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념하지 않은 학교기념일

2024-11-08     윤지원 보도부장

지난해 우리 대학은 개교기념일(5월 15일)과 함께 유이한 우리 대학의 기념일로 ‘부마민주항쟁 기념일’을 지정했다. ‘시월광장 명명식’을 열고 넉넉한 터 일대에 시월광장이란 이름을 붙였다. 크고 작은 ‘부마민주항쟁 기념행사’도 준비됐다. 학내 구성원들은 부마민주항쟁을 기념하는 ‘공모전’에 참여하고 ‘야외 사진전’을 감상하며 44년 전 뜨거웠던 그날을 기억했다. 캠퍼스 곳곳에서 늘 마주하는 부마민주항쟁기념탑과 부마민주항쟁 발원지 표지석, 10·16기념관도 의미 있게 다가오는 나날이었다.

매년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 발원지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온 우리 대학이 올해 10월은 침묵 속에 보냈다. 올해 학내에는 부마민주항쟁을 기억하는 이렇다 할 행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10·16 부마민주항쟁을 기리며 시월문화제, 시월학술제 등으로 시작했던 ‘시월제’마저 열리지 않았다. 예산 부족이 이유였다. ‘5월엔 대동제, 10월엔 시월제’라는 오랜 학내 전통이 자취를 감추자 재학생들은 ‘가을에 진행하는 행사가 없어서 아쉽다’는 목소리를, 대학 동문들도 ‘부마민주항쟁은 부산대의 자긍심이고 학교 기념일도 지정했는데 행사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전해왔다.

부마민주항쟁 기념일 당일이었던 지난 10월 16일도 캠퍼스는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냈다. 학내에는 우리 대학 민주동문회가 게재한 부마민주항쟁 기념 현수막만이 대학 본관 맞은편에 걸렸다. 흔한 플랜카드나 소형 부스도 설치되지 않았다. 시험기간으로 인해 더욱 조용했던 그날, 매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과 정부가 주관한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은 부산시청에서 열렸다. 행사엔 부마민주항쟁 관계자와 시민 600여 명이 모여 부마민주항쟁의 의미를 되새겼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신 정권을 끝내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부마민주항쟁이 가진 이명 중 하나는 ‘잊혀진 혁명’이다. 지난해 우리 대학 교무과가 추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대학이 부마민주항쟁의 발원지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대학 학생은 전체의 28%에 달했다. 정확한 날짜를 아는 이들도 절반 수준이었다. 오랜 시간을 걸려 빛을 되찾은 부마민주항쟁에 그 발원지인 우리 대학이 눈을 감는다면 언제든 그 뜨거웠던 시월의 정신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향한 학생들의 뜨거운 외침이자, 부산과 마산을 넘어 우리나라의 흐름을 바꿨던 자랑스러운 선배의, 동문의 발자취인 부마민주항쟁을 반드시 기억하고 되새기는 노력이 있길 바란다. 우리 대학엔 분명 그날의 기억과 가치를 이어 나가야 할 사명이 있다. 더는 국가기념일이자 학교기념일인 10월 16일이 조용히 지나가지 않길 바란다.

                                                         윤지원 보도부장(취재팀)