사관계법에서 사용자를 고용주 외 노동조건 지배권자로 보는 법 해석을 발전시켜 왔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이 같은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재계와 정부의 반대에 놓여있다.

주휴수당 폐지론 역시 경계 대상이다. 그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온전히 노동자가 부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노동권익센터 유 과장은 “시급이 지금처럼 유지되는 상황에서 주휴수당이 사라지면 당분간 노동자만 힘들어지게 된다”며 “그만큼 회사가 더 가져가는 이익을 임금으로 요구할 수 있는 사회라면 괜찮겠지만 지금 사회는 그게 안 되어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현재의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턱없이 낮고 초단시간 근로자를 위한 법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고 얘기했다.

인건비가 아닌 임대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대료와 같은 고정비 상승이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의 소상공인 경영전반 실태조사에서도 낮은 영업 이익 요인 중 하나를 임대료 상승으로 꼽은 바 있다. 유 교수는 “지방 정부 차원에서 임대차 계약을 규제하면 안정적인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할 수 있다”며 “뉴욕시의 경우 계약 기간을 정해두고 해당 기간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도록 시 조례 차원에서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