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대총' 결국 강행··· 부실 논란 불가피

-총학, 10개 안건 서면 의결 공고 -대의원에 이메일로 자료 보내 -학생회비 인상 등 중요 안건 담겨 -학생자치 퇴행·나쁜 전례 우려

2024-09-20     최윤희 기자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우리 대학 2024학년도 하반기 민족효원 대의원총회(대총)가 결국 서면 의결로 진행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외에는 전례 없는 서면 의결 단행으로 인해 학생 자치의 상징인 대총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18일 우리 대학 총학생회 공식 홈페이지에 대총 서면 의결 결정을 알리는 공고가 올라왔다. [출처: 총학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우리 대학 총학생회(총학)는 지난 9월 18일 무산된 대총을 19일 오전 9시부터 21일 밤 12시까지 서면으로 진행하겠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공표했다. 앞서 지난 10일 대총이 정족수 미달로 개회하지 못한 데 대한 조치다. 이창준(지질환경과학, 22) 총학생회장은 지난 12일 <채널PNU>와의 통화에서 “확대운영위원회 위원을 중심으로 대총을 도저히 대면으로 열 수 없겠다는 동의가 이뤄졌다”며 “서면 심의에 대한 정당성과 학생 알 권리를 위해 주요 안건 내용을 전달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채널PNU> 2024년 9월 13일 보도).

대총에 상정된 안건은 총 10건이다. △상반기 정기감사 결과 등 보고 안건(1건), △응원단 단장 △응원단 사업 계획 △중앙집행위원회 사업 계획 △효원교지편집위원회 사업 계획 등 인준 안건(4건), △항공우주공학과 임시 감사 결과 △중앙집행위원회 예산안 △효원교지편집위원회 예산안 △응원단 예산안 △학생회비 인상 등 심의 안건(5건)이 포함됐다. 기존 대총의 보고 안건으로 포함됐던 ‘총학 공약 이행 현황’은 이번 서면 의결에서는 빠졌다.

대의원은 해당 내용이 담긴 자료집을 이메일로 받아 검토한 후 서면으로 된 의결서를 작성해 회신하면 된다. 자료집에는 총학이 대총 무산 직후 켠 SNS 라이브 방송의 녹화본으로 알려진 영상물 3건(△중앙집행위원회 예산안 △항공우주공학과 임시 감사 결과 △학생회비 인상)이 포함됐다. 

이례적인 ‘서면 대총’에 학생들 간 소통의 장인 대총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인다. 총학생회칙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대총 서면 의결로 인해 학생 사회의 건전한 토론과 민주적인 활동이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총학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응원단 창설’과 이번 대총의 주요 안건인 ‘학생회비 인상’ 건에 대해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못한 상태(<채널PNU> 2024년 9월 13일 보도)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단순히 정족수가 부족해 서면으로 대총을 진행하는 것이 향후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총을 서면으로 진행한 경우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2020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 네 차례를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까지 대총에선 저조한 참석률이나 보이콧으로 인해 회의가 멈추는 경우에도 이른 시일 내에 임시 대총을 열어 회의를 속개해 왔다. 우리 대학 재학생 A 씨는 “서면 심의를 남발해서 좋을 것이 없다”며 “앞으로도 대총에 참석하지 않으면 그냥 메일로 툭 써서 날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생길 것 같다”고 학생 대표들의 책임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