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전없는 암표 해결책
1984년 창건 이후 프로야구는 올해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급 인기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KBO 기록실에 따르면 정규리그 동안 하루 평균 15,122명의 관객을 기록할 정도다. 기존 10구단 체재 최다 매진 기록인 68경기를 넘어 200경기 매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렇듯 밝은 기록 이면에는 ‘암표 거래’라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포츠 암표 거래 신고 건수 51,951건 중 프로야구는 96.6%(50,147건)를 차지했다. 이 중 정규리그는 1만 6,486건(31.8%), 포스트시즌은 3만 3,661건(64.8%)이었다. 암표 거래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브레이크 없는 야구 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프로야구 경기 내내 중고 플랫폼인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티켓 양도 플랫폼인 ‘티켓베이’에서는 암표 거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9월 28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기아 타이거즈의 마지막 정규 경기 티켓마저도 6배 높은 가격으로 중고 사이트에서 거래됐다. 기존에 롯데 자이언츠 중앙상단석은 주말 기준 12,000원이지만 해당 일자 경기에는 70,000원에 거래됐다.
암표 거래가 빗발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 올해 초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의 일부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매크로’를 이용해 암표를 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매크로가 아닌 우회적인 방법을 통한 암표 거래 처벌은 여전히 모호한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암표 통합 신고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암표 거래 신고 시 추첨으로 티켓을 제공하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역부족이다. 지난 10월 1일에 KBO의 인스타그램 속 와일드카드 결정전 게시물에는 ‘1인 최대 4매 예매가 암표 거래를 더 만든다’, ‘경기 관람이 중요한 사람들에게 확실치 않은 추첨을 통한 티켓 수령 이벤트가 최선인가’에 대한 야구팬들의 불만이 가득한 댓글이 주를 이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KBO는 암표를 근절할 실질적인 해결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미국의 메이저리그(MLB)와 일본의 야구기구(NPB)에서는 암표 거래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이다. 꿈의 리그인 MLB에서는 ‘스텁허브’와 같은 합법적인 티켓 판매 창구를 마련해 합의된 규정 하에 2차 거래를 권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취소 불가 제도’를 이용해 암표 거래를 위해 산 표가 팔리지 않았을 때 ‘취소 불가’라는 리스크를 주고, 환불을 해주지 않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매크로’를 이용한 점이 입증돼야 처벌을 받는 점을 이용한 법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이 속히 개정돼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암표에 대한 인식이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의 인식 속에는 암표 거래는 불법이라는 인식보다는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암표를 구입해서라도 나도 관람할 수 있게 됐다’는 욕망이 우선이 된 모습이다. 이런 팬들의 심리를 악용하여 상업적으로 돈을 버는 암표꾼들이 판을 치는 것이다. KBO뿐만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 역시 이런 암표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