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단장한 박물관, 숨겨진 보물을 꺼내다

-지난 10월 28일 박물관 재개관 -최신식 조명과 전시 공간 확충 -특별전엔 최초 공개 유물 전시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할 것"

2024-11-01     황주원 기자

2년간 꺼져 있던 전시장의 불이 켜졌다. 새롭게 단장을 마친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던 사람들은 그간의 낡은 조명에서 벗어나 제빛을 찾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물을 마주했다.

지난 10월 28일 <채널PNU>는 재개관을 맞이한 우리 대학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은 건학 초기에 지어진 가장 오래된 건물로서 그 상징성이 크다. 준공 이후 국보피난처의 역할도 수행해 국가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건물이다. 한국전쟁을 마친 직후인 1955년 준공을 마친 박물관은 부산 관재청으로부터 국보급 문화재 18,833점를 이관 받아 약 4년 간 보관했다(<채널PNU> 2024년 5월 3일 보도). 또한 박물관 일대는 민주화 운동의 터전으로, 새벽뜰은 10.16 부마민주항쟁의 첫 개호가 만들어진 역사적인 장소로 알려져 있다.

지난 28일 오후 2시, 박물관 정문 앞에선 박물관 재개관식을 기념하여 오색 끈 자르기 행사가 진행됐다. [황주원 기자]
'고대실'에는 부산대학교 박물관을 상징하는 가야의 유물 △굽다리접시 △그릇받침 △긴목항아리 등이 전시 중이다. [황주원 기자]

공사를 마친 박물관은 그간 공간이 협소해 보유한 유물을 충분히 전시하지 못했던 문제가 해소된 모습이었다. 최신 전시시설을 도입되고 2곳에 불과했던 전시실은 3곳으로 늘었다. 1층에는 기획전시실이 2층에는 상설전시실(△선사⋅원사실 △고대실)이 마련됐다.

유물은 새 조명과 관람이 용이한 저반사 유리 속에 전시됐다. 특히 박물관은 조명 시설을 여타 국립박물관 수준으로 마련했다고 전했다. 2층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에선 박물관 유물들을 설명하는 고고학계 전문가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임상택(고고학) 박물관장은 “우리 대학 박물관이 (유물을) 발굴하는 당시 담당했던 분들이 직접 현장 모습과 여기에 담긴 이야기를 설명하는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재개관 기념 특별전 ‘명품(名品), 수장고를 나서다’을 통해 우리 대학이 소장하는 부산시 유형문화유산을 전시했다. 이중 △칠성도 △아미타내영도 등의 등록문화유산이 대중에게 공개된 건 최초다.

상설전 ‘문화유산 기억을 되살리다’에서는 우리 대학이 발굴 조사를 통해 발견한 유물이 전시됐다. 홍석창(고고학, 22) 씨는 “새내기로 들어온 이후 몇 번 가보지 못하고 박물관이 휴관해서 안타까웠다”며 “상설전시관에 시기별로 중요한 유물과 설명 등이 자세히 나와있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임상택 박물관장은 추천 전시 유물로 ‘울산 하대 고분군 23호분 출토 동정’을 꼽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유물이 한 달 동안만 2층 선사·원사실에서 전시된 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동으로 만든 솥인 ‘동정’은 출토된 지역과 중국 한(漢)나라가 교역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임 박물관장은 “대학 박물관은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해야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물관 '선사⋅원사실' 내부와 스크린에는 사천 늑도 유적을 발굴했던 이현주 복천박물관장이 당시 현장에 관해 설명하는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황주원 기자]
임 관장이 선정한 주의 깊게 봐야 할 유물은 '울산 하대 고분군 23호분 출토 동정'으로 본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는 유물로 한 달간 우리 대학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황주원 기자]

힌편 전시실 공개에 앞서 박물관 앞 새벽뜰에서 재개관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우리 대학 최재원 총장과 △범어사 정오 주지스님 등 내·외빈이 참석해 박물관의 재개관을 축하했다. 최 총장은 축사를 통해 “이렇게 숨어 있는 보석을 우리 효원인 뿐만 아니라 부산 시민들까지 다시 즐길 수 있게 되어 (재개관을) 계획하신 차정인 전 총장님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박물관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박물관은 본관 공사에 이어 별관 재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수장고로 쓰이던 박물관 별관을 ‘문창재’라는 이름의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유물은 수장고로 바뀔 별관 옆 벙커로 옮겨진다. 벙커는 다음 해 2월, 별관은 하반기 개관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