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 전국 대학들 '막무가내' 학내 언론 통제
부대신문 창간 70주년 기획 -전국 대학언론사 살펴 보니 -대학본부의 편집권 침해 빈번 -백지 발행과 규탄 시위도 무시
대학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은 2024년에도 전국적인 현상이라 할만하다. 대학언론을 성역 없이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닌 학교에 부속된 홍보기관으로 보는 인식과 언론사의 시설과 예산, 규정에 대한 권한이 대학본부에 있는 비독립적인 구조가 여전히 언론 자유를 통제한다.
<채널PNU>가 오는 11월 25일 부대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아 대학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대학언론 자유 실태를 살폈다. 전·현직 대학언론인으로 구성된 비영리단체인 ‘대학언론인네트워크’가 수집한 ‘대학 내 언론자유 탄압 사례 아카이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2년 사이 총 38건의 대학언론 탄압이 발생했다. 탄압 사례는 △지면 발행·배포 중단(19건) △기사 삭제·검열(14건) △기자 해임·징계(11건) △재정보조 중단(5건) △학보사 철거(1건) △기자 선거권리박탈(1건) △인터넷 신문 강제 전환(1건)이었다.
대학언론 탄압은 대부분 학교 혹은 총학생회에 비판적인 기사를 대상으로 기사가 발행되기 전, 주간교수에 의해 검열되거나 학교 측이 발행을 불허하고 발행된 신문을 수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탄압의 주요 주체는 △대학본부(32건) △주간교수(23건) △총학생회(3건) △단과대학 선거관리위원회(1건)이었다. 특히 대학본부와 주간교수가 함께 학생기자들의 입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
■기자 해임부터 조기 종간까지
숭대시보 전직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숭실대학교 학보사 ‘숭대시보’는 기자 전원 해임과 조기 종간을 겪었다. 당시 이승복 주간 교수가 기사 보도를 막기 위해 기자 전원을 해임한 것이다. 숭대시보는 전면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던 당시 숭실대 장범식 총장이 기성언론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대면수업 전면 허용’에 대해 발언의 배경과 진위를 담는 기사를 보도하려 했다. 해당 기사를 2면으로 넘기고 초고를 주간 교수에게 검토 받는다는 조건으로 기자들은 복직됐다.
하지만 복직 이후에도 편집권 침해는 계속됐다. 학교는 비판적인 기사 발행을 막고 학생들의 시위 사진을 보도하지 못하게 하는 등 편집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하다 급기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숭대시보를 조기 종간했다. 숭대시보 강석찬 전 편집국장은 “(이 사태를) 2차 해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 탄압이 심각했음을 토로했다.
숭대시보는 ‘연대’로 언론 탄압에 맞섰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숭실대 총학생회 △서울권대학 언론연합회와 함께 숭대시보는 ‘언론탄압대응TF’를 구성했고,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대학본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숭실대 학생들도 △릴레이 대자보 게시 △SNS 파란리본 캠페인 △단과대학 현수막 캠페인에 동참했다. 당시 숭대시보 강 전 편집국장은 “언론 탄압의 문제는 숭실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언론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며 “타 대학 학보사와 시민단체가 함께 연대해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학생기자들은 언론 탄압에 성명문·대자보을 게시하거나 백지를 발행하는 등으로 대응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된 곳은 없다시피 했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의 아카이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2년까지 △시위·서명문·대자보 게시(6건) △백지 발행(5건) △자체 지면 발간(3건) 등이 진행됐다. 학교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 △동덕여대 ‘어용학보’ △성균관대 ‘고급찌라시’ △국민대 ‘국민저널’에서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독립 언론을 창간하기도 했지만 대학언론에 대한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 대학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았다.
2019년 서강대학교 학보사 ‘서강학보’는 주간교수가 지면 게재를 불허하자 692호 신문의 지면 전면을 백지 발행했다. 서강대의 △가톨릭 지도자 추천 전형 부활 △교수 임용 방식 투명화 △이사회 내 신부 이사 정원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긴 기사를 인용된 설문조사 신뢰성이 부족하고 취재 요청 메일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주간교수가 게재하지 못하게 한 데 따른 것이다. 서강학보는 백지 발행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설문조사는 교수의 자문을 구했으며 과거에도 같은 방식으로 총장에게 취재요청을 보냈지만 문제 없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학 언론의 움직임에도 학교 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언론 자유 보장을 위한 개선이나 징계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건은 종결됐다. 당시 서강학보 편집국장이었던 A 씨는 <채널PNU>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편집인 겸 주간으로 계신 교수님이 허락하지 않아 기사를 지면에 실을 수 없어 항의의 의미로 백지 발행했다”며 “주간교수가 있는 한 학생이 자주적으로 학보사를 운영하고 신문을 발행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나서 숭실대에 자체조사위원회를 꾸리고 학칙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내렸던 숭대시보 사태조차 대학 언론의 대부분 권한이 주간교수에게 넘어갔다. 2023년 숭실대는 △편집권 △편집 결과 지도권 △신문 배포권 △방송 송출권 △임원 추천 및 임명권 등의 권한을 모두 주간 교수에게 부여하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별다른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교육부 권고를 역이용한 것이다. 탄압을 막기 위해 공식적인 진정까지 제기하는 등 노력했던 강 전 편집국장은 “(탄압을 개별로 막는 것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언론은 홍보지 아냐”
대학언론 탄압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언론을 학교 부속기관으로 취급하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윤희각(국제학) 교수는 “학교 예산으로 발행하는 신문인데 우리 대학 소속 학생이 어떻게 홍보가 아니라 비난성 보도를 하느냐는 생각 때문에 (학교가) 학내 신문에 도가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며 “대학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만난 전·현직 대학언론 기자들도 언론 자유의 침해가 발생하는 원인이 대학 언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역시 학교 측으로부터 ‘홍보지’로, 학생기자들을 대학언론인이 아닌 단순 소속 학생으로 취급받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부경대신문 김유진 편집국장은 “학보사를 학교 홍보지로 대하는 문제는 자주 발생한다”며 “(대학언론 탄압 소식을 접할 때마다) 대학언론의 자유는 ‘보여주기식’일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